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시교육청에서 관내 자립형사립고(자사고) 13개교에 대한 운영평가 결과와 자사고 지정 취소 학교를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서울 자사고 13곳 재지정 평가 결과
자사고들 “불리하다” 문제삼았던 평가지표
‘교육청 재량 평가 감점 클 것’ 예상과 달리
학교·교육과정 운영 점수 낮으면 기준 미달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 여부가 재지정 조건
“평가지표 ‘공정성’ 문제삼기 어려울 듯”
박건호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시교육청에서 관내 자립형사립고(자사고) 13개교에 대한 운영평가 결과와 자사고 지정 취소 학교를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번 서울 지역 자사고들에 대한 재지정 평가에서 ‘당락’을 가른 주된 평가지표는 ‘학교 운영’과 ‘교육과정 운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고가 애초의 지정 목적과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피는 핵심 영역이다. 이처럼 재지정 평가의 목적과 실제 결과가 명실상부하기 때문에, 일각에서 제기해온 ‘평가의 공정성’ 시비가 설득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재지정 평가를 받은 서울 자사고들은 전체 6개 영역(100점 만점)의 평가지표에서 70점 이상을 받아야 자사고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학교운영’(30점)과 ‘교육과정 운영’(30점), ‘교원의 전문성’(5점), ‘재정 및 시설 여건’(15점), ‘학교 만족도’(8점), ‘교육청 재량 평가’(12점) 등이다. 자사고들은 올해 평가지표가 “자사고에 불리하게 만들어졌다”고 주장하며 ‘집단 평가 거부’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는데, 특히 ‘교육청 재량 평가’ 영역에 대한 반발이 심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감사 지적사항에 따른 감점 폭을 기존 5점에서 12점으로 늘렸는데, 이것이 평가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전북 상산고 역시 감사 지적사항에서 점수를 크게 잃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교육청 재량 평가’ 영역은 평가 결과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지적사항에 대한 감점은 1점에서 12점까지 학교별로 편차가 컸는데, 1점 감점을 받은 학교가 평가 기준 점수를 미달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12점 감점을 받은 학교가 기준 점수를 넘기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기준 점수에 미달한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 사이의 재량 평가 평균 감점 차이도 거의 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 ‘2019학년도 자율형사립고 운영성과 평가 계획’ 가운데 일부. “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성과에 평가의 초점을 둔다”고 밝히고 있다.
막상 평가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영역은 가장 배점이 큰 ‘학교 운영’과 ‘교육과정 운영’이었다. 자사고는 그동안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라는 지정 취지와 다르게 국어·영어·수학 과목의 비중을 60%까지 두는 등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큰 비판을 받아왔다.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초 내놓은 평가 계획에서 ‘선행학습 실시가 판명되면 0점 처리’, ‘사교육영향평가 결과 공교육정상화법 위반 시 0점 처리’ 등 학교·교육과정 운영 영역에서 한층 강화된 평가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지정 취지에 맞게 운영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옥석을 가르겠다’는 기조가 결과로도 구현된 셈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건학 이념과 자사고 지정 목적에 맞는 학교 운영을 위해서 중장기 학교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하려는 노력,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과 선행학습 방지를 위한 노력 등에서 상당수 학교의 평가 결과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이번에 기준 점수에 미달한 자사고 대부분이 과거에도 기준 점수에 미달했던 학교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한대부고를 제외한 7곳은 2014년 1기 재지정 평가에서 기준 점수(70점)에 미달했으나, 당시 교육부가 ‘지정 취소’에 동의하지 않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해왔다. 김은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선임연구원은 “이들 학교들은 당시 국영수 위주의 교육과정 편성 등 지정 취지에 맞지 않는 운영 실태가 명백하게 드러났는데도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되어, 거센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때문에 서울시교육청이 이번 평가에서 학교·교육과정 운영 영역을 집중적으로 살핀 것으로 보인다. ‘공정성’을 문제삼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선 전북 상산고의 경우, 전북교육청이 설정한 높은 기준 점수(80점), 감사 지적사항에 따른 대량 감점, 국·영·수 비중이 60%에 육박하는데도 교육과정 운영 관련 항목에서 받은 높은 점수 등으로 논란이 인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2019학년도 자율형사립고 운영성과 평가 계획’ 가운데 일부. ‘교육과정 운영’ 영역에서 “선행학습 실시가 판명될 경우 0점 처리” 방침이 제시되어 있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 ‘집단 평가 거부’를 일으켰던 자사고들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평가지표를 사전에 보완했다고도 밝혔다. ‘학생 전출 및 중도이탈 비율’ 항목에서 ‘전 가족 타시도 이전’ 등 타당한 이유가 있는 전출 또는 중도이탈이라 판단되면 통계에서 제외하도록 했고, ‘교원 1인당 학생수 비율’ 항목에서 정원 외로 채용한 기간제교사, 시간강사, 영어회화전문강사 등도 교원의 범위에 넣도록 했다. 또 ‘학생 1인당 교육비의 적정성’ 항목에서는 선택적인 교육활동에 드는 경비도 교육활동비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하고,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1인당 재정지원 규모’ 항목에서는 ‘사회다양성’ 전형 대상자를 제외하고 ‘기회균등’ 전형 대상자에 대한 지원 규모를 평가하도록 했다. 자사고에서 제기할 수 있는 평가지표의 문제점들을 검토하고 사전에 반영해, ‘공정성’에 만전을 기한 모양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 라이브 | 뉴스룸톡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