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30 21:17
수정 : 2019.10.3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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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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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내용 자의적 해석 가능해
언론활동 위축 악용 가능성
검사 명예훼손조차 오보 간주
기자들 “비판·감시 차단”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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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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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오보를 낸 언론사 기자의 검찰청 출입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무부 훈령을 제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오보의 판단 기준이 또렷하지 않고, 검사의 명예를 침해한 오보를 출입 제한 대상으로 명시했다.
법무부가 30일 공개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33조를 보면 “사건 관계인이나 검사 또는 수사 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는 검찰청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 이런 내용은 법무부가 지난 9월 기존 수사공보준칙의 개정 작업을 추진하면서, 의견 수렴을 위해 각 언론사나 기자협회 등에 전달한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법무부가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의 인권 보호를 명분으로 공보 규정을 바꾸면서 은근슬쩍 검사를 포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보 규정을 새로 만들자고 한 이유가 피의자, 참고인 등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검사가 그 대상으로 슬쩍 끼어들어간 느낌”이라며 “법무부가 검사들을 달래기 위해 넣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보의 기준을 어떻게 세우고 누가 판단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어떤 절차와 방법으로 보도된 기사가 오보라고 결정할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검찰이 언론 보도 내용을 오보라고 특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도 “오보의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 이 때문에 기존 규정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보도 내용에 따라 법무부나 검찰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해, 언론 활동을 위축하는 용도로 쓰일 가능성도 있다.
법무부는 “현행 수사공보준칙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며 “개정안에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수정·보완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안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부 설명대로 현행 수사공보준칙에는 “오보 또는 추측성 보도를 한 기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법무부는 이를 근거로 새로운 규정이 기존 규정보다 완화됐다는 태도다. 그러나 새 규정은 ‘사건 관계인과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로 오보 대상을 분명히 하고, ‘명예나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내용도 구체화해 실제 적용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보 기자 출입 제한’에 대해 법조 기자들은 “제대로 된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 “검찰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최우리 황춘화 박준용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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