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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9 05:01 수정 : 2019.10.09 07:08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설치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범행 자백한 화성 용의자 이씨
상황 상세 진술…‘진범 논란’ 증폭

범인 확정돼 복역 윤씨 주장 일관
“가혹행위로 허위자백…재심 준비”

DNA 분석 가능 증거물 이미 폐기
경찰수사서 재심 요건 찾을지 촉각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설치된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모방범죄’로 결론 난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을 둘러싼 ‘진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아무개(56)씨가 경찰에 ‘이웃집에서 (피해자를) 성폭행·살해했다’는 등의 구체적 범행 정황을 자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거 수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당시 증거가 모두 폐기돼 물증 없이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을 복역한 윤아무개(52)씨는 “억울하다”며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8일 기자들과 만나 “용의자 이아무개씨가 화성 8차 사건을 자신이 살던 바로 뒤의 집에서 벌였다고 자백했다”며 “당시 피해자 집 주변에 살던 주민의 체모 500개 이상을 채취해 혈액형을 분석했지만, 이씨는 혈액형이 오(O)형이어서 용의선상에서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를 분석한 결과, 용의자의 혈액형은 비(B)형으로 나왔다. 윤씨도 피해자 집 근처에 살았고, 비형이었다.

이씨가 범행이 발생한 구체적인 지점까지 진술한 가운데, 범인으로 확정돼 복역한 윤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윤씨를 만났고, 그는 ‘(범인이 아니었는데) 억울하다’는 내용의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윤씨도 이날 충북 청주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몰려든 취재진에게 “억울했을 당시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며 “재심을 준비하고 있다. 가족과 상의해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런 논란을 끝내기 위한 증거가 현재로선 없다는 점이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면, 일반 사건서류의 보존 기간은 최장 20년이다. 8차 사건 확정판결이 난 날은 1990년 5월8일로 20년 뒤인 2011년 이후 모두 폐기됐다. ‘신뢰도 99.9%’라는 디엔에이(DNA) 분석법을 이용할 수 없는 형편이다. 경찰 관계자는 “8차 사건 관련 증거물은 모두 검찰로 넘어갔지만 모두 폐기돼 당시 증거물을 통한 디엔에이 분석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사건 판결문 등을 근거로 당시 어떤 증거물이 있었는지 추정해 이를 이씨의 자백과 맞춰보는 식으로 이 사건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윤씨에 대한 ‘재심’이 열릴 수 있을지도 관심을 끈다. 형사소송법은 유죄가 확정 선고된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되거나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거물이 위·변조 또는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등의 사유가 있어야 한다. 결국 화성사건 용의자 이씨의 자백에 따른 경찰 수사에서 ‘새로운 증거’가 나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재심사건 전문 변호사로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는 “과거 수사는 증거보다는 조서를 꾸미는 데 집착했다. 이를 위해 가혹 행위도 빈번했다.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서 요건이 갖춰지면 재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988년 9월16일 일어난 화성 8차 사건은 당시 13살이었던 박아무개양이 자신의 집에서 성폭행·피살된 사건이다. 이는 이씨가 저지른 것으로 확인된 화성 7차 사건(1988년 9월7일)이 일어난 지 9일 만에 벌어졌다.

김기성 오윤주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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