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1.14 08:58 수정 : 2019.01.14 10:16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3) 스틸컷. 출처: IMDb

김준혁의 의학과 서사 (14)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자유와 안전이 벌이는 격돌과 파행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2013) 스틸컷. 출처: IMDb
(주의.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스포일러가 가득합니다.)

치과의사
한 남자가 있다. 거친, 혹은 되는 대로 살아온 그는 소위 텍사스 남자다. 거친 말투를 쓰고 로데오를 즐기며 긴 부츠를 신은 사람. 우리로 치면 경북 지역에서 쓰는 강한 억양으로 ‘남자네’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인물이겠다. 배경은 1980년대 중반이다. 월남전, 히피, 석유파동을 지나 잠깐 잠잠하던가 했더니 다시 역사의 수레바퀴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하던 그때, 한동안 인류를 공포와 분열로 몰고 갔으며 여전히 증오를 불러일으키는 이름 하나가 슬슬 퍼지기 시작했던 시기. 후천면역결핍증후군(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줄여서 에이즈(AIDS)가 악마의 이름이었으니, 남자는 맞서 싸운다. 무엇으로? 맨주먹으로. 누구와? 오늘은 결국 이 사람이 대항한 상대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잠깐 상황을 설명하고 넘어가자. 이 병은 상당히 오랫동안 외국의 일이었으며 우리는 그저 막연한 불안감과 적개심만 키워왔던 터라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에이즈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외부 침입으로부터 몸을 지키며 인간이 잘 기능하기 위해 함께 공생하고 있는 여러 미생물을 문제되지 않는 수준으로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을 면역계라고 부르며, 면역세포 여러 종류가 역할을 맡는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는 이 면역세포 속으로 들어가 자신을 복제하며 면역세포를 파괴한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면역기능 저하로 평소에는 쉽게 이겨낼 수 있던 감기에도 위험한 상태에 빠지게 될 수 있고 결국 여러 합병증 때문에 사망에 이른다.

사진가 알론 레이닝거가 1986년 촬영한 이 사진은 에이즈가 유행하면서 벌어지게 되는 대혼란을 예고하고 있는 듯 보인다. 사진 왼편에 있는 환자 켄 믹스는 촬영 3일 후 사망했다. 팔에 드러나 있는 검은 반점은 카포시 육종 때문에 생긴 것이다. 환자가 내비친 불안한 얼굴은 배경에 거리를 둔 채 앉아 있는 남자가 보이는 무심함과 대조를 이루며 당시 환자군으로 지목당한 동성애자 남성들이 어떻게 에이즈에 반응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출처: 뉴욕 타임스[1]
이 질병이 발견된 것은 1981년이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 발행하는 사망률, 유병률 주간 보고서(Morbidity and Mortality Weekly Report, MMWR) 1981년 6월호는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동성애자 남성 5명에게 폐렴이 발생했으며 두 명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2] 바이러스(Cytomegalovirus, CMV) 감염과 칸디다증(진균인 칸디다 알비칸스에 의한 점막 감염) 또한 관찰되었다. 폐렴으로 젊은 남성이 사망하는 것은 면역계가 심각하게 손상되었거나 망가진 상황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에, 질병관리본부는 동성애자가 지닌 생활습관이나 그들 사이 성적 접촉이 문제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 지점에서 이미 동성애자에 대한 편견이 깊이 담겨 있음을 읽어낼 수 있지만, 흐름을 살피는 것이 목적이니 넘어가자.

이어 보고서 7월호는 카포시 육종(Kaposi’s Sarcoma, 당시 노인에게서 드물게 보고되던 악성 혈관종양)과 폐렴이 뉴욕과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동성애자 남성 26명한테서 관찰되었다고 보고했다.[3] 1981년 7월3일 유명한 의사이자 칼럼니스트 로렌스 알트먼은 ‘뉴욕타임스’에 “41명의 동성애자에게 희소 암이 나타나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4] 이후 에이즈로 불리게 되는 게이 암(gay cancer) 또는 게이 흑사병(gay pest)이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1983년 프랑스 바레시누시와 몽타니에 박사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를 혈액에서 분리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5], 오랫동안 사람들은 에이즈가 방종에 신이 내린 천벌이라고 생각했다. 방종 하는 자들, 즉 동성애자, 성노동자, 마약 상용자가 걸리는 병이라고 생각했으니까. 혈우병 환자와 아이티 사람(Haitian) 중에서도 에이즈 감염이 많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해선 별로 관심이 없었다. 천벌이 입힌 부수적 피해(collateral damage)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그리고 오늘의 주인공, 론 우드루프(매튜 매커너히 분) 또한 에이즈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그 자신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남자’였으니 이 사실을 덜컥 받아들이지 못한 그는 욕을 하며 병원을 뛰쳐나오긴 했지만.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삶과 자유에 대한 찬미

