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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18 10:33 수정 : 2018.10.18 13:45

그림자 놀이. 출처: Man vyi가 1889년에 찍은 사진

[윤복원의 물리상식으로 푸는 요즘 세상]
어둠이 만드는 그림자와 관련한 과학 이야기
외계행성 관측 방법과 엑스선 의료영상 원리

그림자 놀이. 출처: Man vyi가 1889년에 찍은 사진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다는 말이 있다. 그러려면 조금이라도 빛을 가로막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빛이 가려 어두워진 부분이 드리울 뭔가도 있어야 한다. 어두워진 부분이 드리워야 비로소 그림자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늘이 맑은 대낮에 땅 위에 서 있는 사람의 그림자가 생기는 경우를 보자. 해가 빛을 만들어 비추고, 그 빛의 일부를 사람이 가로막고, 가려진 어두운 부분이 땅 위에 드리우면, 빛이 가려지지 않은 밝은 부분이 비춰진 것과 구분되면서 그림자를 만든다.

구름이 해를 가릴 때도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대낮에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운 곳은 햇빛이 비추는 곳보다 덜 환하다. 그림자가 만드는 어둠 속에 세상이 있어서 그렇다. 그래도 밤처럼 어둡지는 않다. 구름이 햇빛을 완전히 다 가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햇빛이 대기 속의 공기 분자에 흩어져 만들어지는 파란 하늘이 비추는 빛도 충분한 조명효과를 낸다. 햇빛이 바로 들어오지 않는 창문 근처가 밝은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맑은 대낮에도 햇빛을 거의 완전히 가려 밤처럼 어두워지는 경우가 있다.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때가 그런 경우다. 해, 달,지구가 정확하게 일직선으로 나란히 놓이면, 아래 인공위성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달이 햇빛을 가려 지구 위에 커다란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그림자는 중심 부분에서 가장 진한데, 바로 이 지역에서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 그림자가 상대적으로 옅은 지역에서는 달이 해의 일부만 가리는 부분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 부분일식이 일어나는 곳은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곳에 비하면 덜 어둡다.

2017년 8월 21일 개기일식이 일어날 때 지구에 드리운 달 그림자를 찍은 위성사진. 그림자 가운데의 가장 진한 부분에서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 이 중심지역의 지름은 100km정도에 불과하다. 그 외의 그림자가 연한 부분에서는 부분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 출처: 미항공우주국

개기일식과 금환일식, 그리고 부분일식

해의 지름 139만 km는 달의 지름 3474km보다 약 400배 크다. 하지만 해가 지구에서 떨어진 거리는 달이 지구에서 떨어진 거리보다 400배 가량 크다.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에 비례해 더 작게 보이는 원리로 인해, 지구에서 해와 달은 거의 비슷한 크기로 보인다. 달이 지구에 가까워 달의 보이는 크기가 해의 보이는 크기보다 크고, 해와 달의 중심과 지구에서 보는 사람의 위치가 일직선 위에 놓여야만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 만약에 달이 지구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달의 보이는 크기가 해의 보이는 크기보다 작으면, 달과 해의 중심과 보는 사람의 위치가 일직선 위에 있어도 해를 다 가리지 못한다. 이때는 달 주위로 해가 반지처럼 보이는 금환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 해와 달의 중심이 보는 사람 위치와 일직선 위에 있지 않으면, 달이 해를 다 가리지 못해 해의 일부가 보이는 부분일식이 생긴다.

달이 지구에 가까울 때는 달이 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보여 달이 해를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일어난다. 달이 지구에서 멀 때는 달이 상대적으로 작게 보여 달과 해의 중심이 일치해도 달이 해를 다 못 가려 해가 금반지처럼 보이는 금환일식이 일어난다. 해와 달 그리고 지구에서 보는 사람이 일직선상에 있지 않으면 달이 해의 일부를 가리지 못하는 부분일식이 일어난다. (그림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해와 달의 상대적인 크기를 과장했다.)

