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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8 23:59 수정 : 2019.07.09 11:21

50곳 학생·학부모·교사 설문조사
지난해 ‘교육문화연구’ 논문 실려

교사 42%, 학생 43%, 학부모 37%
“학업성취도 제고가 교육 중점 1위”
‘특색 있는 교육’ 취지와 동떨어져
자사고 선택 동기도 성적 향상 맨위

서울 자사고 재지정 평가 오늘 발표

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3곳에 대한 재지정 평가 결과가 오늘(9일) 발표된다. 올해 평가 대상 24곳 중 절반이 넘는 13곳의 결과가 나오면, ‘고교 서열화’를 부추겨온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과 이를 반대하는 여론의 대립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다.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8일, 서울교육단체협의회와 특권학교폐지촛불시민행동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봐주기 없는 엄격한 평가”를 요구했다. 이들은 “자사고는 ‘교육과정 운영의 다양성’ 취지로 출발했으나, ‘입시 명문고’로서 ‘차별교육’과 ‘특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는 오명을 쓰는 등 자사고 정책은 실패했다”고 비판했다. 또 2014년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 점수 미달 자사고가 14곳 가운데 8곳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지난주 교육부에 “(교육청의) 지정 취소에 동의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성명서를 전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서울을 끝으로 전국의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끝나도 각 교육청 청문, 교육부 동의 절차가 남아 있고, 재지정 취소에 대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공방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교사·학생·학부모 등 자사고 구성원들도 실제 자사고에서 이뤄지는 교육이 ‘학업 성취도 제고’(성적 향상) 중심이라고 여긴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발간된 <교육문화연구> 제24-3호에 실린 논문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에 대한 구성원의 인식 및 학생의 학교 만족도 결정요인 분석’(이재덕·신철균·이호준)은 전국 50곳 자사고 학생 6073명, 학부모 5112명, 교사 22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담았다.

설문조사에서 자사고의 ‘지정 취지’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교사 응답자 2283명 가운데 1242명(54%)이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이라고 응답했다. 그러나 실제 자사고의 ‘교육 중점’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는 42%인 959명이 “학업 성취도 제고”라고 답했다. 자사고 구성원 스스로 자사고의 원래 지정 취지인 ‘특색 있는 교육과정’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셈이다.

학생과 학부모 역시 마찬가지였다. 학생 6026명 가운데 2605명(43%), 학부모 5030명 가운데 1839명(37%)이 자사고의 실제 ‘교육 중점’으로 “학업 성취도 제고”를 꼽았다. ‘지정 취지’이기도 한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을 꼽은 비율은 교사 36%, 학생 31%, 학부모 33% 등으로, “학업 성취도 제고”에 미치지 못했다.

학생과 학부모가 자사고를 선택한 주된 이유에선 학업 성취도 제고의 동기가 더욱 두드러졌다. 자사고 학생과 학부모는 모두 “우수한 학생들과 공부”(학생 37.3%, 학부모 38.3%), “높은 수능점수 획득”(학생 17.5%, 학부모 12.4%) 등을 자사고를 선택한 주된 이유로 꼽았다.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선택한 학생·학부모는 10.2%, 11.2%, “학교의 건학 이념”을 선택한 학생·학부모는 1.5%, 2.9%에 그쳤다. 이들은 학교의 장점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 “실력 있고 열의 있는 교사” 등을 꼽는 반면, “지나치게 경쟁하는 친구들” “학교 시설 부족 및 불편”을 단점으로 꼽았다.

자사고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 시간이 길수록 학교 만족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시 소재 자사고에 다니는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는 5점 가운데 3.38점이었는데, 이는 읍면 지역 소재 자사고(3.48점)에 견줘 낮았다. 그런데 특별시 소재 자사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 시간은 주당 7.74시간으로, 읍면 지역 소재 자사고 학생(2.67시간)보다 크게 높았다.

논문은 “자사고의 운영 방향이 성적 향상을 위한 교육과정 운영에서 벗어나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하며, 과도하게 학업성취를 중시하는 자사고의 내부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주저자인 이재덕 한국교육개발원 초중등교육본부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재지정 평가의 목적은 자사고들이 ‘지정 취지’대로 운영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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