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헬싱키대 수의과대학 연구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소강상태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발병 원인과 전파 경로를 정확히 찾지 못한다면, 확산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발병 원인과 전파 경로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멧돼지인데, 일부에선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 민통선 내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그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 그러나 멧돼지의 습성이나 외국 사례를 종합해보면, 멧돼지가 우리 남방한계선 철책을 통과해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또한 감염매개체로 진드기나 곤충이 지목되기도 하는데,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이런 것들이 최근 유럽 국가에서 전파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와 무관하거나 상관관계가 미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보다는 지금까지 발병 농가 주변에서 멧돼지가 감염된 사례가 아직 보고되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감염축과의 물리적인 접촉이나 감염축의 분비물에서 배출되는 바이러스를 직접 접촉하면서 전염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감염된 돼지는 심한 고열 증상을 보이다가 3~7일 이내에 폐사하게 되는데, 야생에서 돼지는 고열로 몸 상태가 불편해지면 이동하지 않고 은신처를 찾아 그 자리에 머무는 특성이 있다. 이 경우 감염된 돼지에 남아 있는 바이러스는 멀리 확산되지 않고, 돼지가 폐사한 뒤에는 그 자리에서 스스로 소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지역 발병, 전파의 원인이 멧돼지였다면, 감염된 멧돼지 사체들이 주변 지역에서 발견됐어야 할 것이다. 동유럽, 중국, 베트남의 발병 사례와 관련 연구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수입 돈육의 불법 유통에 의해 발병했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살펴봐야 한다. 지난 4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신고하지 않은 돈육을 불법으로 유통한 업체들이 적발됐고, 이렇게 유통된 것들 중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제품도 확인됐다. 이런 불법 수입육들이 외국 식료품 판매업소와 식당뿐만 아니라, 우편물 등을 통해서 유통될 수 있는 가능성을 포함해 이 부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오염 지역을 드나드는 사람의 이동 경로도 봐야 한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확진 농가들이 발표된 경기북부지역에는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가 거주하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사업체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지내다 주말에는 파주의 종교시설에서 다른 외국인 근로자와 교류시간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사나 방역을 위해 움직이는 관계기관 공무원, 취재기자 등도 전파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동유럽 사례에서도 처음에는 야생 돼지가 전파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를 분석한 결과 야생 돼지들의 이동 경로가 아닌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로를 따라 전파된 것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최근 유럽에서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가축수송차량이 바이러스 전파 원인 중 첫번째로 꼽혔다. 따라서 확진 농가를 드나드는 가축, 사료, 분뇨 차량의 이동 경로뿐만 아니라, 이런 차량이 농가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적재 장소에 대한 차단방역과 소독조치가 적절히 취해졌는지 점검해야 한다. 또한 최근 벨기에 사례를 보면, 차량 타이어 표면의 홈이나 사람의 신발 밑창의 홈에서 바이러스들이 생존하여 증식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이런 부분까지도 소독이 철저히 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최근 국내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폭락한 사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업계에선 일시이동중지와 해제에 따른 공급 과잉이 있었고, 여기에 소비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을 가격 하락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동유럽 국가에서는 농가에서 돼지들이 폐사하자 경매시장에 물량이 급증하면서 가격이 떨어졌고, 이때 시장에도 값싼 고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연구에 참여한 독일 프리드리히 뢰플러 연구소의 클라우스 데프너 박사는 여기에서 감염된 고기가 유통된 것이 바이러스 전파 경로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바이러스가 사료를 통해 전파될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미국 캔자스주립대 메건 니더워더 박사 연구팀은 한달간 항해하는 원료사료 수송 선박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생존기간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선박에 있던 식물성 사료에서 바이러스가 한달 동안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사료 내 바이러스의 반감기는 9일에서 최대 2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양돈 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수입 국가 중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국가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사료를 통한 전파 가능성도 보다 면밀히 점검해 보아야 한다.
