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 주최 7차 촛불집회가 28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려 참가 시민들이 촛불로 파도를 만들며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정치 막전막후 287
28일 저녁 서초동 검찰청사 앞 촛불집회 열기
“조국 사퇴 관계없이 검찰 개혁 철저히 해야”
“검찰 수사 과도하다” 여론 49.1%로 더 많아
검찰 무리한 수사로 문재인 대통령 퇴로 차단
야당·언론·검찰 ‘오버’로 조국 사태 역풍 조짐
대통령 긍정 평가 반등···당 지지도 변화 없어
조국 수렁에 빠진 자유한국당 총선 전략 실종
언론도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신뢰 하락 자초
정경심 교수 소환 및 영장 ‘1차 분수령’ 될 듯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 주최 7차 촛불집회가 28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려 참가 시민들이 촛불로 파도를 만들며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8일 저녁 서울 서초구 서초동 검찰청사 일대 도로에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주최 측은 참가 인원을 처음에는 80만명으로 추산했다가 150만명으로 수정했습니다. 예정했던 행진도 사람이 너무 많아 취소했습니다. 경찰은 숫자를 내놓지 않았습니다.
전국에서 모여든 집회 참가자들의 요구 사항은 단 한 가지, ‘검찰 개혁’이었습니다. 이날 촛불집회를 계기로 이번 사태의 본질이 ‘조국 사태’에서 ‘검찰 사태’로 뒤바뀐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그동안의 경과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교수를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것은 8월 9일이었습니다. 8월 19일부터 언론에서 조국 후보자 가족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장외 집회를 열어 조국 후보자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국 후보자가 자진해서 사퇴하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검찰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습니다. 국회에서 여야가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에 합의한 상태였던 8월 27일 검찰이 갑자기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산대 의전원 등을 압수 수색을 했습니다. 9월 2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되면서 조국 후보자가 기자 간담회를 했습니다. 9월 3일 검찰이 또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사무실을 압수 수색을 했습니다. 9월 6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고 검찰이 그날 밤 정경심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전격 기소했습니다. 정치적 사안인 장관 임명 절차가 법적 사안으로 변질한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민 끝에 9월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며 그 이유를 국민에게 직접 설명했습니다. “인사청문회까지 마친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검찰은 검찰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에 검찰은 정면대응으로 맞섰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로 나간 사이 9월 23일 조국 장관 집을 11시간 동안 압수 수색을 했습니다. 9월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국 장관이 압수수색을 하던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야당 의원의 폭로로 드러났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내놓아 검찰의 과잉 수사를 질타했습니다. 대검찰청은 곧바로 “검찰은 헌법 정신에 입각해 인권을 존중하는 바탕에서 법절차에 따라 엄정히 수사하고 국민이 원하는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응수했습니다.
결국 검찰의 법무부 장관 임명 개입으로 시작된 정부·여당과 검찰의 마찰이 점점 강도를 높여가다가 마침내 대통령과 검찰의 정면충돌로 치닫게 된 모양새입니다.
청와대 기류에 밝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카드를 접을 수 있는 몇 차례의 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의혹이 제기된 초기, 장관 임명 직전, 그리고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등입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검찰이 압수수색, 기소 등 무리한 행동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 여지를 없애고 퇴로를 가로막았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에 찬성했던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의원들도 뒤늦게 윤석열 총장 비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입니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 주최 7차 촛불집회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려 참가 시민들이 손팻말을 들어 보이며 검찰 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진노나 불쾌감이 28일 저녁 촛불집회에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검찰의 행태를 보고 “검찰을 이대로 두면 안 되겠다”고 분노한 민심이 표출된 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촛불집회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참석자 중에는 조국 장관을 지켜야 한다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조국 장관의 사퇴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 개혁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런 기류는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납니다. <오마이뉴스>가 의뢰해 리얼미터가 실시한 지난 9월 24일 여론조사에서 조국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는 답변이 49.1%, 적절하다는 답변이 42.7%였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조국 장관 임명에 대한 반대 여론이 여전히 높은 상태에서 매우 이례적인 결과입니다. 조국 장관 임명에는 반대하지만,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다는 방증입니다.
