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11.13 18:03 수정 : 2019.11.14 02:36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지난 12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고 있는 모습. 도쿄/AFP 연합뉴스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이 지난 12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총리관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고 있는 모습. 도쿄/AFP 연합뉴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미국의 연장 압박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13일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한국을 방문한 데 이어, 14일에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방한한다. 이튿날 열릴 한-미 안보협의회의(SCM)는 전시작전권 전환과 연합방위태세 점검을 논의하는 자리이지만, 이번엔 상황이 상황인 만큼 지소미아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원칙에 따라 미국의 지소미아 연장 압박에 당당하게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압력은 전방위적이다. 지난주에는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차관보가 방한해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지소미아 연장을 강하게 요구한 바 있다. 이번주엔 밀리 합참의장이 일본과 한국 순방길에 지소미아가 ‘지역의 안보와 안정에 필수적’이라며 ‘한-미-일의 결속’을 강조했다. 밀리 의장은 일본에서 아베 신조 총리를 직접 만나 지소미아 문제를 논의한 뒤 ‘지소미아 종료 전에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도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주변국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거들고 나섰다. 국무부 고위인사에 이어 미군 수뇌부까지 지소미아 연장 압박에 총출동한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이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지소미아 종료의 원인을 제공한 쪽이 일본이라는 사실이다. 일본은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나라라는 이유를 들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행했다. ‘안보상 믿을 수 없는 나라’라며 가장 중요한 안보사항을 제공받겠다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에 따른 합당한 조처다.

그런데도 미국이 일본의 원인 제공엔 입을 닫은 채 한국만 압박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동맹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동맹의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일이다. 한국 정부는 이미 일본이 부당한 수출규제를 철회하면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미국은 한국 정부와 국민의 뜻을 깊이 헤아리는 게 필요하다. 지소미아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한국 정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정부가 쥐고 있다. 일본을 놔두고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에 대한 한국 국민의 부정적 여론만 키울 수 있다.

정부는 미국의 압박에 물러서지 말고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일본의 태도 변화 없이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건 미국 압력에 굴복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는 꼴이 될 뿐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