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입안자-전문가 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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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이익 허용치·공급대상 모호 ‘개혁 아닌 개선책’
8월31일 발표된 ‘부동산제도 개혁방안’에 대한 좌담회를 열어 정부 정책입안자와 각계 전문가들한테서 이번 대책의 의미와 평가, 그리고 그 효과 등에 의견을 들었다. 정부쪽은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장기적으로 안정되기에는 대책이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싸게 지어 투기꾼에 줄라…공영개발 목표 분명히”보유세 집부자 2%만 겨냥 경제 전반 영향 안끼쳐
공급, 정부 의지에 달려…시간·변수와의 싸움 관건 사회=우선 이번 대책에 대한 의미를 김용민 세제실장이 설명하고, 다른 참석자들이 총괄적인 평가를 해달라. 김용민=이번 대책의 제목이 ‘서민주거안정과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부동산제도 개혁방안’이다. 결국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 서민의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크게 보면 수요와 공급이 균형되게 간다는 점에 초점이 있다. 세제로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공급도 동시에 진행하는 균형을 맞췄기 때문에 성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실거래가가 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등 거래가 투명해지면 수요관리와 공급이 적정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실거래가 등기부 기재 큰 전환점 홍종학=부동산제도 개혁방안이라고 했는데, 개혁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느낌이고 개선 정도가 아닌가 한다. 개혁이란 목표를 명확히 해놓고 새로운 체제로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과거 체제에서 크게 바뀐 게 없다. 외국의 경우에는 주택을 누구에게 공급할 것인가 하는 목표가 명확하다. 이번 대책은 소득이 있는 사람이 집을 사게 할 것이냐, 소득이 없는 사람도 들어가 살 수 있는 집을 공급할 것이냐 하는 목표가 명확하지 않다. 또 투기 이익을 어느 정도 허용할 것인가가 하는 부분도 분명하지 않다. 결국 부동산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개혁은 아니라고 본다. 박헌주=이번 대책은 정책의 방향에 굉장히 큰 변화를 주는 것들이 포함돼 있다. 실거래가 등기부등본 기재는 우리 부동산 정책에서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우리 부동산 정책은 주로 시장에 의존했고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만을 보완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공영개발 등 공공부문이 부동산시장에 주도적으로 나서게 됐다는 점도 큰 전환점이다. 다만, 이번 대책을 보면 수요관리 정책은 세제부분에 많이 포함돼 있는데, 공급분야는 구체성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최영태=공급과 수요의 측면에서 보자면, 세제를 통한 수요관리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공급은 사실 정부의 의지인데, 과연 저렇게 될 것이냐 하는 부분에 의문이 있다. 시간이 필요하고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사실 부동산 정책이란 게 어느 정도는 시간과의 싸움이고, 과연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 그래서 시장에 믿음을 줄 수 있는냐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 국민 모두가 이번 안을 지지해서 이것이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결국 지금 정책은 시간과 믿음의 싸움에서 승리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사회=각론으로 들어가서 세제부문 대책에 대해 평가해 달라. 최=지금 계획하고 있는 세제가 연속적으로 된다면 굉장한 의미가 있다. 보유세 중과가 되는 비싼 집은 남들이 누릴 수 없는 독점적 이익(교육환경, 문화, 주거환경 등)이 있는데, 지금까지는 그 비용이 사실상 제로였다. 이번 대책을 통해 비싼 집에 사는 것은 그 대가를 내는 게 당연하고, 주택이나 부동산에 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좋은 위치의 땅을 점유할 때 다른 사람이 이를 갖지 못하는 대가를 낼 필요가 있다는 걸 확인시켜줬다는 게 중요하다. 양도세의 경우, 지금까지는 자본이득이 노동이득보다 세금이 더 적었다. 땀흘려 번 소득보다 3분의1, 4분의1 세금밖에 부과하지 않아 엄청난 도덕적 해이가 있었다. 이런 기준에서 봤을 때 이번 대책은 상당한 의미가 있는데, 10·29 때도 그랬듯이 국회에서 후퇴를 했었다. 이번에도 의지를 갖고 줄기차게 못 밀어붙인다면 안한 것만 못한 결과가 올 수도 있다 홍=이번 대책이 굉장히 좋아진 것은 맞는데, 1가구1주택에도 양도세를 부과했어야 했다. 투기꾼들이 1주택자들에게 2천만원 줄테니 이렇게 하자,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1주택자들에게는 나중에 소득공제 해주면 된다. 대책 마련 과정에서 이런 논의가 있었는데 결국 빠졌다는 게 아쉽다. 토지의 경우도, 토지 수용가격을 논의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싱가포르의 경우 1966년 토지 취득법을 만들어 정부가 정한 가격(시세보다 낮은 가격) 으로 땅을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번 행정도시 때도 2002년 가격으로 수용하려다 결국 비싼 가격으로 수용했다. 박=문제는 실천가능한 것 중에서 가장 필요한 게 뭐냐, 하는 것이다. 예전엔 1세대2주택은 용인했지만, 지금은 2주택도 중과세 대상이 되는 등 많이 강화됐다. 또 정부가 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농지나 목장용지의 과세는 농업구조 조정과 관련해 생각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수십조원을 농촌 구조조정에 투입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농지에 대해서는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고 했었다. 