왜냐면 |
[왜냐면] 아프리카돼지열병의 발병원인과 전파경로 / 윤진현 |
핀란드 헬싱키대 수의과대학 연구원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소강상태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발병 원인과 전파 경로를 정확히 찾지 못한다면, 확산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발병 원인과 전파 경로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멧돼지인데, 일부에선 경기도 연천군과 강원도 철원군 민통선 내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그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다. 그러나 멧돼지의 습성이나 외국 사례를 종합해보면, 멧돼지가 우리 남방한계선 철책을 통과해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또한 감염매개체로 진드기나 곤충이 지목되기도 하는데, 유럽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이런 것들이 최근 유럽 국가에서 전파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와 무관하거나 상관관계가 미약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보다는 지금까지 발병 농가 주변에서 멧돼지가 감염된 사례가 아직 보고되지 않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감염축과의 물리적인 접촉이나 감염축의 분비물에서 배출되는 바이러스를 직접 접촉하면서 전염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감염된 돼지는 심한 고열 증상을 보이다가 3~7일 이내에 폐사하게 되는데, 야생에서 돼지는 고열로 몸 상태가 불편해지면 이동하지 않고 은신처를 찾아 그 자리에 머무는 특성이 있다. 이 경우 감염된 돼지에 남아 있는 바이러스는 멀리 확산되지 않고, 돼지가 폐사한 뒤에는 그 자리에서 스스로 소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지역 발병, 전파의 원인이 멧돼지였다면, 감염된 멧돼지 사체들이 주변 지역에서 발견됐어야 할 것이다. 동유럽, 중국, 베트남의 발병 사례와 관련 연구에 비추어 볼 때, 우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수입 돈육의 불법 유통에 의해 발병했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살펴봐야 한다. 지난 4일 정부 발표에 따르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신고하지 않은 돈육을 불법으로 유통한 업체들이 적발됐고, 이렇게 유통된 것들 중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유전자가 검출된 제품도 확인됐다. 이런 불법 수입육들이 외국 식료품 판매업소와 식당뿐만 아니라, 우편물 등을 통해서 유통될 수 있는 가능성을 포함해 이 부분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오염 지역을 드나드는 사람의 이동 경로도 봐야 한다.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확진 농가들이 발표된 경기북부지역에는 상당수 외국인 근로자가 거주하고 있고, 이들은 대부분 사업체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지내다 주말에는 파주의 종교시설에서 다른 외국인 근로자와 교류시간을 갖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조사나 방역을 위해 움직이는 관계기관 공무원, 취재기자 등도 전파 매개체가 될 수 있다. 동유럽 사례에서도 처음에는 야생 돼지가 전파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바이러스의 전파 경로를 분석한 결과 야생 돼지들의 이동 경로가 아닌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로를 따라 전파된 것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최근 유럽에서 발병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가축수송차량이 바이러스 전파 원인 중 첫번째로 꼽혔다. 따라서 확진 농가를 드나드는 가축, 사료, 분뇨 차량의 이동 경로뿐만 아니라, 이런 차량이 농가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적재 장소에 대한 차단방역과 소독조치가 적절히 취해졌는지 점검해야 한다. 또한 최근 벨기에 사례를 보면, 차량 타이어 표면의 홈이나 사람의 신발 밑창의 홈에서 바이러스들이 생존하여 증식하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이런 부분까지도 소독이 철저히 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최근 국내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폭락한 사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업계에선 일시이동중지와 해제에 따른 공급 과잉이 있었고, 여기에 소비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을 가격 하락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동유럽 국가에서는 농가에서 돼지들이 폐사하자 경매시장에 물량이 급증하면서 가격이 떨어졌고, 이때 시장에도 값싼 고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연구에 참여한 독일 프리드리히 뢰플러 연구소의 클라우스 데프너 박사는 여기에서 감염된 고기가 유통된 것이 바이러스 전파 경로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바이러스가 사료를 통해 전파될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 미국 캔자스주립대 메건 니더워더 박사 연구팀은 한달간 항해하는 원료사료 수송 선박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의 생존기간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선박에 있던 식물성 사료에서 바이러스가 한달 동안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사료 내 바이러스의 반감기는 9일에서 최대 2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양돈 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수입 국가 중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국가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사료를 통한 전파 가능성도 보다 면밀히 점검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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