발병 사실을 알았을 때 마약을 하고 무절제한 삶을 살던 론에게 의사는 한 달 뒤면 죽는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한다. 무시하고 싶지만, 말을 듣지 않는 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실을 인정한 론은 신약 아지도티미딘(Azidothymidine, AZT)이 임상시험 중임을 알게 된다. 론은 아지도티미딘을 처방받으려 하지만 약은 당시 이중맹검(double blind test) 중이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약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비교하기 위해 가짜 약(placebo)과 진짜 약을 의사 또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눠주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임상시험에 등록해도 론이 약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반반.

절박한 론은 병원 청소부에게 부탁해 약을 빼돌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몸 상태는 더 악화하여 가는 데다가 청소부는 약을 더 구해줄 수 없다며 혹시 생각 있으면 가보라고 멕시코 주소를 던져주고는 사라진다. 이판사판, 멕시코에 간 론은 불법 행위로 면허가 취소된 후 무자격으로 진료하고 있는 의사를 만나고 그에게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것과는 다른 설명을 듣게 된다. 지금 몸 상태가 나빠진 것은 마약과 아지도티미딘이 나타내는 부작용이 결합한 결과이고, 지금 필요한 것은 몸 상태를 회복시킬 수 있는 다른 약물이라는 것을.

멕시코 의사 말을 따라 마약도, 아지도티미딘도 끊고 다른 약을 이래저래 시험해본 론은 몸이 좋아지는 것을 보고 제약회사가 약장사를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아지도티미딘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환자 상태를 악화시키는 약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의사가 권한 잘시타빈(Zalcitabine, ddC), 인터페론(Interferon), 컴파운드 큐(Compound Q)를 잔뜩 들고 텍사스로 돌아온 론은 처음 에이즈 진단을 받았을 때 병원에서 만난 트랜스젠더이자 마찬가지로 환자인 레이온(자레드 레토 분)과 함께 에이즈 환자들에게 회원제로 밀수한 약을 넘기기 시작한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Dallas Buyers Club)이 출발한 것이다.

론은 약품이 에이즈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를 입수하면 전 세계를 누비면서 약을 밀수해 자신과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회원에게 투여했다. 약을 얻기 위해 거짓말, 회유, 애원을 오가는 론을 보면 어쩔 수 없이 편을 들게 되고 만다. 나는 저렇게 최선을 다해 주어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출처: IMDb
이후 론과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허용되지 않은 약을 들여와 환자들에게 넘겼기에 정부로부터 약품 압류와 처방 금지 처분을 당한다.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은 허가받지 않은 약물을 넘기는 것은 불법이라는 태도를 고수한다. 론은 식품의약국이 제약회사 편을 들어 효과도 없는 약을 환자들에게 강제하려 자신들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펩타이드 티(Peptide T)라는 약품이 아지도티미딘보다 효과가 훨씬 좋다고 주장하는 론은 식품의약국을 고소한다. 그는 정부를 상대로 승리하는 데엔 실패하지만, 개인적으로 약품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게 된다. 1개월 시한부 인생 판정을 받았던 론은 회원들에게 계속 약을 공급하면서 7년을 더 살다 떠난다.

실존 인물 로널드 우드루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삶과 자유에 대한 의지로 에이즈라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질병, 그리고 환자를 힘들게 만드는 부당한 제도와 싸운 한 사람을 그렸다. 극화를 위해 몇 가지 설정을 손본 정도를 제외하면(론이 동성애자를 싫어하지 않았다든가 하는) 사실에 충실히 기반을 두었다고 하는 이 영화. 이쯤 되면 효과도 없는 끔찍한 약, 아지도티미딘을 불쌍한 환자들에게 팔아넘긴 제약회사는 탐욕의 화신이며 아마 돈을 받아 제약회사 편을 든 식품의약국은 부패의 화신쯤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인가? 제약회사는 돈에 눈이 멀었고 식품의약국은 무능하며, 론이 내놓은 해결책은 의료계가 내세운 권위에 눌려 인정받지 못했던 것일까?