항성 주위를 도는 행성을 찾는 법

일식과 같이 한 천체가 햇빛을 가려 햇빛이 줄어드는 현상을 이용하면, 멀리 있는 별 주위를 도는 외계행성의 존재도 확인할 수 있다. 지구에서 볼 때 별빛은 아무것도 가리지 않을 때 가장 밝다.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듯이 만약에 별 주위에 행성이 공전하면, 지구에서 볼 때 돌고 있는 행성이 별을 가리는 상황이 있을 수 있다. 이른바 식(eclipse)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행성이 별을 가리기 시작하면 별빛의 밝기는 가린 만큼 줄어든다. 공전하는 행성이 별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 있는 동안 별빛이 줄어든 상태는 계속 유지된다. 행성이 별 앞면을를 벗어나면 다시 원래의 가장 밝은 별빛으로 돌아온다. 이러한 별빛의 변화를 측정하고 이 현상이 반복되는 주기를 측정해 별을 공전하는 외계행성의 존재를 알아낸다.

대표적인 외계행성 관측 사례로 한꺼번에 7개의 외계행성이 돌고 있음을 확인한 붉은 난장이 별(적색왜성: red dewarf)인 트라피스트-1(TRAPPIST-1)이 있다.. 행성의 지름은 일반적으로 별의 지름보다 많이 작기 때문에 수 광년 또는 그 이상 떨어진 지구에서 볼 때는 별빛의 아주 일부만 가린다. 부분일식 때 달이 해의 아주 일부분만 가리는 것과 비교하면 되겠다. 그림자로 따진다면 별빛을 가리는 행성의 그림자는 매우 옅은 그림자라고 보면 되겠다.

만약에 외계행성 둘레를 도는 위성이 있다면, 이 위성도 별빛을 가릴 수 있다. 위성의 행성과 별의 상대적인 위치에 따라 행성만, 행성과 위성 모두, 또는 위성만 별빛을 가릴 때가 있다. 이런 상황에 따라 별빛을 더 많이 가리기도하고 덜 가리기도 한다. 결국 위성이 없는 행성과 비교하면 시간에 따라 별빛이 변하는 패턴이 달라진다. 이 차이를 따지면 외계행성에 위성이 돌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온라인 과학저널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ces)>에는 지구에서 약 7000-8000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케플러-1625(Kepler-1625) 별의 둘레를 도는 목성만한 크기의 행성 케플러-1625b(Kepler-1625b)가 해왕성 크기의 달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확실한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 연구도 행성과 위성이 별빛을 가리는 현상을 기반으로 한 관측 결과였다.

외계행성이 항성을 가리며 지나갈 때, 지구에서 측정하는 별빛 밝기의 변화: 별 가운데를 지나갈 때는 행성이 별빛을 가리기 때문에, 그래프의 가운데 부분처럼 지구에서 탐지되는 별빛 밝기가 줄어든다. 행성의 크기가 클수록 별빛을 더 많이 가려 별빛 밝기는 더 많이 줄어든다.
통과하는 빛에 따라 달라지는 진하고 연한 그림자

행성이나 위성과 같이 아주 커다란 물체는 빛을 완전히 가릴 수 있다. 하지만 크기가 작은 물체의 경우라면, 어떤 물질로 만들어졌느냐에 따라, 빛을 완전히 가리기도 하고 빛의 일부만 가리고 나머지는 통과시키기도 한다. 불투명한 돌멩이나 세라믹은 빛을 완전히 가리지만, 유리는 빛을 거의 가리지 못한다. 아래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세라믹으로 만든 잔에 빛을 비추면 그림자가 진하지만, 유리로 만든 잔에 빛을 비추면 연한 그림자가 만들어진다. 안경에 쓰이는 평범한 렌즈는 빛을 대부분 통과하지만, 선글라스 렌즈는 빛의 일부분을 가린다.