그런가 하면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조국 사태 초기에는 확실히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는데, 검찰 수사가 너무 지나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조국 장관을 사퇴시켜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조금씩 늘고 있다”고 민심을 전했습니다. 조국 장관을 밀어내려는 검찰의 과잉 수사가 오히려 조국 장관 찬성 여론을 높여주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행정안전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했던 이진수 씨가 촛불집회 이틀 전 이런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개’라는 제목입니다.
나는 개를 싫어한다. 날 좋은 날, 중랑천이나 당현천을 걸으면 온통 '개판'이다. 작은 개는 아무 때나 짖는다. 산책의 적요를 방해한다. 큰 개는 존재 자체가 공포다. 소싯적에 도베르만에게 허리를 물린 기억 때문이다. 식은땀이 난다.
그런데도 가끔 개 프로그램을 나도 모르게 보고 있다. 개통령인가 하는 이가 개를 다루는 걸 보면 탄복하게 된다. 온갖 ‘문제 개’들을 교정한다. 훈련사가 개를 교정하는 방법은, 내가 볼 때 두 가지 원리다. 하나는 개가 그러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다 이유가 있다. 대부분은 개 주인이 잘못 길들인 탓이 크다. 둘째는 신상필벌이다. 주인이 원하는 대로 개가 행동하면 간식을 주고, 안 하면 외면하는 식이다. 모든 개는 그렇게 고쳐질 수 있다.
검찰은 개다. 개 주인인 국민이 오랫동안 개를 잘못 길들였다. 그 바람에 주인을 지키거나, 반려하기는커녕 시도 때도 없이 아무한테나 짖고, 문다. ‘개는 원래 물라고 있는 거예요.’라 든가, ‘우리 개는 안 물어요.’라 든가, ‘사람이 물릴 짓을 했으니 문 거죠’라는 말은 하지 말라. 얘기만 길어질 뿐, 다 개소리다.
개 관리 제도가 점점 갖추어지고 있다. 목줄이나 입마개 착용 의무화에 이어, 9월부터 등록 안 된 개는 견주에게 과태료를 물리고, 맹견 견주에게는 교육 이수를 의무화했다.
검찰의 주인은 국민이고. 국민이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라고 학자 출신 장관을 먼저 보내 관리 방안을 만들었다. 이제 실행 단계다. 우선 목줄부터 걸어야 한다. 그래서 목줄 걸 훈련사를 보내려 했더니 역시나 저항이 장난 아니다. 부부 교수에 부자니 어찌 약점이 없겠는가? 어쩌면 그리도 개는 인간의 약점을 잘 아는지 정확하게 그 지점을 찾아 물고 늘어지고 있다.
나는 개를 싫어한다. 무섭기도 하다. 주말엔 서초동에 가보려 한다.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싶다. 사람은 개를 잘 길들여야 할 의무가 있다.
검찰을 개에 비유한 것에 대해 이번 수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대다수 일선 검사들은 무척 기분이 나쁠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 검찰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은 검사들이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를 향한 것입니다.
28일 저녁 서초동 촛불집회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별다른 논평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전직 한나라당-새누리당 재선 의원은 이날 저녁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글을 보냈습니다.
박근혜 탄핵을 밀어붙인 조직화된 좌파 세력이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대규모로 모였군요. 민주당과 좌파 세력은 내일 아침 이 세 과시를 두고 득의양양해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집단화된 좌파 세력이 조작된 여론을 바탕으로 탄핵을 어떻게 밀어붙였는지 봤습니다. 또 지금 만천하에 드러난 범죄 사실을 비호하며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똑똑히 보게 될 것입니다. 침묵하는 다수의 대단한 역풍이 불어올 것으로 믿습니다. 이 역풍은 내년 총선에서 태풍으로 변할 것입니다.
