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4 18:51
수정 : 2019.12.05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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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4일 오후 청와대로 차량이 출입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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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어제 오전 자료 확보 나서
전 특감반원 숨지자 이틀 미뤄
청와대 “성실히 협조” 유감 표명
“요청자료 김태우 때와 대동소이
당시 감찰 토대로 인사조처한 것”
민주당도 “검찰 정치적 수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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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4일 오후 청와대로 차량이 출입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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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청와대 본관 연풍문과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창성동별관 주변에 기자 수십명이 모여들었다. 청와대 연풍문과 창성동별관으로 검사·수사관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차가 드나들었지만, 검찰과 청와대 모두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연풍문 앞 청와대 경호원은 “(압수수색 사실을) 사전에 보고받은 바 없다”고 했고, 창성동별관 경호원 역시 “여기가 아니라고 들었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날 이뤄진 ‘깜깜이 압수수색’은 그만큼 청와대와 검찰 모두에게 껄끄럽고도 예민한 사안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서울동부지검은 압수수색이 이뤄진 지 30분 뒤에야 “오전 11시30분께 대통령비서실 압수수색에 착수했다”는 짧은 알림 문자를 보냈다. 구체적인 압수수색 장소도 확인해주지 않았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6시간 만인 오후 5시35분께 끝났고, 청와대도 그 이후에야 압수수색 관련 공식 대변인 논평을 냈다.
검찰이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검찰은 1년 전인 지난해 12월26일 자유한국당이 고발한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과 특별감찰반실 등 2곳을 압수수색했다. 당시 압수수색도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가 진행했다.
청와대는 이날 압수수색 때 검찰이 요청한 자료가 지난해 12월 압수수색 당시 요청한 자료와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압수수색 뒤 서면브리핑을 통해 “비위 혐의가 있는 제보자 김태우(전 청와대 특감반원)의 진술에 의존해 국가중요시설인 청와대를 거듭하여 압수수색한 것은 유감”이라고 검찰을 비판했다.
고 대변인은 또 “오늘 서울동부지검 검사와 수사관들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였으며, 청와대는 절차에 따라 성실히 협조했다. 검찰과 협의해 제출이 가능한 관련 자료를 임의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 대변인은 “청와대는 국가보안시설에 해당해 형사소송법상 압수수색이 불가능하고 이를 허용한 전례도 없다. 오늘 서울동부지검이 압수수색으로 요청한 자료는 지난해 12월26일 ‘김태우 사건’에서 비롯한 압수수색 때 요청한 자료와 대동소이하고, 당시 청와대는 성실히 협조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수사 중인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서도 “당시 민정수석실은 수사권이 없는 감찰이라는 한계 내에서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판단하였고 이를 근거로 대상자에 대해 인사 조처가 필요하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청와대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법조계에서는 지난해와 올해 압수물이 동일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청와대 압수수색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업무 범위를 넘어 민간인을 사찰했다’는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로 시작됐는데, 당시 검찰은 청와대로부터 김태우 수사관이 특감반에서 근무하며 생산한 각종 정보보고를 제출받았다. 반면 이번 압수수색의 핵심은 유 전 부시장의 비위 감찰과 관련된 기록으로, 김 수사관은 유 전 부시장 감찰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유 전 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이 검찰에 고발된 시기도 압수수색 이후인 올해 2월19일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발끈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숨진 특감반원의 유류품 압수수색에 이은 청와대 압수수색이 혹 개혁에 맞선 검찰의 정치행위가 아닌지 묻고 있는 국민이 많다”며 “검찰은 정치는 하지 말기 바란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논평에서 청와대의 ‘수사 비협조’를 비판하며 “청와대는 ‘감찰농단’ 사태를 덮으려는 일체의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 (청와대가) 은폐하려는 진실은 결국 국민들의 눈과 검찰의 손에 낱낱이 밝혀질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도 논평에서 “(청와대가) 반성은커녕 검찰 탓만 하고 있으니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황춘화 강희철 이완 강재구 기자
sflower@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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