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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30 19:02 수정 : 2019.12.31 02:32

10월2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오이시디(OECD) 국제교육콘퍼런스’ 기자회견에서 김진경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국가교육회의 2기 결산

10월23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오이시디(OECD) 국제교육콘퍼런스’ 기자회견에서 김진경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의장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올해 하반기 우리 사회는 이른바 ‘조국 사태’로 촉발된 대입제도 개편 논란으로 온통 술렁였다. 이 논란은 지난 10월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언급하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여전히 ‘정시 논란’으로 뜨거웠던 그 이튿날, 경기 일산 킨텍스에선 국가교육회의 등이 주관한 ‘한-오이시디(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제교육컨퍼런스’가 열렸다. “2030년 전후 10년을 아우르는 대한민국 미래 교육의 방향을 논의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운 행사였다. 기조연설을 맡은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경제협력개발기구 교육국장은 “대학입시 체제가 한국에 많은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 현재의 교육체제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시 논란 속에서 이 행사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미래 교육을 위해 현재의 대입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중장기적 비전을 담은 메시지가, ‘당장은 정시 확대가 필요하다’는 단기적 처방을 담은 메시지에 묻힌 셈이다.

중장기 교육 개혁을 담당할 ‘국가교육위원회’의 전신, 국가교육회의가 지난 17일 2기 임기를 마쳤다. 국가교육회의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인 ‘국가교육위원회 출범’을 실행하기 위해 2017년 12월 대통령 직속기구로 출범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더욱이 1기 국가교육회의에서 공론화한 결과로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했음에도 2기 때에 대입제도를 둘러싼 갈등이 되풀이된 상황은 국가교육회의의 존재 의의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커지는 구실이 됐다. ‘국가교육회의는 도대체 지난 2년 동안 무얼 했느냐’는 논란이다.

이에 대해 우선 국가교육회의가 국가교육위원회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조직인 데서 오는 한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가교육위원회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줄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은 여야의 의견 불일치로 3년 넘도록 아직까지 국회에 계류돼 있다. 법적 근거를 지니지 못한 조직에 실질적인 힘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정시확대에 먹힌 ‘십년대계’
교육부 요구로 만든 정시확대안
청와대가 1년만에 다시 불지펴
미래교육 방향 논의 행사 ‘된서리’

교육위원회 출범 발묶인 탓?
위원회 설치법 3년간 국회 계류
‘정치권 자극할라’ 활동에 소극적
“현안 주도 못하고 ‘반지하’ 전락”

과도기적 역할 한계?

정책 의제 의견수렴 등 자평에도
3기 출범 앞두고 ‘개혁동력’ 의문
“외부압력 극복, 철학·비전 관건”

하지만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현재 문제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청와대와 교육부 사이에서 국가교육회의가 스스로 존재 필요성을 증명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꾸준히 밀어붙였던 ‘정시 확대’가 대표적인 사안이다. 국가교육회의는 1기 때 공론화를 거쳐 ‘정시 확대’ 내용을 담은 ‘대입제도 개편안’을 교육부에 권고했다. 이는 교육부가 요청한 사안이었다. 그런데 2기 때는 이를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또 다른 ‘정시 확대’가 청와대 주도로 추진됐다. 국가교육회의는 이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2기 국가교육회의 유초중등교육 전문위원회에 참여했던 정성식 전북 이리동남초 교사(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는 “국가교육회의인데 교육 현안에 대한 입장이 없었고, 대통령 자문기구인데 대통령이 자문을 구하지 않았다. 교육부 등이 짜놓은 판 위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태도가 국가교육회의를 ‘옥상옥’이 아닌 ‘반지하’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위원회’가 아닌 ‘회의’일지라도 교육 현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2기 전체위원이었던 한 인사는 “‘일단 위원회를 출범시키자’는 것이 기본적인 태도였고, 그렇다 보니 정부나 정치권을 자극할 수 있는 활동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2기 기획단장을 맡았던 장수명 한국교원대 교수는 “조직의 ‘과도기적’ 성격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위원회가 되어야만 실행 가능한 과제들이 많다”고 말했다. ‘교육 현안에 대해 개입하길 꺼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초당파적인 기구’를 만든다고 하면서 동시에 현안에 개입하면 모순이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교육회의도 (현안에는) 거리를 뒀고,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주문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교육회의 쪽에서는 2년 동안의 주된 성과로 ‘현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교육에 대해 장기적인 비전을 다듬고,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다뤄야 할 주요 정책 의제들을 취합해왔다’는 것을 내세웠다. 120여차례의 본회의, 전문위원회 회의, 콘퍼런스, 포럼 등 다양한 형식으로 ‘2030 미래교육체제 수립 준비를 위한 현장 의견 수렴 및 논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교육감단체, 양대 교원단체와 협의체를 만들어 매달 회의를 했고 교육계뿐 아니라 산업계 등과도 협력 통로를 만들었다고 했다. 장 교수는 “앞으로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했을 때 장기적 교육정책을 세울 수 있도록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공론의 장을 만든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 안팎에서는 중장기적 교육 개혁의 동력이 고갈돼가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크다. 정부든 국가교육회의든 2년 동안 ‘정시 확대’ 논란에 빠져 중장기적인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핵심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2기 전체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인사는 “교육에 대해 단기적 처방만 요구하는 정치사회적 압력이 큰데, 그것을 이겨낼 수 있는 철학과 비전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지금으로선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하루빨리 국가교육회의를 위원회로 전환해 출범시키는 한편, 국가교육회의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기 전체위원으로 참여했던 또 다른 인사는 “애초에 현안과 연관되지 않는 ‘미래 교육’이란 게 가능한지 의문이다. 위원회 출범과 함께 교육 개혁의 철학과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안 보니…정치권 중심 위원 선정 ‘편향성’ 논란

조승래안, 결정 구속력 부여했지만
위원 19명 중 교육단체 배정 4명뿐
“교육관계자 다수로 정치몫 줄여야”

현재 정치권과 교육계에서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드는 것 자체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없다. 다만 위원회의 성격과 위원 구성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릴 뿐이다.

국회에 계류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5건 가운데 정부·여당이 지지하는 안은 올해 3월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조승래 안)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위원회를 “대통령 소속 행정위원회”로 만들고 위원회 심의 결과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따라야 한다”고 규정했다. 독립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와 달리 ‘대통령 소속’으로 하되, 정책 결정에 명확한 구속력을 부여한 것이 특징이다. 교원정책 수립, 교육과정 고시 등도 위원회 소관 사무로 규정되어 있다. 상임위원 3명을 포함해 19명의 국가교육위원을 두는데, 대통령 지명(5명)과 국회 추천(8명), 당연직 위원(교육부 1명과 교육감협의체 1명), 고등교육 관련 단체 2명, 교원단체 2명 등이다. 3년 임기이나 연임에는 제한이 없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대변인은 “초당파적이고 독립적이면서도 실행력을 갖춘 기구여야 하는데, 현재 (조승래 안의) 위원 구성에는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장 역시 “교육 관계자들이 일정 비율 이상 들어가야 한다. 정치권 위주면 편향성 논란을 이겨낼 수 없다”고 말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정치권이 손을 떼는 게 최선이고, 정 그럴 수 없다면 정부·여당의 ‘몫’이 야당보다 적어야 한다. 여태까지 국가교육회의가 보여준 게 거의 없는데, 자칫하면 위원회까지도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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