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03.08 19:57
수정 : 2007.03.09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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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이 시작된 8일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왼쪽에서 두번째)과 오충일 목사(왼쪽에서 네번째) 등 각계 원로와 국회의원,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 870여명이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죽음의 거래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라는 글귀가 새겨진 손팻말을 들고 협상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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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국제수역사무국 총회서
광우병 위험 통제국 판정 땐
뼈있는 쇠고기 수출 길 열려
일부 개방 수용할 이유 없어
“한국이 뼛조각이 발견된 상자만 반송하든 말든 우리는 관심 없다.”
지난 7일(한국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쇠고기 고위급 협의에서 우리 쪽이 실질적 교역 재개를 위해 한발 물러서 ‘부분 반송’ 방침을 통보했지만, 미국 협상단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웬디 커틀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 쪽 수석대표도 8차 협상 첫날인 8일 “부분 반송을 추진하겠다는 한국 제안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미국이 이런 태도를 보인 이유는, 뼈 있는 쇠고기까지 포함한 쇠고기 시장 전면 개방 관철이라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뼈 있는 쇠고기까지 다 개방해라=미국의 목표는 오는 5월로 예정된 국제수역사무국(OIE) 총회에서 광우병 안전 등급 판정을 받는 것과 동시에 한-미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을 개정해 뼈 있는 쇠고기까지 수입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미국은 국제수역사무국 총회에서 2등급(광우병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국가)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30개월 미만의 소는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을 제외하고는 제한없이 수출이 가능하도록 권고 기준이 마련돼 있다.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은 “수역사무국 총회까지 두달밖에 안 남았는데, 미국이 부분 반송 조처에 관심을 가지겠느냐”고 말했다.
실제 이번 협의에서 미국은 광우병 2등급 판정을 받는다는 것을 전제로 뼈 있는 쇠고기 수입 허용 등의 조처에 대해 논의를 집중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되는 시나리오에 따라 미리 합의를 한 뒤, 총회가 끝나는 즉시 미국산 쇠고기 수출을 재개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하지만 우리 쪽은 미국이 2등급 판정을 받을 경우, 한-미간 기술협의를 포함한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위험 평가를 실시해 수입위생조건 개정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맞서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상길 국장은 “2등급 판정을 받더라도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수입국이 별도의 위험 평가를 통해 특정 부위의 수입을 금지할 수 있다”며 “미국 의도대로 5월 이후 곧바로 뼈 있는 쇠고기의 수입 재개가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될까=농림부는 이날 뼛조각이 발견된 상자만 반송·폐기하는 한편, 뼛조각이 발견된 쇠고기를 수출한 작업장에 대한 잠정 선적 중단 조처도 취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농림부는 “한국 정부가 교역 자체를 거부한다는 미국 정부와 육류업계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일종의 ‘전략적 양보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미국 육류업체들이 수출을 재개할 경우 뼛조각이 들어 있지 않은 물량은 국내 시장에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미국 업체들이 실제로 수출을 할지는 불확실하다. 미국으로서는 어차피 5월 이후엔 뼈 있는 갈비까지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는데, 굳이 부분 반송 방식을 수용해 뼛조각의 위험성을 인정하는 상황을 자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박정민 미 육류수출협회 차장은 “한국 쪽 제안이 미국 업체들의 요구 수준에 못미쳐, 아직 수출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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