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북핵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취임 100일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여전히 고공 행진 중이다. 지난주 한국갤럽의 78%에 이어 <한겨레> 조사에서도 78.6%를 찍었다. 촛불이 탄생시켰고, 촛불민심과 함께하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촛불집회를 도운 ‘퇴진행동’의 100대 개혁과제, 광화문광장 등에서 수집한 국민제안 16만건도 수렴해 국정기획위가 100대 국정과제로 추렸다. 분기별로 점검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이 국민보다 반발짝, 노무현 대통령이 한발짝 앞서갔다면 문 대통령은 국민과 나란히 가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공공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이래 일자리위원회, 최저임금 인상, 블라인드 채용,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프랜차이즈 갑질 조사뿐 아니라 검찰과 국정원 인적 청산까지 국민이 바라는 눈높이 공약을 하나씩 실천해가고 있다. 과열 부동산 시장도 잡히기 시작했고 노후 화력발전 중단도 미세먼지 감소 효과를 냈다. 무엇보다 노동계가 ‘대타협’의 길에 첫발을 내디딘 데는 민주정부 10년의 ‘노동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정부와 노동계의 성찰과 지혜가 담겼을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밝힌 대로 “국민과 눈 맞추며…단단하게 개혁”해서 “유능함을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지켜가고 있다. <한겨레> 조사에서 부동산대책, 핀셋증세, 최저임금 인상 등 사회경제정책들이 70%대의 높은 지지를 받은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성과 못잖게 그늘이 도드라지는 시기다.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사퇴 등 최근 인사 실패는 인사시스템이 고장난 게 아닌지 우려를 낳는다. 쏟아지는 민생정책, 복지공약이 지속가능한지 재원 대책에 대한 설명은 아직도 명쾌하지 않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혼선에다 북핵 대응 과정을 두고 제기된 ‘전략 부재’ 논란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수능 절대평가나 교원 임용을 둘러싼 갈등 역시 만만한 과제가 아니다. 새 정부에 반대하는 쪽의 공격은 집요하고 거칠다. 국정 역사교과서 폐지에 ‘뭐가 잘못됐기에’ 없애냐고 시비한 이래 사사건건 꼬리를 단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에는 세금을 맘대로 쓰느냐며 ‘정규직이 먼저 양보해야 한다’는 반론을 들고나왔다. ‘대기업노조가 진짜 강자, 대기업은 허약한 강자’라며 진짜 강자와 싸우는 게 개혁이라는 논리도 등장했다. 모든 대선후보가 공약할 만큼 국민적 공감대가 넓었던 최저임금 인상에도 기업들이 해외로 떠난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부동산 대책 내놓으니 ‘강북이 뿔났다’고 비틀었다. 사드 문제에 국론이 분열돼 중국이 경제보복을 하는 거라면서도 트럼프의 ‘최고의 압박·관여’와 문재인의 ‘제재·대화 병행’ 사이엔 엄청난 골이 파인 듯이, 이중 잣대로 갈등을 키웠다. 그럼에도 야당과 언론의 비판과 지적은 민주주의의 불가결한 요소다. 기본 철학이 다르면 문제의식과 해법도 다른 법,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도 기회비용이라 여겨야 한다. 하지만 ‘적폐’까지 옹호하며 ‘청산’을 방해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제1야당은 혁신위원장이 ‘박근혜 탄핵은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더니 국정원 적폐청산 티에프에 대해서도 ‘정치보복’이라며 당 차원의 저지 티에프까지 꾸리겠다고 나섰다. 삼성 합병에 국민연금을 동원한 복지부 장관에게 유죄가 선고되자 “누가 민감한 일 하겠냐”며 관가가 술렁인다고 했다. 삼성 총수 재판엔 ‘스모킹건이 없다’며 국정농단 심판마저 흔들었다. 블랙리스트 유죄판결에는 ‘걸리지 않았을 뿐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도 있었다’며 근거 없는 주장으로 물타기에 나섰다.
탄핵 직후 열린 촛불집회에서의 축포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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