빛이 통과하는 정도가 같은 물질이라고 하더라도 두께에 따라 빛을 가리는 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어두운 곳에서 얇은 복사지 종이 한 장을 들고 뒤에서 불빛을 비춰 보면, 일부이긴 하지만 빛이 통과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유사한 예로 부처님오신날의 전등행사에서 볼 수 있는 등은 보통 종이로 둘러싸고 있지만, 그 종이를 빛의 일부가 뚫고 나와 빛을 발한다. 하지만 종이 수백 장 두께의 책이 둘러싸고 있다면 빛이 책을 뚫고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혹시라도 빛이 보인다면 아마 틈새에서 새나오는 빛일 것이다.

수영안경을 쓰고 물이 깨끗하고 깊이가 얕은 바닷물 속에 들어가 보면, 빛이 물속에도 들어와 적어도 가까운 곳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깊이 1000m이상의 심해에는 햇빛이 다다르지 않는다고 한다. 이 말은 1000m두께의 바닷물은 햇빛을 거의 완전히 차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물질이라도 깊이 또는 두께에 따라 빛이 통과하는 정도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우리가 빛이 어떤 물질을 잘 통과한다고 말할 때는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인 가시광선이 그 물질을 뚫고 나갈 때 하는 말이다. 물이나 유리와 같이 우리 눈에 투명해 보이는 물질이 이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우리 눈에 투명하게 보인다고 해서 모든 빛이 물체를 잘 통과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눈에 보이진 않는 다른 빛도 잘 통과한다는 보장은 없다. 자외선 중에 파장이 짧은 자외선인 자외선B는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빛이다. 그런데 자외선B는 유리를 잘 통과하지 못한다. 우리 눈에 완전히 투명해 보이는 유리가 자외선 B에는 거의 불투명하다는 얘기다.

불투명한 재질의 불투명한 잔(왼쪽)과 투명한 유리의 투명한 잔(오른쪽)이 만드는 그림자: 빛은 그림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비추고 있다. 불투명한 잔은 빛을 완전히 가리기 때문에 그림자도 진하다. 투명한 잔은 빛을 다 가리지 못해 그림자가 연하다.
엑스선의 과학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의 한 종류로 엑스선이 있다. 1895년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Wilhelm R?ntgen)은 전자를 금속판에 강하게 때리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수학에서 모르는 값을 x(엑스)라고 쓰는 것처럼, 뢴트겐은 정체를 몰랐던 이 빛에 임시로 엑스선(X-ray)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이름이 굳어져서 정체를 알게 된 지금도 우리는 이 빛을 엑스선이라고 부른다.

엑스선을 몸 한쪽에서 비췄을 때 몸을 뚫고 나와 반대쪽에 있는 필름이나 검출기에 찍힌 사진이 ‘엑스선 사진’이다. 엑스선은 사람의 몸을 어느 정도 통과한다 얘기다. 엑스선은 몸 안의 조직에 따라 통과하는 정도가 다르다. 살은 상대적으로 잘 통과하지만, 뼈는 엑스선이 통과하는 정도가 살에 못 미친다. 이런 경우에 살은 엑스선을 덜 가려 반대편에 비춰지는 그림자가 옅고, 뼈는 엑스선을 더 많이 가려 그림자가 상대적으로 더 진하다. '엑스선 사진'은 바로 이렇게 진하기가 다른 그림자를 찍은 사진이다.

뢴트겐의 아내 손뼈가 보이는 최초의 엑스선 사진을 찍은 이후 벌써 120년 넘게 흘렀지만, 지금도 엑스선 사진은 의료 현장에서 인체 내부를 들여다 보는 방법으로 널리 쓰인다. 만약에 엑스선 사진과 같이 인체 내부를 볼 수 있는 의료 영상 기술이 없었더라면, 수술이나 해부를 하듯이 몸을 열어야만 인체 내부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뢴트겐은 엑스선을 발견한 공로로 1901년에 초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빛과 유리의 경우와 비교해 보자. 투명한 유리, 좀 더 불투명한 유리, 그리고 많이 불투명한 유리등 유리의 종류에 따라 빛이 뚫고 나가는 정도가 다르다. 마찬가지로 빛을 비춰 바닥에 만들어지는 그림자도 유리가 얼마만큼 빛을 잘 통과시키냐에 따라 그림자가 진한 정도도 다르다. 엑스선을 빛이라고 보면, 살은 약간만 불투명한 유리로, 뼈는 많이 불투명한 유리로 비유할 수 있다.

