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8 19:00
수정 : 2019.12.09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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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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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복 의원 “김기현, 한국당 ‘선거개입’ 공세에 고발 만류”
김 전 시장, 1년여 뒤 “선거무효” 강경 돌아서
김 전 시장 “이 의원이 뭐라 했는지 나는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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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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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와 관련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김 전 시장이 지난해 10월까지 “다 지난 일이니 그냥 넘어가겠다”고 말했다는 전언이 8일 뒤늦게 확인됐다. 김 전 시장은 지난 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년 2개월 전과 달리 “경찰과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불법 선거를 주도했다”며 지난해 6·13 지방선거가 무효라는 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26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울산지방경찰청 국정감사 회의록을 보면, 6·13 지방선거를 석달 앞둔 지난해 3월16일 경찰이 김 전 시장 비서실을 압수수색한 것에 대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이진복 자유한국당 의원은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에게 질의하면서 “대다수 사람은 ‘현행범도 아니고 이것 좀 뒤에 해도 될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 사건이 있고 나서 (지방)선거를 치른 이후에 제가 김기현 시장하고 전화통화를 했다. ‘선거에 개입한 경찰을 고발해야 되지 않겠느냐?’ 나는 김 시장이 고발하자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나간 일인데요.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어떡하겠습니까?’(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이어 “당에서 아마 김 시장보고 고발하라 했을 것이다. 그런데 김 시장이 한사코 말리더라”라고 덧붙였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3월 경찰의 압수수색 직후부터 “검·경 사냥개들의 난동”(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이라고 말하는 등 경찰의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3월2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이철성 당시 경찰청장이 출석한 자리에서 ‘경찰청의 범죄첩보 울산경찰청 이첩’(윤상직 의원), ‘2017년 9월과 12월 황운하 청장과 송철호 변호사 두 차례 만남’(김진태 의원) 등을 거론하며 선거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사자인 김 전 시장은 정작 자유한국당 지도부나 의원들과 달리 이 문제를 거론하길 원치 않은 정황이 드러난 셈이다. 이 때문에 김 전 시장이 올해 들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꾼 건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 전 시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미 지난해 3월 나의 요청으로 당에서 황 청장을 고발했는데, ‘고발하지 말고 넘어가겠다’고 한참 뒤에 말했다는 건 무슨 말인지 납득이 안 된다. 그분(이진복 의원)이 뭐라고 했는지 나는 모르겠다”며 “지난해 3월 고발할 때는 황운하라는 사람이 했다는 건 알지만 그 배후까지는 우리가 몰랐는데, 지금은 배후가 드러나고 있으니까 며칠 전 10명을 추가 고발하면서 더 강하게 처벌해달라고 하는 게 달라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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