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07 10:01
수정 : 2018.11.3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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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노동위원회 등 10여개 위원회의 국정감사가 국회에서 열린 지난 10일15일 오전 국회 상임위 회의실 밖 로비에서 각 부처 공무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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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천호의 파란 하늘]
국회의원은 예보 틀렸다고 호통
기상청장은 잘못 시인하며 사과
매년 반복 비과학 국감 끝내야
청장 통합체계 이해하는 인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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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노동위원회 등 10여개 위원회의 국정감사가 국회에서 열린 지난 10일15일 오전 국회 상임위 회의실 밖 로비에서 각 부처 공무원들이 대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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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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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날씨 예보에 관한 평가는 가혹하다. 아예 기상청이 아니라 구라청이라고도 한다. 이런 조롱이 국정감사장에서 일부 국회의원이 날씨 예보를 비난할 때 그대로 인용된다. 일부 언론은 이것을 기사 제목으로 올린다. 다시 여기에 비난 댓글이 붙어 증폭된다.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은 날씨 예보가 틀렸다고 호통을 치고 기상청장은 잘못했다고 한다. 잘못했다면 고쳐야 하는데 왜 이 광경이 거의 매년 반복되는가? 확실할 수 없는 것을 확실해야 한다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근거로 날씨 예보를 비난하고 조롱하고 기상청장은 그게 맞다고 인정하는 이상스러운 상황이다. 이는 전제가 틀렸기 때문에 실제 해결해야 할 예보 문제를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든다. 완전하게 확실한 예보는 이 세상에 없으므로 예보의 맞고 틀림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예보 과정이 합리적이고 과학적이었는지를 따져 볼 수 있다.
맞고 틀림에 승부를 거는 예보의 기술 수준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40점을 맞던 학생이 매일 1시간씩 공부를 하여 60점을 받았다고 해보자. 이 학생이 2시간을 공부한다고 80점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공부한 시간에 비례하여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기상 선진국에 속하여 날씨 예보 체계가 이미 90점 정도는 된다. 여기에 1~2점을 높이려면 낮은 점수를 받을 때 비해 엄청난 투자를 해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민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예보 정확도를 향상하겠다는 기상청장의 약속은 거짓이 될 것이다.
또한, 예보관이 예보를 낼 때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자료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미국과 일본의 날씨예측모델 결과도 참고한다. 우리나라 예보관이 기상정보 부족으로 다른 나라보다 예보를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태풍 진로의 경우, 언론에서 미국과 일본의 예보도 함께 알려준다. 각 나라 예보가 조금씩 차이 나는 이유는 실력의 차이가 아니라 예보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영역으로 태풍이 진입하면 이 세상에서 우리나라 예보관이 가장 열심히 자료를 보고 판단한다. 단순히 한 사례에서 다른 나라보다 오차가 큰 것을 가지고 비난하는 건 과학적이지 않다.
기상청에서 발표하는 비 예보에 맞춰 대부분 사람이 우산을 준비하고 주말 야외 활동 계획을 조정한다. 날씨 요소 중 비 예보가 가장 불확실성이 크다. 비 예보에 맞춰 대응하는 사람들조차 그 예보가 완벽하게 맞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렇게 하는 게 실용적으로 유익하기 때문이다. 시민의 선택도, 정부의 재난 대응도 불확실한 근거 위에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확실성이 행동의 전제 조건이 아니다. 불확실성 안에 담긴 신호에 따라 실용적인 반응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선진적인 다른 나라의 기상청은 날씨 예측의 불확실성을 포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상청장은 직무 태만이나 조작으로 날씨 예보를 잘못한 경우가 아니라면 예보를 잘못했다고 인정하면 안 된다. 과학은 확실성을 주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10여년 전부터 대부분 기상청장은 기상청의 통합기술체계를 이해할 수 없는 외부 사람이 임명되었다. 일의 과정을 모르니 성과에 집착하려는 경향이 있다. 과학기술에서 성과는 일을 통해 얻는 결과이지 목적이 아니다. 과학기술은 합리적 사유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상청은 ‘연구개발의 열망’을 잃어버리고 ‘정무적 감각’이니 ‘정책 마인드’니 하는 성과 지향의 가치가 지배하게 되었다. 그 결과가 구라청이라 비난을 받고 기상청장은 국회에서 비과학적인 답변을 매번 반복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기상청과 같은 집행 기관인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의 수장은 항상 내부에서 승진한다. 아마 정의롭게 일을 잘했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현재 기상청장과 차장 모두 외부에서 왔다. 왜 왔는지도 이해되지 않는다. 이는 과학기술에 대한 모독이다. 기상청은 과학기술의 합리적 사유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기관으로 돌아가야 한다. 날씨 예보는 과학기술이기 때문이다.
대기과학자
cch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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