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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7 18:10 수정 : 2019.12.18 02:30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후 차기 총리에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12월 9일 정세균 총리 지명자가 국회의장 재임 당시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오후 차기 총리에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지명했다. 사진은 지난 2016년 12월 9일 정세균 총리 지명자가 국회의장 재임 당시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통령(박근혜)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하는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며 가장 우선 고려한 점은 ‘안정감’이라고 한다. 6선 의원으로 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지낸 정 후보자가 지닌 무게감과 경륜 정도는 돼야 총선을 앞두고 무한 대립하는 국회를 감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기업 출신으로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경제전문가 이력도 고려됐다.

문 대통령은 17일 직접 정 후보자 지명을 발표하며 “온화한 인품으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고 “화합, 협력해 국민께 신뢰와 안정감을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권분립 훼손 비판이 불가피하더라도,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설명이었다. 실제 여러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정 후보자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안정감 때문”이라며 “과거 당 원내대표와 대표, 의장을 지내면서 무리 없이 갈등을 조정하고 타협을 끌어내는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바 있다”고 말했다.

지난여름 내내 ‘조국 홍역’을 치른 청와대로선 국회 인준 동의 통과 문제도 중요한 고려 대상이었다. 내년 4월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또 한번의 ‘인사 실수’는 치명타라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이다. 총리 후보자로 김진표·원혜영 의원 등 낙마 위험이 크지 않은 당내 중진 의원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총리 후보자 물색에 어려움을 겪을 때에는 이낙연 총리 유임을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었다.

정 후보자가 지닌 경제전문가 이미지는 여러 중진 그룹 중 그가 낙점을 받게 된 또 다른 장점으로 작용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 후보자를 소개하며 “경제를 잘 아는 분”이라고 추어올렸다. 진보 진영의 반대로 접긴 했지만 김진표 후보자 카드를 고려했던 것도 역시 경제전문가라는 장점 때문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정 후보자가 실물 경제를 잘 안다”며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하반기 국정운영을 도울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애초 정 후보자는 총리직 제안을 받고 “의장까지 한 사람이 총리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고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그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김진표 카드가 무산되고, 여러 차례 청와대 쪽의 간곡한 제안을 받고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삼고초려라고 해도 될 만큼 정말 어렵게 모셨다”고 말했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도 “문 대통령이 ‘의장까지 지낸 정 후보자가 고마운 결단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애초 선거제개혁 법안과 검찰개혁 법안 처리 등이 마무리되면 정 후보자를 지명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국회 대치가 길어지고, 총선에서 어떤 식으로든 당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 이낙연 총리를 마냥 붙잡아둘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정 후보자를 지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회 대치가 끝나고 차분히 발표하길 바랐는데 국회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게 됐고, 선거 일정이나 후반기 국정 운영 필요성 등을 고려해 오늘 발표했다”고 말했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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