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1 17:45
수정 : 2020.01.02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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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지야,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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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지야,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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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연구소들과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경제가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지난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미-중 무역분쟁 진정, 반도체 업황 회복, 확장적 재정정책 등에 힘입어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으로 지난해 성장률 추정치(1.9~2.0%)보다 다소 높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실제로 경기가 현재 저점을 통과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징후가 통계상으로 포착된다. 통계청이 지난 30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앞으로 경기 상황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했다. 경기선행지수는 2017년 9월 이후 2년 동안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7년 9월은 사후적으로 확인된 경기 정점이었다. 경기선행지수의 반전은 경기가 내리막에서 오르막으로 돌아서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다만 올해 경제 사정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선될지는 미지수다. 부디 새해에는 괜찮은 일자리가 늘어나고 상점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집값은 안정돼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기를 소망한다.
올해는 한국 경제가 경기 회복이라는 과제를 넘어 전대미문의 도전에 직면한다. 바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 변화다. 통계청이 지난 26일 발표한 ‘10월 인구 동향’을 보면, 출생아 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인구 자연증가율이 0%를 기록했다. 인구의 국제 이동을 제외하고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를 비교한 인구 증가가 멈춘 것이다.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11월이나 12월엔 역전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토록 우려했던 인구 감소가 시작된 것이다. 통계청이 2016년 예측했을 때는 인구 자연감소 시점이 2029년이었다. 저출산 추세가 예상보다 가속화하면서 10년 앞당겨졌다. 미국·일본·영국·독일 등 세계 주요 국가들도 출산율 하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우리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게다가 가까운 장래에 이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인구 감소가 경제에 끼치는 충격은 전방위적이다. 노동 인력 감소로 인한 성장 잠재력 저하, 총수요 위축에 따른 소비 침체, 노인 빈곤 악화, 정부 재정 압박 등 부정적 영향이 메가톤급이다. 경제 전분야에서 활력이 떨어지고 사회 갈등은 더욱 첨예해질 것이다.
인구 감소는 우리 경제가 더 이상 양적 투입 확대와 같은 기존의 방식으로는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기 불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한 ‘혁신’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노동력 감소 요인을 경제 체질 개선을 통한 생산성 제고와 산업구조 개편을 통한 신사업 육성으로 상쇄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이를 경제 현장의 혁신으로 연결할 의식과 태도의 변화는 더디기만 하다. 누구도 혁신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지만 아무도 책임은 떠안으려 하지 않는다. ‘타다’ 사례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타다 문제를 놓고 우리 사회는 지난 1년 동안 치열한 논쟁을 벌였지만 사실상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다. 아니 검찰의 기소로 법정으로 가는 퇴행적 모습마저 보였다.
혁신은 본디 기존의 이해관계와 새로운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속성을 갖는다. 이해관계의 충돌을 합리적으로 조정해야만 혁신의 돌파구를 열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해관계자끼리 타협해서 합의할 때까지 마냥 기다리는 모습이다. 절박함이 보이지 않는다. 이해관계 조정이 가장 큰 책무인 국회는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에 매몰돼 혁신엔 관심조차 없는 것 같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눈시울을 적셔가며 “20대 국회 같은 국회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겠는가. 이해관계자들은 자신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양보를 하느니 차라리 공멸을 선택하겠다는 태도다. 이래서는 결코 미래로 나아가지 못한다.
정부는 욕을 먹더라도 능동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치권도 더는 강 건너 불구경해서는 안 된다. 이해관계자들 역시 상생의 정신으로 한 걸음씩 물러서야 한다. 정부, 정치권, 이해관계자들이 혁신을 위해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인구 감소의 위기를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다시 살려내는 기회로 만들어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안재승 ㅣ 논설위원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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