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08 18:19
수정 : 2019.11.09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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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선서식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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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긴장완화·안전망 확충 성과
경제·민생, 여건 악화 속 실책 아쉬워
인사 실패·대결 정치 반복 곱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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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0일, 국회에서 열린 취임선서식에서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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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 임기가 9일로 반환점을 돌았다. 광장에서 분출한 국민적 요구를 받들어 ‘나라다운 나라’, ‘공정과 정의’, ‘평화의 한반도’를 내건 정부의 성적표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성과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나라 안팎의 녹록잖은 상황과 정부의 실책이 맞물리면서 국민적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가장 아픈 건 경제·민생 분야일 것이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혁신성장을 기조로 삼은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소수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과거 성장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성격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기초연금, 아동수당 확대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무상교육 확대와 ‘문재인 케어’로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이는 정책은 일정한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 폭과 속도를 두고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자영업의 위축세와 맞물리면서 빛이 바랬다. 국회 기능의 마비 탓이긴 했지만, 공정경제와 직결되는 재벌 개혁 관련 법안들이 답보 상태인 점도 아쉽다.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크게 올라 주거 안정성이 떨어지고 서민층과 젊은이들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는 현실은 특히 큰 숙제다. 미-중 무역분쟁을 비롯한 대외 여건 악화와 경기 위축세 속에서도 긴축 재정으로 일관해 경기 하강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대목은 처절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
정부는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하되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고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정치 공세에 가까운 무차별적 비판에 흔들려 초심을 잃었다가는 개혁과 성장 모두 놓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낡은 방식의 성장 모델로 돌아가선 안 된다.
외교·안보 분야는 안타깝고 아쉬운 지점이다. 임기 첫해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반도 긴장은 평창 겨울올림픽에 북한이 참가함으로써 극적인 반전을 이루었고,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의 큰 전환점을 만들었다. 그러나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북·미의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교착 국면을 이어가면서 벅찬 감동은 빛이 바랬다. 남북관계도 북-미 관계와 연동돼 발이 묶인데다 ‘금강산 남쪽 시설 철거’ 논란 등 최근에는 뒷걸음질 치는 듯한 모습마저 보인다. 정부는 집권 초기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북-미 협상의 촉진자·중재자 구실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남북관계도 과감한 발상과 새로운 상상력을 발동시켜 돌파해야 한다.
정치의 영역은 부족함이 많았다.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패스트트랙 추진 등 선택적 여야 협치가 성사됐지만, 전반적으로 대결의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무력화하려는 자유한국당의 발목잡기 탓이 크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소통과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야당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게 아닌지도 돌아봐야 한다. 잇단 인사 실패, 특히 ‘조국 사태’로 촛불 정부의 공정성·정의에 회의를 부르고, 탄핵당한 보수세력의 재결집 명분을 준 점은 끊임없이 곱씹고 성찰해야 한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가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한다. 정권 출범 초반 검찰개혁·경제개혁 과제를 힘있게 밀어붙이지 못한 채 실기했다는 것이다. 수긍할 대목이 많은 지적이나 아직 늦지는 않았다. 지금이야말로 냉정하고 처절한 반성과 성찰이 절실한 때다. 원칙을 지키며 실책을 반복하지 않는 주도면밀한 전략으로 2년 6개월 임기 후반기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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