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9.29 20:50
수정 : 2019.09.30 10:53
|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 주최 7차 촛불집회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려 참가 시민들이 ‘정치 검찰 물러나라‘ 등의 손팻말을 들어올리며 검찰 개혁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
검찰, 촛불집회 반응
촛불집회 다음날 윤 총장 입장문
“검찰개혁 위해 최선 다할 것”
검찰 내부 ‘촛불 수긍 못해' 반응 많아
수사 오래 끌면 부담 커질 수밖에
관련자 소환 일정 등 조정 불가피
전문가 “빨리 잘 마치는 게 살길”
|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 주최 7차 촛불집회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려 참가 시민들이 ‘정치 검찰 물러나라‘ 등의 손팻말을 들어올리며 검찰 개혁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
3년 전 ‘최순실 국정농단’ 촛불 이후 최대 규모 인파가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모여 검찰개혁 촛불을 들자,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개혁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개혁에 저항하기 위해 검찰이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반박하고 나선 셈이다. 검찰 수뇌부에서는 ‘촛불집회가 전체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기류도 읽히지만, 논란의 중심에 오래 서 있을수록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최대한 빠른 속도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윤석열 “검찰개혁 뜻 충실히 받들 것”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이튿날인 29일 대검은 ‘검찰개혁에 관한 검찰총장의 입장’을 내어 “검찰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이러한 입장을 수차례 명확히 밝혀왔고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시민들이 나서 ‘검찰개혁’을 주문하자 ‘개혁의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런데 이미 그러겠다고 밝히기도 했잖냐’고 답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여권이 자꾸 조국 장관 일가 수사를 검찰의 반개혁·저항으로 모는 일종의 ‘프레임 덧씌우기’를 하는데 (윤 총장이) 그런 수사도 아니고, 그럴 생각도 없다는 걸 분명히 한 것”이라며 “형사소송법에 검사는 범죄를 인지하면 수사하게끔 돼 있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 윤 총장은 지난 7월8일 인사청문회 머리발언을 통해 “검찰개혁 논의는 이미 입법 과정에 있고 그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임을 잘 알고 있다”며 “검찰은 제도의 설계자가 아니라 정해진 제도의 충실한 집행자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원칙적으로 검찰개혁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내부에서도 “개혁 저항용 수사 말 안돼”
실제 검찰 내부에서는 조 장관에 대한 수사를 검찰개혁과 엮어 검찰을 비판하는 촛불시민들의 목소리를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이미 윤 총장이 나서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했고, 내부적으로도 ‘(국회에서) 정해지는 대로 따르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는 것이다.
조 장관 관련 수사는 고발에 의해 진행됐고, 조 장관의 5촌조카가 구속되고 조 장관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 등 범죄 혐의가 드러나는 과정인 만큼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직무유기가 아니냐는 반문도 나온다. 지방검찰청 한 부장검사는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은 국회를 통해 하는 것이고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다. 검찰이 이에 저항하기 위해 조 장관을 수사한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개혁을 앞세웠지만 사실상 조 장관에 대한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 검찰개혁의 최종 목표다. 그런데 여권에서는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자 반개혁이라고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 ‘최대한 빨리 수사 진행’ 전망
하지만 국민 절반 이상이 조 장관을 향한 검찰 수사가 과도하다며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데다 일부가 촛불집회로 ‘행동’에까지 나선 만큼 내부적으로 일부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조 장관 수사가 극심한 국론분열로 이어지고 시민들의 직접 항의를 받은 만큼,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수사를 진행하고 결론을 내지 않겠냐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조 장관 쪽과 각종 의혹의 핵심에 있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특수통 출신 한 변호사는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 수사와 달리 이 사건은 사람 위주의 수사라 비교적 사안이 간단하고 등장인물이 많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며 “수사를 빨리 잘 마치는 것만이 검찰이 살길”이라고 분석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도 “정치적이고, 고위층 관련 사건일수록 최대한 빨리 털어야 하는데, 계속 수사를 확대해가는 모습만 보였다”며 “11시간 압수수색의 경우도 영장을 두차례나 더 받았다는데, 애초 그렇게 허술하게 준비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찰청 주변에서는 검찰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조 장관과 관련된 ‘핵심 카드’(중요한 범죄 혐의)를 내놓아 분위기 반전을 꾀할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우리 강희철 기자
ecowoori@hani.co.kr
|
검찰개혁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 주최 7차 촛불집회가 28일 저녁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열려 참가 시민들이 촛불로 파도를 만들며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