침묵하는 다수의 역풍을 기대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모여든 대규모 인파가 바로 ‘침묵하는 다수의 역풍’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조국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또 여론조사에서 처음에는 조국 장관 반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줄어드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한 것이 처음부터 잘못된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법무부 장관 한 자리를 놓고 온 나라가 이렇게 난리를 친 적은 없습니다.
저는 조국 사태를 이렇게까지 키운 데는 야당과 언론과 검찰에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설명했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애초 조국 사태를 ‘꽃놀이패’로 생각했습니다. 처음에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아주지 않고 질질 끈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조국 규탄 장외 집회를 열어도 당 지지도가 오르지 않자 당황하기 시작했습니다. 거기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하자 혼란에 빠졌습니다. 마침내 황교안 대표 삭발이라는 자해적 처방까지 들고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지지도는 오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9월 넷째 주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1%, 부정 평가는 50%였습니다. 지난주보다 긍정은 1%포인트 상승했고 부정은 3%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37%, 무당층 27%, 자유한국당 23%, 바른미래당·정의당 6%였습니다. 지난주보다 모든 정당이 1%포인트씩 떨어졌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조국 사태가 더는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나 정당 지지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수도권의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조국 사안은 이미 끝났다고 봐야 하는데 당이 조국에 너무 깊이 매몰된 것 같아서 걱정”이라며 “이제는 경제 대안을 마련하고 보수 통합이나 물갈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유린 중단과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직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검증 보도는 정당한 것입니다. 하지만 조국 장관 후보자와 가족에 대한 언론의 검증 보도가 너무 많다 보니 정확한 내용과 부정확한 내용이 뒤섞이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일부 언론은 무책임한 보도를 일삼아 신뢰 하락을 자초했습니다.
이른바 보수 신문의 논객들은 “개·돼지” “동물농장” “사이비 진보” 등 자극적인 언어로 문재인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조국 장관을 공격했습니다. 누군가를 비판할 때 불필요하게 거친 표현을 사용하면 적의만 드러내고 설득력이 오히려 떨어지는 법입니다.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역풍이 더 강하게 불어 조국 장관에 대한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더 많아질까요? 그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민심은 불처럼 타오르기도 하지만 얼음처럼 냉정하기도 합니다.
결국 검찰이 조국 장관에 대한 수사 결과를 어떻게 내놓느냐에 따라 갈릴 것 같습니다. 검찰이 조국 장관과 가족들의 확실한 비리를 찾아내고 조국 장관이 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장관직을 내려놓아야 할 것입니다. 반대로 검찰의 수사 결과가 부실하면 조국 장관은 법무부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며 강도 높은 검찰 개혁을 추진하게 될 것입니다.
1차 분수령은 정경심 교수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 및 영장 청구 여부, 그리고 법원의 영장 발부 여부가 될 것 같습니다. 정경심 교수가 만약 구속된다면 조국 장관이 버티기 어려울 것입니다. 구속 수사는 형사소송 절차에 불과하고 무죄 추정의 원칙도 있지만, 영장 발부는 법원의 판단을 거친 것인 만큼 국민은 일단 유죄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큽니다.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몇 차례 소환할 것인지도 관심입니다. 검찰 수사는 이미 너무나 많은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어마어마한 범죄 집단 수사에도 이 정도 수사 인력과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검찰이 더는 시간을 끌면 안 됩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이런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습니다. 조국 사태에 대해 정부 당국자의 가장 균형 잡힌 시각인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국민의 느끼는 분노와 허탈감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우리 사회가 공정한가에 대한 깊은 회의가 국민 사이에서 싹텄고 특히 가진 사람들이 제도를 자기의 기회로 활용하는 일들이 많이 번지고 있다는 데 분노하고 있다고 짐작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는 헌법 위반 아닌가?
“인사권이 잘못 행사됐는지는 지금 나와 있는 수많은 의혹 중에 어떤 것이 진실인가에 따라 가려질 것이다. 관련된 진실이 가려지는 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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