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5 19:04
수정 : 2019.11.06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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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일본 국회에서 기자단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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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4일 오전 일본 국회에서 기자단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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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5일 징용 등 과거사 배상과 관련해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인 기금’으로 지원하는 ‘1+1+α’ 방안을 제안했다. 제안 내용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릴 수 있지만, 이것이 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의 단초로 작용한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은)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다 해결된 문제”라는 기존 태도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해결 논의에 뛰어드는 게 필요한 때다.
문 의장은 일본 와세다대학 특강에서 과거사 배상 기금에 대해 “한·일 양국의 책임 있는 기업뿐 아니라 그 외 기업까지 포함한 자발적 기부로 하자. 여기에 양국 국민의 민간 성금을 더하고, ‘화해·치유 재단’의 잔액 60억원을 보태는 방식으로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한·일 기업의 기금으로 지원하자’는 한국 정부의 ‘1+1 방안’에 더해, 기금 참여의 범위를 확대하고 자발성을 부여하자는 구상이다.
이번 제안은 한·일 내부에서 공감대를 이룬 게 아니고,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일본 기업 등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가해자 책임을 엄하게 물은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 취지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징용 피해자들이 흔쾌히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피해자 동의를 얻지 못한 과거사 해법이 결국 실패하고 만다는 건 이미 경험한 바다. 이 때문에 청와대와 외교부는 문 의장의 제안을 “개인 구상으로 안다”며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제안은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한 한-일 간 대화에 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문 의장은 특히 “강제징용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해결하자”며 이를 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국회 입법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참에 한-일 관계의 핵심 이슈인 과거사 배상 문제를 모두 꺼내 놓고 종합적으로 접근하자는 발상은 진지하게 검토할 만하다.
최악으로 치닫던 한-일 관계는 이낙연 국무총리 방일과 한·일 정상의 ‘깜짝 환담’을 거치며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듯하다. 한·일 두 나라 모두에 관계 복원의 공감대도 넓어지고 있는 것 같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새로운 방안을 제안한 만큼, 일본 정부와 정치권도 여기에 화답하길 바란다. 일본 쪽의 유연하고 전향적인 태도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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