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24 18:02
수정 : 2019.11.25 02:37
최병두 ㅣ 한국도시연구소 이사장
현 정부가 임기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소회를 밝히면서 민생 현안을 챙기고자 한다. 정부 부처들도 나름대로 중간평가 자료를 발표했다. 여당은 집권 전반부에 대한 평가로 과거에는 ‘상상 못 한 변화’가 이뤄졌다고 자찬했다. 반면 야당들은 낙제점을 주거나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중간평가에서 대립은 정치권력의 속성이지만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다. 하지만 엄정한 중간평가는 그동안 정책 수행 과정을 점검하고, 앞으로 추진 계획을 보완함으로써 성공적인 마무리를 이끌도록 한다는 점에서 필수적이다.
이런 취지에서 현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에 대한 중간평가가 요청된다. 우리나라 도시들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위한 물적 토대로서 기능을 우선 수행했기 때문에 주민들의 삶의 질은 고려 밖이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척된 뒤에도, 경기 부양과 이윤 추구를 위해 대규모 재개발과 재건축이 추진됐다. 그러나 이로 인해 집값이 폭등했고 개발이익은 편향됐으며, 주민들의 내몰림은 심각한 갈등을 유발했다.
도시재생정책은 이런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한 대안으로 도입됐다. 이 정책의 목적은 주거복지와 생활환경 개선이다. 현 정부의 정책은 기존 도시재생사업과 차별화된다. 과거 사업들이 중앙정부 주도로 대규모 계획에 바탕을 두고 한정된 지역들에서 시행됐다면,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정부가 전폭 지원하지만 지역 주도로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소규모로 추진된다.
현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핵심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임기 5년 동안 총 50조원을 투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 당시, 계획은 다소 미흡했지만, 전국의 지역들을 대상으로 엄청난 재정투입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이 정책은 현 정부의 유일한 공간계획이다. 사업 대상지의 공정한 선정은 지역균형발전과도 연계된다.
그동안 이 정책은 계획대로 추진되어온 것처럼 보인다. 사업 대상지로 올해에도 상반기 22곳, 하반기 76곳이 선정됐다. 국토교통부는 중간평가 자료에서 “2019년까지 선정된 265개 뉴딜 사업지 내 총 807개의 생활 에스오시(SOC) 사업을 추진 중이며, 2400여개의 일자리(지원센터, 사회적 기업 등)를 창출”했음을 알리고, 앞으로 “국민 체감성과를 높이기 위해 … 투자를 활성화하고 신속한 사업 추진”을 약속했다.
사실 사업 초기 높았던 관심에 비해, 추진 과정은 의외로 잠잠했다. 이로 인해 사업 시행 후 2년 반이 지났지만 체감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 점은 이중적 딜레마를 드러낸다. 첫째는 엄청난 재원을 투입함에도 소규모로 분산 추진되기 때문에 성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로, 정치적 관행은 체감적 성과를 요구하지만 2년 반은 정책이 성과를 내기에는 너무 짧다는 점이다.
물론 중간평가의 핵심 사안은 추진 과정에서의 문제들이다. 이런 점에서 정책 목표인 주민 참여와 일자리 창출의 부진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주민 참여의 부진은 이 사업이 대규모 개발·정비사업과는 달리 특정 업자의 경제적 이익과 직접 연관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업 선정 및 추진 과정에서 일반 주민들이 사실상 배제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동안 창출된 일자리가 2400여개라는 점은 엄청난 재정 투입에 비해 일자리 창출이 매우 미진함을 말해준다.
그뿐 아니라 투자 재원 50조원의 확보는 쉽지 않고, 확보된 재원의 집행도 저조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올해 4월 도시재생 예산 집행률은 11.7%에 불과했다. 이유 중 하나는 대상지 선정 후 구체적 심사 과정을 통과하여 예산을 집행하려면 1~2년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사업 선정과 동시에 예산을 지원하지만, 이로 인해 사업의 무계획적 착수라는 또 다른 딜레마에 봉착할 수 있다. 더구나 공모사업 방식은 지방자치단체들한테 사업의 ‘필요성’보다 ‘실현가능성’을 중시하면서 ‘예산 따내기’ 경쟁을 벌이도록 한다.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 임기 후반부, 나아가 임기 후에도 원활하게 추진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그 답은 이 정책이 안고 있는 딜레마에 빠져 단기적·가시적 성과에 급급하기보다 문제 해결과 사업 추진을 위한 지역 주민의 역량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 정책의 캐치프레이즈는 ‘내 삶을 바꾸는 도시재생’이다. 우리는 도시를 재생하면서 우리의 삶도 바꾸게 된다. 달리 말해, 공정한 도시재생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우리의 삶의 양식도 민주적으로 재조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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