아지도티미딘과 식품의약국의 ‘진실’, 그럼에도 여전히 영화가 유효한 이유

먼저, 약부터 살펴보자. 앞서 말한 것처럼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는 면역세포 속으로 들어가 증식한다. 레트로바이러스(retrovirus)에 포함되는 이 바이러스는 역전사 효소를 가지고 있다. 이 효소는 세포핵 속에 있는 유전물질인 디엔에이(DNA)가 아르엔에이(RNA)를 통해 핵 밖으로 정보를 전달, 단백질을 합성하는 과정을 거슬러 오른다. 즉, 바이러스가 들고 들어간 아르엔에이가 디엔에이로 전사(傳寫, 유전 정보가 옮겨지는 과정)되어 들어가는 것이다. 아지도티미딘은 디엔에이를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인 티민(thymine)과 유사하게 생긴 물질이다.[6] 바이러스가 역전사 과정을 일으킬 때 아지도티미딘이 티민 대신 끼어 들어가면서 합성을 실패하게 만들고 따라서 바이러스는 더 늘어나지 못한다.

아지도티미딘이 지닌 문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 심한 부작용. 사실 이 약은 항암제로 개발되었으나 효과가 없음이 밝혀져 치워져 있었던 상태였다. 우연히 약이 에이즈에 효과가 있음을 제약회사와 의료진은 알게 되었지만, 얼마만큼 투약해야 좋을지 가늠하지 못했다. 아직 알 수 없는 공포를 몰고 다니던 에이즈를 상대하기 위해 고용량을 택했던 것이 제약회사가 범한 실책이었고, 약은 효과가 있었을지언정 고농도로 투여된 탓에 더 큰 부작용을 일으켰다. 이후 저용량으로 투여하는 것으로 투약지침이 완성되면서 이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약을 더 적게 먹어도 되니 환자들이 겪었던 재정적 어려움 또한 줄어들게 된 것은 덤이었고.

둘, 내성(耐性). 내성이란 세균 등이 약물에 저항성을 획득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또한 아지도티미딘과 티민을 구분할 수 있게 되어 내성을 획득한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아지도티미딘을 투여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보통 일 년) 약이 효과가 없어지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 개발된 여러 항바이러스제를 섞어 투약하게 되었고, 이 칵테일 요법(영어로 Highly Active Anti-Retroviral Therapy, HAART 라고 부른다)은 현재까지 에이즈 치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법이다. 이 방법 덕에 이제 우리는 에이즈를 엄청 나쁘지만 죽지는 않는 만성 질환 정도로 여길 수 있게 되었다.

즉, 론이 아지도티미딘 무용론(無用論)을 설파한 것은 아직 해결되지 못했지만 언젠가 풀릴 문제였던 것들을 약이 지닌 한계로 속단한 탓이다. 물론 약은 여전히 비쌌고 일부는 약이 있음에도 죽어갔지만, 미국에서 벌어진 일은 이후 아프리카에서 벌어졌던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에이즈 치료제를 선진국과 같은 가격으로 팔아넘겨 심지어 판사 정도 되는 전문직 종사자마저도 연봉 삼분의 일을 약값으로 써야 했던 것이 십 년 전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던 일이었으니까. 여기서 제약회사가 보인 과도한 탐욕은 비판을 받아야 하나, 아지도티미딘 사용 초기에 벌어졌던 일을 두고 돈에 눈이 멀었다고 제약회사를 비난하는 일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제약회사도 아직 잘 몰랐던 것 뿐.

식품의약국을 살펴보자. 물론 식품의약국(국내라면 식약청)이 보수적인 결정을 하는 기관은 맞다. 너무 빠른 결정을 내렸다가 일을 망치기에 십상인 분야가 식품이고 약품이니까. 유럽과 미국은 빠른 결정이 가져온 뼈아픈 고통과 서두르지 않았던 한 심사관이 가져온 환희를 기억하고 있다. 50~60년대 입덧 약으로 판매되었던 탈리도마이드(Thalidomide)가 그 주인공인데, 유럽은 섣불리 약을 허가했다가 8천명에 가까운 기형아가 태어나는 비극을 감수해야 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프랜시스 켈시라는 심사관이 제약회사가 넣는 압력을 견디고 승인을 거부했고, 그 덕에 부작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에이즈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기에 식품의약국은 1984년 이미 에이즈 치료제 관련해서는 규제를 낮추고 있었다.[7] 게다가 기록에 의하면 식품의약국은 에이즈 환자들과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다. 문제는 론이 사용하던 약품이 식품의약국이 보기에 위험했다는 것. 식품의약국은 에이즈 운동가들이 주장한 것을 대부분 수용하려는 입장이었지만,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과 론이 사용하던 약품을 용인하긴 어려웠다.

