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02 18:26
수정 : 2019.10.02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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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홍콩시민들이 전날 체포된 시위대를 지지하는 글과 휴대전화 화면을 들고 웨스트쿠룬 법원 앞에 모여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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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홍콩시민들이 전날 체포된 시위대를 지지하는 글과 휴대전화 화면을 들고 웨스트쿠룬 법원 앞에 모여있다. 홍콩/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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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주째 접어든 홍콩시민들의 시위에서 처음으로 총격 피해자가 나오면서 홍콩 사태가 다시 중대한 기로에 섰다. 경찰은 정당방위이자 합법적·합리적 대응이라고 주장하지만, 시민들은 피해자 학교에 집결하는 등 분노가 커져가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시위대에 대한 유혈 진압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중국의 70주년 건국절 행사에 맞서 ‘애도의 날’로 명명하고 홍콩시민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선 1일, 췬완 지역 타이호 거리에서 18살짜리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경찰의 총탄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페이스북 등에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가슴을 발로 찬 경찰한테 쇠파이프로 응수하려는 그를 향해 불과 1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경찰은 주저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총격 직전, 다른 진압경찰이 시위대에 고립돼 위험에 처한 상황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사전경고도 없이 실탄을 사용한 건 반인권적인 과잉 진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인 180여명이 체포되고 100여명이 다친 이날, 경찰은 췬완 외 다른 지역에서도 5번의 실탄 경고사격을 했다고 한다.
중국 베이징에선 하루 종일 화려한 열병식과 행사가 열리며 ‘중화부흥’을 과시한 이날, 1980년 광주를 연상시킬 정도로 격렬했던 홍콩의 모습은 극적인 대조를 이뤘다. 애초 시위를 촉발시켰던 범죄인 인도조례(송환법)는 지난달 초 철회됐지만, 이미 홍콩시민들의 요구는 그를 넘어섰다. 2014년 우산혁명을 넘어 이토록 시위가 오래가는 데엔 중국의 홍콩 정책이 민심을 존중하지 않고 강압적으로 변하는 데 대한 분노와 공포가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폭력 진압과 실탄 사용은 더 큰 충돌을 불러, 걷잡을 수 없는 유혈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실탄 발사의 적절성을 따지기 위한 진상조사를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진행하는 한편, 홍콩 당국은 대화에 긴급하게 나서야 한다. 더는 피를 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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