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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6 21:21 수정 : 2019.08.26 21:26

[짬]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 호사카 유지 교수

호사카 유지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장이 지난 14일 제주도에서 열린 ‘이어도 해양아카데미 해양전문가 과정’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교육
요즘 동아시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곳’이다. 한일 무역전쟁, 미중 무역전쟁이 한창이다. 홍콩의 반중 시위는 70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중국이 텐안먼 사태 때처럼 무력진압하면 ‘일국양제’(홍콩이나 대만이 중국에 귀속돼도 현행 정치·경제체제를 50년간 보장한다는 제도)는 파탄나고 당장 대만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이를 이유로 미국이 중국을 정치·군사적으로 압박하게 되면 동아시아는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게 될 것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들이 직접 부닥치는 동아시아에서 아직 경량급 체급인 한국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겸 독도종합연구소장은 “현재 국제무역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중요한 건 경제주권, 영토주권, 군사주권을 모두 지키는 것”이라며 “정말 슬기롭게 움직여야 한다. 구한말처럼 재현돼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독도와 이어도와 같은 해양주권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독도는 논란이 많아서 국민들은 잘 알고 있는데 이어도는 상대적으로 조용해서 잘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어도 해양아카데미’ 강연
국제 무역질서 무너져 ‘뜨거운 곳’
“강대국 사이 구한말 재현 안된다”
한·중 이어도 영유권 분쟁 가능성

“아베정권 ‘경제도발’ 원인은 불안감”
일본 아닌 ‘극우파’ 겨냥 대응 ‘주문’

일본 출신으로 2003년 한국으로 귀화한 호사카 교수는 앞서 지난날 17~19일 제주대 아라컨벤션홀에서 열린 ‘2019년도 이어도 해양아카데미 해양전문가 과정’에서 ‘독도와 이어도 비교 : 역사적 경위 및 해양법 중심’이란 주제로 강연도 했다. 이어도 해양아카데미 해양전문가 과정은 우리나라 해양 주권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이어도연구회와 <한겨레교육> 공동 주관으로 지난 2012년부터 매해 열리고 있다.

독도는 경북 울릉도에서 87.4 km 떨어진 섬이고, 이어도는 대한민국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149㎞ 떨어져 있다. 호사카 교수는 “이어도라는 이름 때문에 섬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해수면에서 4.6m 밑에 있는 수중 암초”라며 “최남선이 이미 1951년 4월 한국 영토로서 확보해 놓아야 할 섬으로 독도와 파랑도(=이어도)를 거론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94년 제정된 유엔해양법조약은 수면하의 암초는 영토로 규정하지 않고 한국과 중국도 이를 인정했다”며 “그런데 문제는 이어도가 누구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들어가느냐에 달렸다. 한국은 중국 본토와 한국 본토로부터 중간선을 그으면 우리 배타적경제수역 안에 들어 있다는 것이고 중국은 자기쪽 대륙붕의 연장선에 이어도가 들어간다고 주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도 영유권은 아직 한-중간 협의가 끝나지 않았지만 만약 주변에서 석유 자원이 발견된다면 논란이 격화될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은 이어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아베 정권이 한국에 도발한 근본적 이유로 한-일 국력 격차가 자꾸 줄어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진단했다. 일본은 1860년대 메이지유신으로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를 시작했고, 아시아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이른바 ‘선진국’ 대접을 받아왔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잃어버린 30년’을 겪는 사이 중국은 지투(G2)가 됐고, 한국은 일본을 바짝 따라잡았다. 2018년 현재 일본 경제규모는 5조달러, 한국은 1조6600억달러인데, 일본인구가 1억3000만명, 한국 인구가 5100만명인 걸 고려하면 격차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었다.

호사카 교수는 “아베 정권 사람들은 극우파다. 패전 이전 1945년까지의 대일본제국 위상을 그대로 실현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아주 이념적”이라며 “따라서 이번 한국 경제에 대한 공격도 이념적 잣대로 실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베 정권은 수출규제를 하면 한국 안에서 반대가 많아지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여당 안에서도 반대 소리가 나오고, 문 정권 지지율이 떨어져 일본 쪽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니까 크게 당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했을 때 네오콘들은 이라크 국민들이 사담 후세인 독재에서 해방시켜준 미국을 열렬히 환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들은 너무 이념적이므로 현실을 못 봤다. 아베 정권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덧붙였다.

“아베와 같은 극우파와 정통 우파는 다르다. 극우파는 2000년 이후 득세한 사람들이다. 이전에도 있었지만 소수였다. 일본의 전통적인 보수 우파는 평화헌법을 지키고 정치대국화·군사대국화는 하지 말고 경제대국화만 하자는 이들이다. 이런 우파들이 일본 자민당 밖으로 거의 다 나가면서 현재 자민당 안은 극우파가 훨씬 많아졌다. 그러나 일본 사람들 가운데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고 아베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또 오는 10월 소비세를 10% 인상할 계획인데, 일본은 소비세 인상 때마다 불황이 찾아와 정권이 무너졌다.”

따라서 일본 국민 전체와 대립하는 ‘노(NO) 재팬’보다 아베정권에 초점을 맞추는 ‘노(NO) 아베’가 더 효과적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극우파와 정통 우파의 구별 필요성 등을 포함해서 일본 정치 내부를 깊이 분석하는 책을 준비 중이다.

김태경 <함께하는교육> 기자 ktk7000@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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