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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8 16:24 수정 : 2019.12.18 20:06

여성인권단체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의 한 장소에서 ‘김학의, 윤중천 성폭력 사건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경찰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여성단체, 김학의·윤중천 성폭력 사건 재고소·고발 기자회견
“2013년 피해자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부터 공소시효 적용” 주장

여성인권단체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의 한 장소에서 ‘김학의, 윤중천 성폭력 사건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경찰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죄가 있어도 이제 와서 공소시효 때문에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니요. 억울한 한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요. 살고 싶습니다. 제발 제 말을 들어주시고 가슴 깊이 박혀있는 한 좀 풀어주세요.”

18일 오전 서울의 한 장소에서 한국여성의전화·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등 704개 여성단체 주최로 열린 ‘김학의, 윤중천 성폭력 사건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기자회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과 건설업자 윤중천(58)씨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 ㄱ씨의 절규가 입장문을 통해 전달됐다. ㄱ씨는 “공황장애로 숨을 못 쉬어 몇 번을 쓰러지고 숨을 다시 쉬기 위해 호흡 운동을 하며 살아간다”며 “윤중천과 김학의로부터 받은 병은 검찰 사법부로 인해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지난달 1심 법원은 김 전 차관과 윤씨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성단체들은 ㄱ씨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특수강간과 강간치상,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경찰에 재고소한다고 밝혔다.

2014년 6월 김 전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이 처음 불거졌지만 검찰은 관련 의혹을 무혐의 처분했고, 이듬해 ㄱ씨의 고소로 진행된 두 번째 수사에서도 김 전 차관 등을 무혐의 처분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 2018년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조사와 올해 특별수사단의 재수사를 거쳤지만, 지난달 1심 법원은 공소시효 만료를 이유로 김 전 차관과 윤씨의 성폭행 관련 혐의에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검찰이 2013년 당시 적절하게 수사권과 공소권을 행사했다면 피고인은 적정한 죄목으로 형사 법정에 섰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재고소와 관련해 ㄱ씨 변호인단은 김 전 차관과 윤씨가 ㄱ씨 등 피해 여성을 원주 별장 등에서 성폭행한 시점이 아니라 ㄱ씨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진단받은 2013년 12월을 기준으로 하면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아 특수강간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ㄱ씨의 변호인인 최현정 변호사는 “업무상 과실치상도 상해가 발생한 시점부터 계산하기 때문에 그와 마찬가지로 강간치상도 상해가 발생한 시점부터 계산하려는 것”이라며 “결과가 발생할 때부터 공소시효가 적용되기 때문에 재고소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성인권단체 회원들이 18일 오전 서울의 한 장소에서 ‘김학의, 윤중천 성폭력 사건 사법정의 실현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여성단체들은 아울러 2013년과 2014년 해당 사건을 수사한 검찰도 사건 축소·은폐에 대한 ‘직권 남용’ 혐의로 공동 고발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최소 7년 이상 원주 별장 등에서 윤중천·김학의를 포함한 사회 권력층의 강간, 성추행, 폭행, 상해, 협박 등으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을 두고 2013·2014년 두 차례의 검찰 수사, 2018년 검찰 과거사위의 조사, 2019년 특별수사단의 재수사, 법원 판결을 거쳤는데도 사건의 진상은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고 처벌받거나 책임지는 자도 없다”며 “이 사건을 성폭력 사건으로 제대로 수사하는 것이 진정한 검찰 개혁”이라고 지적했다.

여성단체 회원 60여명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고소·고발장’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나는 고소한다, 고발한다”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한 뒤 검은색 마스크를 끼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까지 걸어가는 ‘침묵 행진’을 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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