실제 로널드 우드루프 본인이 컴파운드 큐 약병을 내보이고 있다. 그는 자신에게 약을 써보고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면 클럽 회원에게 나눠 주었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효과가 있는 약은 거의 없었다. 심지어 그는 큰엉겅퀴 같은 약초를 회원에게 권하기도 했다. 위험한 컴파운드 큐와 달리 큰엉겅퀴는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지만, 아무런 효과를 내지도 못했다. 출처: 워싱턴 포스트[7]

서울이 세계 1위 임상시험 도시가 된 이유는?

마지막으로 론이 사용하던 약품들을 보자. 방금 말했지만, 론이 사용하던 약품은 효과가 없거나, 효과가 있어도 미미했고 위해를 끼쳤다. 컴파운드 큐는 임상시험 과정에서 사망 사고가 있었고[8], 영화에서 디디씨라는 성분명으로 불리는 잘시타빈은 항바이러스제로 아지도티미딘 이후 식품의약국이 허가한 약품이지만 오히려 아지도티미딘보다 부작용이 더 심했다. 면역세포가 만드는 단백질로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인터페론은 면역 기능을 약간 회복시켜줄 수 있었지만, 에이즈에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론은 펩타이드 티가 효과가 있다고 믿고 그 사용을 위해 소송도 불사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그렇다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을 다룬 기사 제목, “이 역사를 믿지 마시오(don’t buy this history)”처럼 영화가 다룬 내용은 관객을 호도하는 잘못된 역사라고 무시해야 하는 걸까.[9] 그렇지는 않다. 론과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때문에 이 땅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상당히 늘렸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니까. 그것이 론이 밀수한 약물 때문이든 아니든 간에 말이다. 론이 펩타이드 티를 두고 벌인 소송은 무익한 약에 대한 논쟁이었다. 하지만 이후 식품의약국이 말기 환자가 다른 대안이 없는 경우 임상시험 중인 약품을 빨리 사용하는 것을 허가하도록 규정을 바꾼 것은 론과 같은 운동가가 낸 목소리 때문이었다.[10]

생각해봐야 할 것은 결국 약품이, 의학이 지난 한계다. 어떤 약도 100% 성공을 자신할 수 없으며, 심지어 기전을 밝혀내 세균을, 바이러스를, 질병을 상대할 수 있다고 확신한 그 순간 상대는 모습을 바꾼다. 게다가 여러 요소와 층위로 구성된 인체 어디에 약이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한다는 것은 더디고 고통스러운 과정일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썩은 동아줄이라도 붙들고 싶은 환자가 약이 개발되어 시험 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 아닐까. 정면으로 개인의 자유와 안정성에 대한 확인이 충돌하는 지점인 바로 이 곳에서 어느 쪽 손을 들어야 하는가. 예컨대, 전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보수적인 우리나라 식약청과 보험공단은 약품 허가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다. 따라서 환자들이 신약에 접근하는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고, 애가 탄 의료진과 환자는 임상시험에 매달린다. 서울이 “세계 1위 임상시험 도시”가 된 이유 중 하나다.[11] 그렇기에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이 던진 질문, 자유와 안전의 싸움이 만드는 소용돌이에 여전히 우리는 휘말려 있다.

김준혁/치과의사, 부산대 의료인문학교실 박사과정(의료윤리학) junhewk.kim@gmail.com

참고문헌

[1] Altman LK. 30 Years In, We Are Still Learning From AIDS. The New York Times. May 30, 2011.

[2] CDC. Pneumocystis Pneumonia?Los Angeles. MMWR 1981;30:250.

[3] CDC. Kaposi’s Sarcoma and Pneumocystis Pneumonia Among Homosexual Men?New York City and California. MMWR 1981;30:306-8.

[4] Altman LK. Rare Cancer Seen In 41 Homosexuals. The New York Times. Jul 3, 1981.

[5] 김형자. HIV 발견 분쟁, 교통 정리되다. 한겨레. 2008년 12월 1일.

[6] 강석기.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진실은 어디까지? 동아사이언스. 2014년 3월 13일. <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3995>

[7] Matthews D. What ‘Dallas Buyers Club’ Got Wrong About the AIDS Crisis. The Washington Post. Dec 10, 2013.

[8] Jennings P, Delaney M. The Trail of Compound Q. PBS Frontline. May 23, 1989.

[9] von Tunzelmann A. The Dallas Buyers Club: Don’t Buy This History. The Guardian. Feb 12, 2014.

[10] Cohen MN. Getting New Drugs to People with AIDS: A Public Policy Response to Lansdale. Hastings Const L Q. 1991;18:471-85.

[11] 김효정. [뉴스 인 뉴스] 서울은 왜 세계 1위 임상시험 도시가 됐나. 주간조선. 2018년 12월 17일.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김준혁의 의학과 서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