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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24 10:04 수정 : 2019.01.25 13:53

인공강우는 구름 안에 요오드화은나 드라이아이스 같은 ‘구름 씨앗’을 뿌려 빗방울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사진 기상청 제공

[조천호의 파란하늘]
폭우로도 미세먼지 줄이기 어려워
인공강우의 제거 효과 입증 안돼
정책,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해야

인공강우는 구름 안에 요오드화은나 드라이아이스 같은 ‘구름 씨앗’을 뿌려 빗방울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사진 기상청 제공
기상청이 오는 25일에 인공강우가 미세먼지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분석하기 위한 실험을 서해상에서 한다고 발표했다. 청와대에서는 “고농도 미세먼지로 국민들의 어려움이 크고 인공강우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달라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있어, 기상청의 인공강우 실험에 미세먼지의 저감 실험 포함 가능 여부를 검토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진격로’만 응시한 채 ‘디딤판’을 살펴보지 않은 것이다.

대기과학자
1940년대부터 과학자들은 구름 안에 요오드화은이나 드라이아이스와 같은 ‘구름 씨앗’을 뿌리면 구름방울이 커져 빗방울이나 얼음 결정이 되는 과정을 항공 실험해왔다. 이를 ‘구름씨뿌리기’라 하며 이에 의해 비나 눈이 내리도록 하는 것을 ‘인공강우’라 한다. 한편 빗방울이 떨어지면서 그 표면에 수십에서 수백 개의 미세먼지(에어로졸) 입자가 모일 수 있다. 이처럼 물방울과 미세먼지가 합쳐지는 과정을 응고(coagulation)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가 제거되어 공기를 맑게 할 수 있다. 실험실에서는 명백한 이론이지만 실제 자연에서는 그 효과가 대부분의 경우 불확실하다.

2010년대부터 중국, 인도와 타이에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인공강우 실험을 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 그 실험에서 얻은 객관적이고 유의미한 연구 결과의 보고서나 논문을 찾을 수 없다.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서 2003년에 ‘날씨 조절’(Weather Modification) 종합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에서 “과학은 구름씨뿌리기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최초의 구름씨뿌리기 이후 55년 동안 수행된 실험으로 자연과정을 더욱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구름씨뿌리기로 비가 되는 과학적인 증거를 아직 찾지 못했다”라고 결론지었다.

씨앗을 심었다 해도 물도 햇빛도 없는 데서 싹을 틔워 자라게 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자연적으로 구름이 없으면 구름씨뿌리기를 한다고 해서 비를 내리게 할 수 없다. 이스라엘은 인공강우를 실용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건기가 아니라 우기에 수행한다. 건기에는 거의 구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있다 해도 인공강우를 하기에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공강우에 있어 살펴보아야 할 또 다른 요소는 지형이다. 이스라엘 인공강우 연구에 의하면 평지보다 산간 지역에서 성공적이었다. 산간 지역에서는 구름씨뿌리기가 지형에 의한 상승 기류 효과와 합쳐져 강수를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인공강우 실험을 서해상에서 한다고 한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것은 고기압 영향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고기압에서는 구름이 거의 없다. 기상 조건도 지형도 인공강우에 알맞지 않다. 다시 말해 중국발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것은 인공강우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가 내린 뒤 펼쳐진 파란 하늘이 아름답다. 이 파란 하늘은 그전에 내린 비가 미세먼지를 모두 씻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중국 과학자들이 날씨 조건에 따라 미세먼지농도가 낮아지는 효과에 관해 연구를 수행했다. 미세먼지는 호우 이상의 강한 강수에서만 그 농도가 크게 낮아졌다. 이는 비에 씻겨 없어진 것보다 호우 발생 때 함께 강해진 바람에 날려 대부분 없어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약한 강수에서는 미세먼지가 거의 줄지 않았다.

강수에 따른 미세먼지 제거 효과. PM 1~2.5 미세먼지는 폭우에서도 8.7%밖에 제거되지 않았고 보통 비 이하에서는 거의 효과가 없었다. 반면 PM 2.5 이상 미세먼지는 보통 비에서 약 10% 감소하였고 폭우에서는 30% 가까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다.(Feng & Wang, 2012)

영국과 미국이 런던 스모그나 엘에이 스모그를 인공강우로 해결하지는 않았다. 이 두 나라가 인공강우를 할 실력이 없고 능력이 없어 그런 게 아니다. 인공강우를 통한 미세먼지 저감은 과학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하는 것은 해야 할 것을 결정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정부가 취해야 할 좀더 근본적인 조치는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기준 강화, 규제 강화와 집행, 대중교통의 인프라 개선 등일 것이다. 이를 수행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이해관계가 충돌해 골치 아프고, 껄끄럽고, 논란을 일으킨다. 정부는 빨리 해결할 수 없는 이런 진흙탕에서 벗어나고 싶을 거다. 그러나 여기에는 비책이 있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미 해결되어 있을 것이다. 인공강우만 하면 되는데 뭐하러 저 힘든 길을 가겠는가? 어려운 걸 어떻게 다루는지에서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시민의 불안을 해결한다고 그 성과가 불확실한 인공강우를 청와대까지 나서 언론에 홍보할 일이 아니다. 디딤판이 없는 진격로에서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 조선 왕조에서 가뭄이 들면 하늘에 기우제를 올렸다. 과학적으로 보면 요행을 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세계관에서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그 무엇이라도 좋으니 당장 눈에 보이는 조치를 하고 싶을 거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엉터리 조치를 낳게 할 뿐이다. 우리 정부의 정책은 요행이 아니라 과학적 합리성에 기반해 수립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National Research Council, 2003: Critical Issues in Weather Modification Research. Committee on the Status and Future Directions in U.S Weather Modification Research and Operations; Board on Atmospheric Sciences and Climate; Division on Earth and Life Studies;. doi:10.17226/10829. ISBN 978-0-309-09053-7.

Amir Givati and Daniel Rosenfeld, 2005: Separation between Cloud-Seeding and Air-Pollution Effects, Journal of Applied Meteorology, September 2005, Vol. 44, No. 9

Xinyuan Feng, Shigong Wang, 2012: Influence of different weather events on concentrations of particulate matter with different sizes in Lanzhou, China, Journal of Environmental Science, Volume 24,2012,Pages 665-674, DOI:10.1016/S1001-0742(11) 60807-3

대기과학자 cch0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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