엑스선 사진에는 뼈가 아닌 장기, 예를 들면 위, 신장과 같은 다른 장기들도 보인다. 장기를 구성하는 조직의 차이에 따라 엑스선이 통과하는 정도가 조금씩 다르고, 엑스선이 뚫고 지나가는 위치에 따라 두께도 다르기 때문이다. 유리로 비유하자면, 빛을 통과시키는 정도가 약간 달라서 그림자 진하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고, 빛을 통과시키는 정도가 같은 유리라고 하더라도 여러 장 겹치면 그만큼 햇빛이 덜 통과해 그림자도 진해지는 경우가 있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뢴트겐(Wilhelm R?ntgen)이 엑스선을 발견한 해인 1895년에 찍은 엑스선 사진: 왼쪽은 뢴트겐의 아내(Anna Bertha Ludwig)의 손을 찍은 엑스선 사진으로 최초의 엑스선 사진이다. 오른쪽은 뢴트겐의 친구(Albert von K?lliker)의 손을 찍은 엑스선 사진으로 손가락 뼈를 좀 더 자세히 볼 수 있을 만큼 화질이 좋다.
엑스선은 파장이 10nm(나노미터, 1nm는 10억 분의 1 미터)보다는 짧고 0.01nm보다는 긴 전자기파다. 사람 눈으로 볼 수 있는 전자기파인 가시광선 중에 파장이 가장 짧은 빛인 보라색 빛의 파장이 400nm 정도이니, 엑스선의 파장은 이보다 40배 이상 짧다. 반면 진동수(또는 주파수)는 가시광선보다 40배 이상 크다. 파장이 짧을수록(또는 진동수가 클수록) 전자기파의 광자에너지도 커진다. 엑스선의 광자에너지는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의 광자에너지보다 최소 40배 이상 크다.

엑스선을 생명체에 쬐면 DNA의 분자구조를 변하게 해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광자에너지가 크다. 이 때문에 엑스선을 지나치게 쬐면 나중에 암(cancer)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암환자 1000명 중에 6명에서 18명 정도는 엑스선 검사로 인한 결과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엑스선을 사용하는 의료영상이 나머지 98% 이상의 암환자에게 주는 혜택은 이런 위험성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엑스선은 의료영상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많이 쓰인다. 엑스선을 인체가 아닌 사물에 비춰 엑스선 사진을 찍으면, 분해하거나 부시지 않고도 물체의 내부의 구조를 검사할 수 있다. ‘비파괴 검사’(NDT:Non-destructive Testing)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가방을 열지 않고도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검사기계가 그런 경우다.

엑스선 광전자 분광

물질이 어떤 원소로 만들어졌는지를 알아낼 때는 상대적으로 큰 엑스선의 광자에너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빛을 쬐면 물질에서 전자가 튀어나오는 것을 광전자(photoelectron) 효과라고 부른다. 엑스선을 쪼여도 광전자 효과가 나타나는데, 큰 광자에너지 덕에 원자 깊숙한 원자핵 가까운 곳에 있는 전자를 튀어나오게 할 수 있다.

원자 깊숙한 곳에 있는 전자의 에너지는 원소마다 다르다. 엑스선의 광자에너지를 알고 있으면, 엑스선을 쬐어 튀어나온 전자의 운동에너지를 측정해서 전자가 원자 깊숙한 곳에 있을 때의 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다. 이 에너지로부터 전자가 속해 있던 원자가 어떤 원소의 원자인지 알 수 있다. 원자 깊숙한 곳에 있는 전자의 에너지가 원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원자 깊숙한 곳에 있는 전자의 에너지는 사람으로 따지면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는 지문인 셈이다.

