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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19 21:10 수정 : 2019.08.20 19:37

[기술독립, 상생협력이 답이다] 국외서 대량수입 몰두하다 부메랑
핵심소재·장비 국산화 필요성 절감
“중소기업 육성 로드맵 꺼내야 할때”

2010년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양강 체제로 재편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최대 화두는 ‘생산 안정성’이었다. 핵심 재료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국외에서 최고 품질의 소재·부품·재료를 찾아내 대량으로 가져왔다. 검증되지 않은 국산 제품은 아무리 혁신 기술일지라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여겨졌다. 기업 목표에 국산화가 없으니 직원들도 참여할 요인이 적었다. 실제로 중소기업 국산화는 대기업 구매팀이나 개발팀 직원들 개인의 공로에 거의 도움이 안 됐다. 혁신기술 발굴보다는 단가 낮추기로 공로를 인정받아온 구매팀 관행도 있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 등 두 반도체 소자 기업이 2000년대까지는 협력사 기술을 토대로 빠르게 성장했다가 자사 기술력이 올라오자 (협력사들한테) 각자도생하라고 방치했다”며 “불공정거래 관행이라는 이면을 알면서도 수직계열화와 전속거래로 성장하다가 (이번 일로) 부메랑을 맞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반도체 소자 기업들은 소재·부품·장비사에 타사와 일정 기간 계약하지 않도록 요구하거나(전속거래) 실력 있는 중소기업들을 자사 계열사로 편입(수직계열화)하는 관행으로 반도체 후방산업 생태계를 위축시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기업 쪽도 소재·장비 수급 다변화라는 큰 그림 아래 국내 협력사 육성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기술력 있는 강소기업들을 협력사로 둘 경우 적은 비용으로 미래 변수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것도 대기업 입장에선 큰 장점이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 대기업이 핵심 품목을 생산하는 ‘대여도 방식’으로는 모든 수요자 필요를 채울 수가 없다”며 “시장 흐름을 읽는 여러 강소기업들과 아이디어로 협력하는 ‘승인도 방식’을 늘리면 대기업들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봤다.

폐쇄적 생태계를 유지하던 대기업도 한때는 중소기업과 활발히 교류하던 시기가 있었다. 에스케이에 매각되기 전 하이닉스다. 2001년 세계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주저앉자 하이닉스는 원가 절감을 위해 국산 기업들을 찾았고 이들의 훌륭한 포트폴리오가 됐다. 대학 연구팀에 하이닉스 직원 2~3명과 장비 하나를 붙여 일본 히타치가 독점공급하던 반도체 연마재 ‘세리아슬러리’를 국산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국산화 성공 실적은 직원 고과에 반영하되 실패 책임을 묻지 않는 기업 방침 덕분이었다.

당시 하이닉스에 근무했던 한 간부는 “그때처럼 소자업체와 중소기업들 사이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면 또 한번의 생태계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며 “무역 갈등을 제대로 경험한 대기업들이 핵심 소재·장비 국산화 필요성을 절감했을 것이다. 그에 맞는 중소기업 육성 로드맵을 대기업이 꺼내야 할 때”라고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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