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잘린 생쥐〉
좋은 어린이책을 쓰고 출판하는 풍토를 가꾸고 창작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마련된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는 그간 <문제아> <괭이부리말 아이들> <짜장면 불어요!> <초정리 편지> 등 굵직한 화제작을 내놓으며 우리 어린이문학의 발전을 이끌어왔다. 14회째를 맞은 2010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은 <꼬리 잘린 생쥐>로,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학교 공간을 무대로 꼬리가 없지만 약하거나 다르다고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영역을 지키고 새로운 질서까지 만들어내는 생쥐 ‘빠른발’의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주인공 빠른발이다. 빠른발은 지극히 아이다우면서도 영웅의 면모를 갖춘 캐릭터로, 꼬리가 잘린 것을 오히려 기회로 삼는 낙천성, 남과 겉모습이 다른 것쯤은 신경쓰지 않는 자신감, 재치 넘치는 언변, 기존의 권위를 무너뜨리기 위해 당당히 맞서는 용기 등이 곳곳에서 빛난다. 또 밤이 되면 쥐 세계로 탈바꿈하는 교실에서 ‘잘난 쥐’와 ‘못난 쥐’가 대립하여 벌이는 싸움과 화합의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쥐 세계의 대립은 성적으로 아이들을 줄 세우는 학교 현실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편을 갈라 상처를 주고받는 학교 내 아이들의 어두운 일상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불필요한 수식 없는 문장, 학교 내 지형지물의 아기자기한 활용, 또렷한 선악 대립 안에서 적절히 구사된 유머와 풍자도 발군이다. 권영품 글, 이광익 그림/9천원.
창비 어린이문학팀 조형희 팀장
hhjoe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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