소유는 도시민이 하되, 영농은 전문경영인에 맡긴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부재지주 등에 대해 양도세를 중과하면 어떻게 되나. 농지 등에 대한 세제가 큰 흐름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사회=공급측면의 대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박=임대주택 강화는 바람직하고, 특히 국민임대의 경우 수요가 많다. 선진국도 임대주택을 많이 확보한 곳은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이 안정돼 있다. 중대형을 포함한 임대주택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특정지역 특정아파트가 가장 문제인데, 200만평 새도시 공급하는 것은 바람직하며 시장에서도 큰 효과를 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누가 언제 어떤 규모로 어떤 가격에 공급하겠다는 것을 시장에 빨리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 가시적인 조처가 없으면 다른 단지와 똑같은 꼴 난다. 불로소득 과세 합리화 관철시켜야
정부의 부동산 종합 대책발표 내용에 관해 좌담을 나누고 있는 홍종학, 김용민, 최영태, 박헌주씨(왼쪽부터).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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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공영개발 목표를 명확히 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은 소득에 맞는 주택을 공급하는 것인데, 왜 정부가 싸게 지어 투기꾼에게 바치냐는 의문이 있다. 이에 대한 대책도 이번에 분명하지 않은 것 같다. 박=싱가포르나 유럽 국가 대부분이 땅은 정부가 갖고, 토지임대 주택분양(정부서 땅 빌려주고, 집은 실수요자에게 팔았다가 되팔 때는 정부가 다시 사는 것)인데, 특전사 부지도 팔려고 하지 말고 그런 논의를 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 최=개발이익 사유화를 허용하는 게 문제다. 개발이익이 생겼다면, 그것을 전국민이 골고루 공유하면 문제가 안되는데 이걸 사유화해서, 또 그런 사유화한 사람이 경제를 끌고 가게 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공급이 어떤 모양으로 갈지 상당히 어렵다. 공급부문에 있어서도 공영개발 이야기를 자꾸 하는데, 공영개발의 실체와 목표가 뭔지 명확히 해야 한다. 박=공영개발의 목표는 개발이익환수, 서민주거(임대주택 등), 쾌적한 환경계획 등 세가지다. 공공개발은 원가를 다 공개하니까, 이익을 어떻게 쓰는지 공개하면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있다. 사회=이번 대책이 집값 안정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인지 평가해 달라. 김=종부세 대상자의 지역별 분포를 보면, 48.3%가 강남 서초 송파 강동이다. 90% 이상이 서울과 경기도권에 있다. 금리를 1% 인상하면 그 영향이 다른 기업이나 경제의 다른 부분에 많이 가는데, 보유세 실효세율을 1% 인상하게 되면 이런 대상으로 정확히 향한다. 2% 미만의 세대에 대해 과세를 합리화함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얻고, 98%의 국민에게는 과세가 강화되지 않는다. 소수에 과세를 강화해 목표하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추구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는 정치적 동의를 구하는 게 중요하다. 집값 떨어지기보단 안정될듯 최=가격이 떨어질 것 같지는 않다. 양도세 주고 파느니 갖고 있으려고 할 거다. 이자같은 경우가 위험스러운데, 정부가 집값이 유지되기를 바라지 떨어지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는 메시지를 줄 수도 있어 지금 팔려고 하지 않을 거다. 나중에 세제가 다시 완화할 수도 있고, 굳이 급하게 팔 이유가 없을 수도 있다. 시장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값을 떨어뜨리기는 힘들다. 결국 신규로 2주택을 가지려는 수요를 얼마나 차단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고, 주택정책의 성패를 좌우한다. 상당히 난해한 문제이긴 한데, 그나마 신뢰를 줄 수 있으려면 입법하는 사람들이 연대서명을 하든지 해서, 최소한 이것만은 앞으로 안바꾸겠다는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시대와 경기가 조금 바뀌었다고 또 정책이 바뀌는 것은 절대 안된다. 홍=정부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이게 최종적이 될 필요는 없다. 오르면 또 대책 내면 된다. 이 대책으론 조금 부족하다고 본다. 또 국민의 목적함수와 정부의 목적함수가 일치하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은 경기침체가 되더라도 집값이 떨어지길 바라는데, 정부가 그런 것을 고려했는지 모르겠다. 재경부는 성장률에 더 집착하는 게 사실 아니냐. 성장률 손해봐도 좋으니 부동산 값으로 정부를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고민해봐야 한다. 박=부동산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상당히 반영되고 있다. 값이 떨어져도 문제가 크다. 공급대책이 확실히 나와야 더 안정이 될 수 있다. 개발예정 토지에 대한 대책은 상당히 미흡하다. 낮은 단계에서 이미 가격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증여를 해버리면 되기 때문이다. 김=이번 대책의 목표는 서민주거안정이다. 정부가 경기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경기도 살리고 부동산 값도 잡고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보유세 강화와 투기적 이익 환수를 통해 부동산 값은 잡고, 돈도 투자로 돌려 경기도 살려야 한다. 국민경제의 더 좋은 단계 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 정리 석진환, 사진 이정아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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