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8.31 21:44
수정 : 2006.01.16 23:58
사설
‘8·31 부동산 대책’은 과거 어떤 대책보다 종합적이라고 할 만하다. 투기수요 억제와 공급확대 방안을 함께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택과 토지를 아우르고 있다. 정부 의지도 강해 보인다. 아파트 담보대출 규제까지 합하면 금융 부문까지 망라한 셈이다. 공개념적 요소를 사실상 배제하고 세제와 공급 위주로 짜여졌다는 점에서 미흡한 구석이 없지 않으나 일단은 긍정적이다. 투기대책 차원을 넘어, 후진적 부동산 세제와 거래 관행을 바로 잡을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다. 보유세 강화와 거래 투명화는 해묵은 과제였다.
이제 논의의 장은 국회로 넘어갔다. 국회는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을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당리당략을 떠나 경제와 민생 편에서 논의에 임해야 한다. 이번에도 흐지부지돼 시장의 내성을 키우는 꼴만 됐다간 나라 장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중국을 비롯한 거대 개도국들이 급성장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부동산에 발목잡혀 있어서야 되겠는가. 지금 같은 부동산 고비용 구조로는 투자가 살아나기 어려울 뿐더러, 부익부 빈익빈의 가속화로 성장 잠재력이 더욱 떨어질 게 분명하다.
여야가 총론에서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점은 다행이나, 각론으로 가면 틈이 만만치 않아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한나라당이 보유세 실효세율 목표를 정부안의 절반인 0.5%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재고해야 마땅하다. 보유세 강화는 대책의 핵심이다. 이번 대책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질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은 전체 세대의 2% 미만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그동안 기득권층 옹호란 굴레에 갇혀 있다는 인상을 줘 왔다. 이번에야말로 그런 인상을 불식할 좋은 기회다.
‘귤이 회하를 건너가면 탱자가 된다’는 말을 연상시키듯, 정부 대책이 국회로 넘어가면 강도가 약해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 통념도 깨길 기대한다. 더 견고하고 항구적 틀을 갖춘 대책이 될 수 있게,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하길 바란다. 분양원가 공개와 후분양제 정착, 한걸음 나아가 주택거래 허가제를 비롯한 공개념적 요소 도입 등은, 땅이 좁고 그로 인해 주택공급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우리 여건에 비추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부동산 정책이 냉탕과 온탕을 오가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확고한 뜻을 밝히지만 여전히 미덥지 않다. 시장 분위기가 가라앉고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면 보수언론이 서민과 경기를 앞세워 정책과 시장을 흔들고, 정부도 휘둘렸던 사례를 수없이 봐 왔다. 부분적 부작용은 보완해야겠지만, 이를 빌미로 근간을 훼손하려 해서는 안 된다. 한덕수 경제부총리는 2003년 10·29 대책 이전을 바람직한 집값 수준으로 제시했으나, 그 이상의 가격 하락도 감수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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