이렇게 엑스선을 쬐어 튀어나오는 전자의 운동에너지를 측정해서 물질 속에 어떤 원소들이 있는지를 알아내는 방법을 ‘엑스선 광전자 분광’(XPS: X-ray Photoelectron Spectroscopy)이라고 부른다.

‘엑스선 광전자 분광’(XPS: X-ray Photoelectron Spectroscopy)의 기본 작동 원리: 엑스선을 물질 표면에 쬐면 물질 속에 있던 전자가 튀어나온다. 엑스선의 광자에너지를 알고 있고 튀어나온 전자의 운동에너지를 측정하면, 전자가 원자 속에 있었을 때의 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다. 이렇게 측정한 전자의 에너지로부터 전자가 어떤 원소에 있었는지를 알아낸다.

에너지 분산형 엑스선 분광

강한 에너지의 전자나 엑스선을 물질에 때리면 원자 깊은 곳에 있는 전자가 방출된다. 그러면 원래 전자가 있던 자리에 빈자리가 생긴다. 이 빈자리를 같은 더 높은 에너지 상태에 있는 전자가 이동해 채운다. 이 전자가 잃은 에너지 만큼의 광자에너지를 지닌 빛을 방출한다. 광자에너지가 엑스선 영역일 경우 방출되는 광자의 에너지는 원소마다 다르기 때문에, 에너지를 분석하면 어떤 원소에서 나오는 엑스선인지 알 수 있다. 이러한 방법으로 물질을 구성하는 원소를 알아내는 분광법을 ‘에너지 분산형 엑스선 분광’(EDS: Energy dispersive X-ray spectroscopy)이라고 부른다. 높은 에너지의 전자 빔을 사용하는 전자현미경에 EDX장비를 같이 설치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에너지 분산형 엑스선 분광’(EDS: Energy dispersive X-ray spectroscopy)의 기본 작동 원리: 높은 에넌의의 전자나 엑스선을 물질 표면에 쬐면 물질 속에 있던 전자가 튀어나오면서 빈자리를 만든다. 더 높은 에너지의 전자가 이 빈자리를 채우고, 전자가 잃은 에너지 만큼의 광자에너지를 지닌 엑스선을 방출한다. 방출한 엑스선의 광자에너지를 측정해 어떤 원소속의 전자가 엑스선을 방출한 것인지를 알아낸다

엑스선 사진의 한계 그리고 진화: 전산 단층 촬영

엑스선 사진은 평면에 비친 그림자를 찍은 사진이다. 평면은 가로와 세로의 나타내는 두 개의 숫자로 위치를 표현할 수 있는 2차원 공간이다. 엑스선 사진에 어떤 물체가 찍혔다면, 사진 위에서 물체의 2차원 위치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그 물체가 엑스선을 비춘 방향으로 몸 속 어느 정도 깊이에 있는지는 엑스선 사진 하나만으로는 알 수 없다. 3차원의 나머지 한 차원의 위치는 알 수 없는 것이다.

2차원 사진 하나만으로 3차원 모양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비슷한 예로 그림자 놀이를 들 수 있다. 손은 3차원의 공간 속에서 그 형태를 지닌다. 손이 만드는 그림자는 2차원 평면에 드리운 2차원 영상이다. 아래 그림에서 2차원 영상인 그림자만 보면 동물인형 모양으로 보인다. 이 상황을 미리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그림자가 손으로 만든 그림자라는 것을 알기는 어렵다. 물론 그림자 놀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 그림자가 손으로 만든 그림자라는 것을 쉽게 알 수도 있다.

그림자놀이 전문가가 그림자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이 보면 손으로 만든 그림자인지 아니면 동물인형으로 만든 그림자인지 알 수 없다고 하자. 이런 경우에 그림자만으로 손으로 만든 그림자인지 아니면 진짜 동물인형으로 만든 그림자인지를 아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다른 방향에서 빛을 비춰 그림자를 만들면 된다. 만약에 손으로 만들었다면 다른 그림자에서 손 모양이 보일 것이고, 동물인형으로 만들었다면 여전히 동물인형 그림자가 나타날 것이다. 그래도 헷갈린다면, 또 다른 방향에서 빛을 비춰 그림자를 만들면 된다.

