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13 21:43
수정 : 2020.01.14 10:14
조희연 ㅣ 서울특별시 교육감
국회가 18살 선거법을 통과시킨 뒤 환영과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8살 선거권을 둘러싸고 한편에서는 이제야 ‘대한민국의 선거 연령이 국제 기준에 맞게 되었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선거 연령이 만 19살 이상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으므로 타당한 말이라 생각한다. 얼마 전에 정의당은 18살 고교생의 입당식을 열기도 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고3 학생 일부가 투표권을 갖게 됨으로써 학교가 정치 운동의 장이 될까 우려한다. 한국교총은 국회가 학교·교실 내 선거운동과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관련 법 개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것은 고교생의 투표권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관점이다.
두 관점 모두 일리가 있다. 다만, 18살 선거권이 통과된 마당에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만큼, 이를 현실로 인정하는 가운데 논의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교내 선거 참여 ‘정치’ 활동의 ‘전면 금지’와 ‘전면 허용’이라는 양극단 사이 어딘가에 있는 합의점을 찾는 것으로 논의를 좁혀야 한다. 핵심은 미래 세대에게 올바른 참정권 교육을 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18살 선거권’ 자체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경우를 논외로 한다면, 학생들에게 참정권 교육을 하는 것에 대해 정치 편향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극적’ 참정권 교육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소극적’ 견지에서도 올바른 참정권 교육은 필요하다. 왜냐하면 우리 학생들을 선거법 위반으로부터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도 선출직이라 선거를 치렀는데, 선거 기간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선거관리위원회에 ‘이것은 허용되는가 안 되는가'를 문의하면서 해야 했다. 그만큼 선거법은 선거 참여 활동에 관한 모든 사안에 명확한 지침을 주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 선거법이 “금지행위만 규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정”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기성세대와 달리, 학생들에게 익숙한 사이버 공간에서 선거법 위반 행위는 경계가 더 모호하다. 이 점에서도 최소한 선거법에 위반되는 행위 중 자주 일어나는 것은 사전에 학생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이제 18살 선거권이 현실이 된 상황에 대응해, 선거와 관련되어 학교에서 허용되거나 금지되는 언행의 경계를 알도록 하고, 참정권 교육이 정치 편향성을 갖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 위에서 ‘정치 편향성’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 범위를 좀더 구체화해 공동체의 규범이 되게 해야 한다. 또한 교사의 정치적 기본권이 제한되어 있는 ―당연히 이 역시 극복되어가야 하지만― 점도 고려하면서, 교사의 참정권 교육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공유해야 한다.
18살 선거권이 통과된 덕분에 서울교육청에서 하는 ‘모의선거’를 통한 민주주의 교육이 더 주목받게 되었다. 징검다리와 와이엠시에이(YMCA), 흥사단 등 시민단체가 선거 시기 청소년의 민주시민 교육을 위해 해오던 것인데, 올해는 18살 선거권 통과로 논란이 되었다.
여러 우려와 비판과는 달리, 우리 교육청이 추진하는 모의선거 교육의 방점은 ‘선거’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찍혀 있다. 핵심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규칙인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책이 아닌 실천으로 배우자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려까지도 고려하면서, 과정 자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각계 모니터단을 구성하여 정치 편향에 대한 논란 자체가 사라지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우리 학생들이 민주주의 제도를 이해하고 정치와 선거 과정을 체험하면서 투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갖도록 하고, 한 표를 주체적으로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미래 세대에게 온전한 참정권 교육을 함으로써 우리 민주주의의 쇠퇴를 막을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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