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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4 19:40 수정 : 2019.10.06 07:27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의 출석에 대비해 중계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정씨는 이날 몸이 아프다며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인권 진일보·알권리 위축 양 측면
정경심씨 ‘특혜소환’ 논란 일자
모든 피의자·참고인 비공개로
권력형 사건 ‘깜깜이 수사’ 우려
국회의원·재벌 회장 등 최대 수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씨의 출석에 대비해 중계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정씨는 이날 몸이 아프다며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검찰이 참고인,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규정상 공개 소환 대상인 고위공직자나 국회의원, 대기업 회장 등 이른바 ‘공인’의 소환도 공개되지 않는다. 검찰은 인권보호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유력 인사가 낀 권력형 사건 등에 대한 언론의 견제 기능이 약화되고 국민의 알 권리도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이날 오전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낸 사실을 기자들에게 알린 서울남부지검은 “앞으로는 출석 통보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비공개 소환을 놓고 특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검찰이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 내놓은 조치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대검찰청은 4일 오전 “윤석열 검찰총장은 사건 관계인에 대한 공개 소환을 전면 폐지하고, 수사 과정에서 이를 엄격히 준수할 것을 전국 검찰청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대검 관계자는 “수사를 완전히 폐쇄된 깜깜이 상태에서 한다는 게 아니라, 사건 관계인이 검찰에 출석하는 상황에서 언론에 사전공개돼 받을 수 있는 인권침해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의 지시는 곧바로 시행돼, 검찰은 이날부터 공인을 포함한 모든 사건관계인의 소환 일시를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2010년 법무부 훈령으로 제정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 18조를 보면, 공인의 소환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대검 관계자는 “수사공보준칙은 공인의 경우 브리핑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재량을 뒀다. 검찰은 이를 하지 않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공개 소환에서 벗어나는 공인은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교육감,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공무원, 정당 대표, 자산 1조원 이상 기업 대표 등이다. 검찰은 그동안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공인의 소환 일시를 공개했고, 취재진은 검찰청 현관에서 이들을 촬영·취재했는데 앞으로 이런 보도를 하기 어려워졌다.

법조계 “원칙적으로 바람직”

무죄추정 원칙에 합당한 조처

기소 전 공개적으로 유죄 낙인

가혹한 수사 관행 개선 의미 커

“권력자들이 수혜” 비판

여론 업은 권력자 수사 무뎌질 우려

‘정경심 특혜’ 비판 하루만에 발표

정치적 논란 피할 명분으로 삼아

공개 소환 전면폐지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는 반응이 많다. ‘무죄추정 원칙’에 반하고 ‘공개 망신주기’란 비판이 꾸준히 있어온 문제인 만큼 손을 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한 대검 대변인 출신 변호사는 “당사자로서는 기소도 되기 전에 이미 공개적으로 ‘유죄의 낙인’이 찍히는 문제가 있어 가혹한 관행이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일관된 기준 없이 검찰청마다 검사장 입장에 따라 제각각 다른 판단을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폐지는) 결과적으로 바람직한 일”이라고 환영했다. 수사의 대원칙인 ‘밀행성’, 즉 보안 유지면에서도 잘된 일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러나 이번 조치의 수혜자가 이른바 ‘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반론도 만만찮다. 검찰 관계자는 “국회의원, 재벌 총수 등이 선임료 비싼 ‘검찰 고위직 전관’을 변호사로 쓰는 이유 중 하나가 공개 소환을 막으려는 것”이라며 “앞으로 삼성바이오 수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비공개 소환해도 괜찮은가”라고 말했다. 완전 비공개 소환이 정착하면, ‘여권 실력자’ 등 정치 권력에 취약한 검찰 수사에도 상당한 장애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언론 보도를 지렛대로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던 검찰의 관행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 한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검사들 앞에서 웃으며 팔짱을 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사진 한 장이 그 국면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는 온 국민이 알 것”이라며 “공개 소환이 아니었다면 언론의 그런 감시와 보도가 가능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사장을 지낸 변호사는 “노무현 정부 초기 ‘굿모닝시티’ 수사 때 여권의 엄청난 무마 압력을 버텨낸 것은 당대표 공개 소환 등을 통한 여론의 지지가 큰 힘이 됐다”며 “소환 자체가 비공개로 이뤄지면 특히 여권 수사에서 검찰이 외압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특검과의 ‘형평’ 문제도 있다. 피의자는 물론 참고인까지 대부분 공개 소환해온 역대 특검의 관행에 비추어 ‘검찰 따로, 특검 따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사례인 2016년 ‘국정농단 특검’은 소환 대상의 공개는 물론 피의사실이 포함된 수사상황 브리핑까지도 법에 의무로 규정한 바 있다. 특수부 출신 변호사는 “검찰청사와 달리 특검은 외부 사무실을 빌려 쓰기 때문에 소환자를 비공개로 하기가 불가능에 가깝다”며 “결과적으로 검찰 소환자는 인권이 보호되고 특검 소환자는 그렇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의 지시가 정 교수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소환 조사를 앞둔 상황에서 나온 것을 두고, 검찰이 정치적 논란을 의식해 이를 피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3일 규정상 공개 대상이 아닌 정 교수를 비공개 소환했는데, 야당 등은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 등 사례와 비교해 ‘특혜 소환’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규정상 공개 대상인 조 장관도 조만간 불러 조사할 수 있어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법무부가 기존 공보준칙을 대체해 만든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도 담겨, 조 장관 수사가 마무리된 뒤 시행될 예정이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검찰이 정 교수를 소환하면서 정 교수 쪽 편의를 최대한 봐준 측면이 있다”며 “검찰로서는 이런 논란을 의식해 검찰개혁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대검 관계자는 “지난 8월부터 대검에 ‘수사공보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여러 개선책을 논의해왔다”며 “계기가 어떻더라도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안으로 개선책이 마련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우리 강희철 고한솔 이주빈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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