손으로 만드는 동물인형 그림자: 그림자는 동물(또는 동물인형)으로 보이지만, 실제는 사람 손의 그림자다. 3차원으로 볼 때는 사람의 손인지를 알 수 있지만, 2차원 영상인 그림자만 보고서는 손 또는 손가락의 그림자인지 알기 어렵다. 출처: Man vyi가 1889년에 찍은 사진
엑스선을 비춰 만들어진 그림자를 찍은 2차원 사진인 엑스선 사진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미 해부학을 잘 알아 인체 장기의 구체적인 모양과 위치에 해박한 사람은 엑스선 사진 하나만으로 장기의 위치와 모양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조직이 찍혔거나 정상인과 다른 모양의 조직이 있다면, 엑스선 사진만으로 그 조직의 구체적인 모양과 위치를 정확히 아는 것은 쉽지 않다.

이 경우도 여러 방향에서 엑스선을 비춰 엑스선 사진을 찍는다면 좀 더 자세하게 조직의 모양이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한 장의 엑스선 사진에서는 3차원에서 2차원으로 변환되는 과정에서 모양과 위치에 대한 정보 일부가 사라지지만, 다른 방향의 엑스선 사진을 추가할 때마다 사라진 정보를 조금씩 더 복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여러 장의 디지털 엑스선 사진을 찍은 다음 컴퓨터로 계산해 인체 내부의 3차원 영상을 합성하는 영상 장비가 ‘전산 단층 촬영’(CT scan: computed tomography scan) 장치다.

아래의 그림은 엑스선 검출기가 360도 모든 각도에 설치되어 있고 엑스선 방출기가 돌아가면서 엑스선을 방출하는 전산 단층 촬영 장치다. 넓게 엑스선을 비춰 2차원 사진을 찍는 엑스선 사진과는 달리, 얇게 엑스선을 쬐어 1차원에 가까운 엑스선 사진을 찍는 것을 반복한다. 이렇게 해서 얻은 데이터로 인체의 얇은 단면 사진을 만든다. 여러 장의 1차원 엑스선 사진으로 인체 내부의 2차원 단면 사진을 합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단면 위치를 조금씩 이동하면서 반복해 여러 장의 단면 사진을 만들고, 이로부터 인체 내부의 3차원 영상을 만든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엑스선 방출기도 360도 모든 각도에 설치되고, 여러 겹의 엑스선 검출기가 설치되는 등 ‘컴퓨터 단층 촬영’ 장비도 진화하고 있다.

[%%IMAGE11%%]

[1] 빛의 산란 현상에 의한 결과다.

[2] 상황에 따라서는 지구에서 볼때 별을 가리지 않고 행성이 공전할 수도 있다.

[3] M. Gillon, et al. "Seven temperate terrestrial planets around the nearby ultracool dwarf star TRAPPIST-1," Nature 542, 456 (2017).

[4] A.Teachey and D.M. Kipping, "Evidence for a Large Exomoon orbiting Kepler-1625b," Science Advances 4, eaav1784, 2018

[5] 잘보이는 정도를 투명도라고 하고, 빛이 잘 통과하는 정도를 투과율이라고 한다. 투명도를 투과율과 같은 의미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글에서는 투명하다는 의미를 빛이 잘 통과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겠다.

[6] Berrington de González A, Darby S., "Risk of cancer from diagnostic X-rays: estimates for the UK and 14 other countries," Lancet. 363, 345, (2004).

[7] Sarah Hagi, "CT-Generations RAD309," https://www.kau.edu.sa/Files/0008512/Files/19500_2nd_presentation_final.pdf

윤복원 미국 조지아공대 연구원(전산재료과학센터·물리학) bwyo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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