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07 11:31
수정 : 2018.11.0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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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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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BAR_정유경의 오도가도_‘김앤장’ 동시교체 아닌 장하성 선 경질론 선회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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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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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경제 투톱’ 동시 교체를 요구하던 자유한국당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여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장하성 정책실장이 중심이 된) 소득주도성장 때문에 지금 대한민국 경제가 곤두박질을 쳤는데, 물귀신으로 김동연 부총리까지 세트로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장하성 실장을 먼저 대통령이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부총리를 경질하더라도, 선후를 따지면 장 실장이 먼저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제정책 주도권을 두고 서로 마찰을 빚어온 두 인사의 교체는 동시에 단행되어야 한다”(윤영석 수석대변인)던 지난 2일 논평과는 사뭇 결이 달라졌습니다.
자유한국당이 김 부총리 경질을 늦추자는 까닭으로 가장 먼저 내세우는 것은 ‘시기 조절론’입니다. “나라 경제의 1년, 길게는 수년을 설계하는 예산 정국에 경제부처의 수장을 교체하는 것은 국회를 무시하는 일”(안상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라는 것입니다. 두번째로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주도해온 인물이 아니란 점을 꼽습니다.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경질에 대한 입장이 바뀌었다기보다 시기와 선후가 있다는 것”이라며 “김 부총리는 그나마 정부 부처 내에서 탄력근로제를 신축 적용하자거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조심스레 내왔지만, 청와대 운동권, 경제이론가들에 밀려 뜻을 펴지 못했던 것 아니냐”고 덧붙였습니다. 상임위 기재위에 소속돼 있는 추경호 의원도 마찬가지로 “소득주도성장 실패를 책임질 사람은 김 부총리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김 앤 장 경질’ 프레임에서 김 부총리를 떼어낸 셈입니다. 자유한국당의 한 인사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김 전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의 책임론이 이는 것을 막으려는) 속죄양 아니냐”고도 말했습니다.
‘내 편인 듯 내 편 아닌 내 편 같은 너’
실제로 지금까지 자유한국당은 장하성 정책실장을 한결같이 비난해온 것과 달리 김 부총리를 비판할 땐 대체로 수위를 낮추거나, 사안에 따라 들쭉날쭉한 온도 차를 보였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경제를 운용하는 입장에선 하반기 경제운용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거나 “탄력근로제 기간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온 김 부총리를 ‘친시장주의적’ 인사로 분류했기 때문입니다. 당내에서는 김 부총리가 이명박 정부의 기획재정부 2차관, 박근혜 정부의 국무조정실장을 지낸 만큼, 김 부총리는 ‘정통 관료’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자유한국당은 장 정책실장에겐 거듭 “사퇴”를 요구하면서도 김 부총리를 언급할 땐 “경제라인도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8월20일)고 에둘러 말해왔습니다. 한국당이 김 부총리와 전면 대립한 것은 지난 9월 말 심재철 의원의 ‘국가재정정보 무단유출 논란’ 때가 거의 유일합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김 부총리 해임건의안 발의를 언급하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이어 10월2일 국회 대정부 질문 때는 심재철 의원과 김 부총리가 대면해 격한 ‘설전’을 벌였고, 사실상 김 부총리의 ‘완승’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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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왼쪽부터), 이낙연 국무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가 16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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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소득주도성장 뒤집기 집중’ 전열 정비
자유한국당의 ‘장하성-김동연’ 분리 전략은 현 정부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장하성 정책실장 한 사람에게 집중해 ‘소득주도성장 기조 뒤집기’에 집중하겠다는 속내로 보입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틀 전 방문했던 청와대의 기류와 관련해 “미세하지만 지금 경제 여건상 소득주도성장으로 일관되게 밀어붙이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대통령도 웬만큼 느끼는 분위기였다”고 짚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자유한국당이 본격적인 예산 정국을 앞두고 이른바 ‘가짜일자리 예산’을 ‘공격 포인트’로 정리했고, 이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돌아가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당내에서 정리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당의 내홍으로 그간 통일된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웠는데, 최근엔 당내 경제통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동연 경제부총리까지 동시 경질되면 동반 책임을 묻는 모양새가 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는 것입니다.
후임자에 대한 우려도 김 부총리 보호 분위기를 키우고 있습니다. 장하성 정책실장의 후임자로 거론되는 김수현 사회수석은 소득주도성장에 한층 박차를 가할 게 분명해 보입니다. 반면 한국당 처지에서는 김 부총리의 후임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김 부총리만큼의 ‘소신 행보’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입니다. 당 내부에서는 홍 국무조정실장도 정통 관료이긴 하지만 김 부총리에 비하면 청와대에 반박하고 제어할 수 있는 ‘뚝심’이 부족한 편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장하성 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잘한 것’ 한 가지를 꼽아보라는 어기구 의원의 질문에 “경제적으로 본다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시행한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론에 대한 확신을 굽히지 않은 바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김 부총리) 후임 인사가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는 ‘코드 인사’로 채워진다면 정부에 면피 기회만 주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정부가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고 사람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야당의 공격을 방어하고 경기 침체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의심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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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조달청, 통계청 종합감사에서 제1차관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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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향한 ‘러브콜’ 기류도
정치권에선 김동연 부총리의 ‘흙수저 스토리’와 관료로서의 이력, 경제전문가라는 장점 등을 고려했을 때 여야를 넘어 ‘탐낼 만한’ 자원이라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됐습니다.
더구나 한국당의 최대 고민은 ‘차기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국당으로서는 잠재적 후보군을 넓힐 수 있는 상황에서 구태여 김 부총리를 ‘적’으로 돌릴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겁니다. 김 부총리를 “혁신성장 소신을 펴보려다 운동권 정부에 의해 쳐내진 관료”로 포지셔닝해야 한다는 기류도 그래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김 부총리는 청와대 내 주류인 ‘운동권 친문’과 거리가 있다. 2016년엔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후보로 거론되는 등 우호적인 평가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땐 김 부총리를 향한 공세 틈틈이 “요즘 여러 가지로 마음고생이 많은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답다”(박덕흠 의원), “뜻을 다 펼치지 못해 안타깝다”(함진규 의원)는 이례적인 ‘격려’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김 부총리도 이날 예결특위에서 처음으로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한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가 공개석상에서 사의 표명 사실을 인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은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시장 수용성 측면에서는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특히 ‘연말에는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장하성 정책실장의 견해에 동의하냐’는 물음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정책실장은 자신의 희망을 표명한 것 같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김 부총리의 다음 행보가 주목됩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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