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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21 17:31 수정 : 2019.08.16 11:04

21일 오후 홍콩 도심 빅토리아공원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저항의 상징인 노란우산을 펼쳐 들고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행진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전통적 친정부 진영인 홍콩 재계
행정장관 선거인단 4분의 1…정세 영향력 막강
2014년 우산혁명 때와 달리 철저히 침묵

우산혁명은 중국과 직결…시위 반대 목소리 낼 수밖에
반송중 시위는 캐리 람 장관이 촉발…재계도 조례 반대 입장
선거 의식한 친중 진영도 발언 삼가…“람 장관 고립 자초”

21일 오후 홍콩 도심 빅토리아공원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저항의 상징인 노란우산을 펼쳐 들고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행진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7주째로 접어든 홍콩 ‘반송중’(중국 송환 반대) 시위가 광범위한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가운데, 전통적으로 친정부 성향을 보여온 홍콩 재계의 ‘침묵’이 눈길을 끈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21일 보도했다. 홍콩 시민사회는 이날 오후에도 ‘범죄인 인도 조례’ 공식 철회와 캐리 람 행정장관 사임 등을 촉구하며 대규모 도심 행진을 벌였다.

반송중 시위에 앞서 홍콩에서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시위가 이어진 것은 지난 2014년 우산혁명 때다. 중국 중앙정부의 행정장관 간선제 유지 방침 등에 반발해 79일간 도심 점거시위가 이어졌던 당시에, 홍콩 재계는 일찌감치 ‘우려’의 목소리를 내놨다. 점거시위 3주째 만에 홍콩 최대 부호인 리카싱 허치슨홀딩스 전 회장이 시위대를 향해 “충분히 의사를 전달했으니, 이제 그만 가족 품으로 돌아가라”고 호소한 게 대표적이다. 신문은 “우산혁명 때와 현 상황을 비교하면 재계의 침묵이 가장 결정적 차이”라고 짚었다.

홍콩 재계의 영향력은 비단 경제력에 국한되지 않는다. 홍콩 사회 각계의 대표자가 참여하는 행정장관 선거인단 1200명 가운데 재계 몫이 300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재계의 움직임이 홍콩 정세에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반송중 시위가 7주째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껏 홍콩 재계가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신문은 크게 두가지를 꼽았다.

첫째, 우산혁명의 쟁점은 행정장관 직선제를 비롯한 정치개혁 문제다. 중국 중앙정부와 직결됐다는 뜻이다. 반면 반송중 시위는 캐리 람 행정장관이 무리하게 추진한 범죄인 인도 조례가 촉발시켰다. 신문은 “2014년엔 홍콩 재계가 중국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번엔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반송중 조례가 제정되면 재계도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 상공회의소를 비롯해 중소기업인 단체도 조례 추진 초기에 반대성명을 낸 바 있다. 신문은 “람 장관이 재계를 비롯한 각계의 반대여론을 과소평가해 고립을 자초했다”며 “친중 진영에서도 오는 11월 지방선거와 내년 입법회 선거를 의식해 람 장관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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