등록 : 2019.08.08 21:35
수정 : 2019.08.08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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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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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창구·국내기업 피해 고려
일본에 빌미 안주려 맞불카드 자제
“구체내용·추진일정 추후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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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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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본을 한국 전략물자 관리체제상 우대국 목록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해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에 맞대응하려다가 막판에 결정을 유보했다.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간소화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에서 빼냈다가 자칫 ‘강대강’ 국면으로 치달으면 외교적 노력을 펼칠 공간이 줄어들고 국내 기업에도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8일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장관 회의 및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전략물자 수출제도 변경 안건을 논의한 뒤 “구체적인 내용과 추진 일정은 추후 확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날 회의 종료 뒤 한국 전략물자수출입고시 개정 방향과 일정 등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신중론’ 기류 속에 계획이 유보된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우리도 일본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해 수출 관리를 강화하는 절차를 밟아 나가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일 오전 일본 각의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상응 조처’ 성격이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바세나르 협정 등 4대 다자간 전략물자 통제 체제에 모두 가입한 일본, 미국, 영국,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등 29개국을 ‘가 지역’으로 묶어, 이들 국가로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기업에는 심사를 간소화하도록 한 고시 개정안을 준비해왔다.
산업부는 고시 개정안 초안에 대한 법률 검토까지 모두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앞서 “전략물자수출입고시 10조를 개정해 ‘다 지역’을 신설하고 일본을 포함시키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현재 고시 10조는 허가지역을 ‘가 지역’과 나머지 국가 묶음인 ‘나 지역’ 2개로만 구분하고 있다. 가 지역으로 전략물자를 수출하는 기업은 허가신청서와 전략물자 판정서 등 소수의 서류만 제출하면 정부로부터 3년짜리 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고, 나 지역으로 수출할 때는 계약서, 서약서 등을 추가 제출해야 하며 건건이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조처와 관련해 정부 내에서 기류 변화가 생긴 것은 전날 늦은 오후로 전해졌다. 관계부처 간 내용 공유와 협의 과정에서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검토 및 결정을 하자’는 의견이 모였다고 한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도 일본을 상대로 우리(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처들에 대해 폭넓게 논의되기는 했다”며 “추후 관계장관 회의 등을 열어 구체적인 계획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맞대응’ 카드가 유보되긴 했지만, 아주 배제된 것은 아니며 시기와 강도를 재검토 중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실제로 환경부는 이날 일본산 석탄재 폐기물에 대해 수입 통관 시 방사능 검사를 강화할 계획을 밝혔다.
정부의 결정 유보는 현재 시점에서 맞대응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외교적 해결’을 강조해온 정부 입지를 외려 좁힐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동안 일본에 ‘조처 철회’와 대화를 지속 요구해온 상황에서 일본을 성급히 화이트리스트에서 빼내면 이를 ‘보복성 조처’로 규정하고 일본이 부당한 수출규제를 정당화하는 빌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는 한국 수출기업에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는 조처라 산업계는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 방침에 불안한 시선을 보내왔다.
다만 이번 조처가 일본이 7일 발표한 수출무역관리령과 포괄허가취급요령에서 개별허가만 받을 수 있는 품목을 추가 지정하지 않은 것과는 무관하다는 설명이 나온다. 일본이 규제 강화 한달여 만에 포토레지스트 수출 1건을 허가한 것 역시 ‘주요 변수’가 아니었다고 한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일본이 개별허가 품목을 추가 지정할 수 있다는 전망은 언론과 산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합리적인 우려였을 뿐, 일본 정부가 한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며 “일본이 속도조절을 하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수평적 조처에 관한 검토가 이미 확정돼 있다. 이번주에 여러 경로의 외교적 접촉 과정을 통해 최종 판단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도 “우리는 일본의 경제 공격이 원상회복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최하얀 이지혜 최예린 이완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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