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8 20:36
수정 : 2020.01.10 19:10
법무부는 8일 이성윤 검찰국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기용하는 등 법무부와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7월 이후 6개월 만에 다시 대규모 인사를 실시한 것이다. 빈자리를 메우는 수준을 넘어 모두 32자리가 바뀌고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특수통들이 대거 교체되는 등 예상을 뛰어넘은 파격 인사가 이뤄졌다. 인사를 앞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에 원만한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않아 윤 총장이 강력 반발하는 등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앞세운 청와대·법무부와 ‘수사권 독립’을 강조하는 검찰 사이에 충돌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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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차 안에서 통화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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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는 이날 인사 배경을 설명하면서 ‘검찰 본연의 업무인 인권보호 및 형사공판 등 민생과 직결된 업무에 전념해온 검사들을 우대’했다면서 ‘특정 인맥 등에 편중되지 않고… 검찰개혁 의지 등 직무 자질’을 기준으로 인사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사단’ 해체를 사실상 공언한 셈이다. 국정농단·사법농단 사건 이래 ‘조국 수사’까지 윤 총장과 손발을 맞춰온 대검의 한동훈 반부패부장과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수사’를 지휘해온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등 대검 참모들을 일제히 지방고검으로 좌천시켰다.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과 윤대진 수원지검장 등 윤석열 사단의 다른 핵심인물들도 각각 법무연수원장과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옮겼다.
윤 총장과 대형 수사를 함께 해온 특수통 검사들이 지난해 인사에서 요직을 독점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검찰 내부에서 반발이 적잖았던 게 사실이다. 또 검찰개혁 입법을 앞두고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가 집중되면서 여당을 중심으로 ‘윤석열 검찰’에 대한 반발이 터져나온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물론 필요하다. 그렇다 해도 검찰 수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곤란하다. 검찰은 이번 인사에 구애받지 말고 성역 없는 수사를 계속하고 청와대·법무부도 정당한 검찰권 행사는 보장해야 한다.
인사를 앞두고 추 장관과 윤 총장이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원만한 협의가 이뤄지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다. 7일 두 사람의 상견례 자리에서부터 8일 인사 발표 직전까지도 ‘인사에 대한 의견을 내라’는 추 장관과 ‘구체적인 인사안을 먼저 달라’는 윤 총장이 이견을 빚다 결국 의견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양쪽 모두 성숙하지 못한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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