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0 17:16
수정 : 2019.09.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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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들이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경기도 화성 황계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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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혈액형 확신이 33년 동안 장기미제 불렀나’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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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관계자들이 1987년 1월 5차 사건 현장인 경기도 화성 황계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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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엔에이(DNA) 검출을 통해 33년 만에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아무개(56)씨가 특정된 가운데, 이씨의 혈액형과 경찰이 과거 유력하게 용의선상에 둔 혈액형이 다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 지난 18일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한 이씨는 1994년 1월 처제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995년 7월14일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4년째 수감중이다. 그런데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이씨의 혈액형이 오(O)형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의 2심 법원인 대전고등법원은 1994년 9월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사체가 있었던 현장에서 수거된 유류 모발 중 피고인(이씨)의 혈액형과 같은 오형의 두모 2점, 음모 1점 등이 수거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30여년 전 사건을 수사한 수사팀은 용의자의 혈액형을 비(B)형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당시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과 모발, 정액 등에서 비형이 자주 검출됐기 때문이다. 실제 당시 경찰이 범행 현장에서 확보한 유류 물품에서는
오형, 에이(A)형, 에이비(AB)형, 비형 등 네 가지 혈액형이 모두 검출됐는데, 이 가운데 피해자의 혈액형을 제외하면
비형이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다. 당시 현장수사 책임자 하승균(73) 전 총경의 2003년 저서 <화성은 끝나지 않았다>에 담긴 수사 기록을 보면, 1986년 10월20일 발생한 2차 사건, 같은해 12월14일 발생한 4차 사건, 1987년 1월10일 발생한 5차 사건, 1990년 11월15일 발생한 9차 사건, 1991년 4월3일 발생한 10차 사건 등의 현장에서 비형이 검출됐다. 2차 사건에서는 우유갑과 모발, 담배꽁초 등에서, 4차 사건에서는 혈흔과 모발 등에서, 5차 사건에서는 음모와 피해자의 블라우스 끈에서, 9차와 10차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교복 상의와 양말 등에서 추출된 정액에서 비형이 검출됐다. 피해자의 혈액형은 2차 사건에서 오형, 4차 사건에서 비형으로 확인됐다. 5차 사건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에 이씨를 특정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속옷 등에 묻은 땀 등에서 이씨의
디엔에이가 검출된 사건은 5차와 7차, 9차 사건이다.
디엔에이 검출이기 때문에 이씨가 범인일 가능성이 여전히 매우 크다는 점을 고려해도, 당시 수사가 특정 혈액형에 몰입하는 바람에 33년 동안 장기미제로 흐른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사건을 수사 중인 나원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과장은 이에 대해 “디엔에이와 혈액형의 정확도는 태양과 촛불의 차이만큼 압도적”이라며 “과거 수사에서 비형의 가능성을 가지고 참고 수준으로 수사한 건 맞지만 단정한 적은 없다. 198~90년대 혈액형 분석 기법은 정확성이 떨어진 데다 온전한 혈액이 아니라 혈흔으로 분석한 것이어서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하 전 총경도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혈액형은 비형이 맞지만 범인의 것이라고 특정한 적은 없다. 범인의 것일지 모른다고 추정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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