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6 18:30
수정 : 2019.11.07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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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 셋째)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맨 왼쪽)와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왼쪽 둘째)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19.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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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 중재엔 “개입 안해” 선 그어
협정종료에 안보불안 보도는 ‘침소봉대’
일본의 부당한 ‘무역보복’ 철회가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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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 셋째)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맨 왼쪽)와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왼쪽 둘째)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19.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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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종료 시한(23일)이 다가오면서, 미국의 ‘협정 종료 철회’ 압력이 거세다. 그러나 협정 종료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대응 조치로 내놓은 고육책이다. 미국이 “한-일 갈등에 개입할 뜻이 없다”면서도 협정 종료만 문제삼는 것은 본말이 뒤바뀐 접근이다. 진정 미국이 협정의 폐기를 우려한다면, 한국을 그런 선택으로 내몬 일본의 경제보복이 철회되도록 힘쓰는 게 먼저다.
방한 중인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6일 청와대와 외교·국방 당국자들을 두루 만나 한-일 정보협정의 지속을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보협정 논의가 어땠냐’는 기자 질문에 “환상적인 논의를 했다”며 협정 종료선언 번복을 요구했음을 내비쳤다.
한-일 정보협정을 둘러싼 미국의 압박은 최근 들어 더욱 전방위적이다. 지난 주말엔 마크 내퍼 국무부 부차관보가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한-일 정보협정은 한·미·일 세 나라의 중요한 조정 도구”라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중재하진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꼭 집어 한국을 겨냥하진 않았지만, 배경엔 입을 다물면서 협정의 중요성만 강조하는 건 사실상 한국에 대한 압박일 수밖에 없다. 조지프 영 주일 임시대사는 아예 대놓고 “한-일 정보협정의 종료가 미국의 국익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한국 정부에 명확히 전하고 있다”고 과녁이 한국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처럼 편협한 접근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몇몇 국내 언론이 협정이 종료되면 당장 안보에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사실 왜곡에 가깝다. 한-일 정보협정은 2016년 11월 체결됐다. 협정의 부재가 안보상 그렇게 큰 문제라면, 도대체 협정 이전의 우리 안보는 얼마나 위험천만했다는 말인가. 협정의 군사적 효용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8월 국회에서 증언한 바도 있다. ‘사소한 군사정보라도 없는 것보단 낫지 않겠냐’고 말할 순 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침소봉대할 일은 아니다. 한-미 동맹의 틀에서 협정이 갖는 상징성과 가치를 부인할 순 없다. 그러나 이는 한-미 간 양자 협의를 통해 달리 해결할 문제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6일 한-일 정보협정이 “청와대와 여당의 ‘조국 살리기’ 최대 희생양”이라고 했다. 안보 문제마저 정략의 도구로 쓰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한-일 정보협정 문제는 종료 선언의 원인 제공자가 일본이란 걸 잊으면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을 수 없다. 애초부터 강제징용 배상 등 과거사 문제를 경제 문제 등 현안과 연계한 것은 일본이다. 게다가 일본은 7월 무역보복 조치를 하면서 그 명분으로 ‘안보상의 우려’를 제시했다. 논리적으로 보더라도 안보상의 우려를 제기한 나라와 어떻게 군사기밀을 주고받을 수 있단 말인가. 이 문제의 해결은 한국에 대한 터무니없는 압박이 아니라 일본의 무역보복 철회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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