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하면 낯선 사람이 따라오는 모습이 연상되나요? 스토킹 가해자의 대부분은 (전) 남자친구, (전) 남편입니다. 데이트폭력과 가정폭력의 연장선상에서 스토킹이 발생하는 셈입니다. 한때 친밀한 관계였던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때론 다정한 얼굴을 보이기도 하죠. 가해자는 위협만 하는 게 아니라 애원하고 호소합니다. 피해자의 동정심, 죄책감을 노린 계산적인 행동입니다. 제풀에 지쳐 그만두겠지 싶지만 피해자를 통제하고자 하는 가해자의 욕구는 결코 스스로 멈추지 않습니다. 그건 사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겨레>와 만난 스토킹 살인 유가족과 지인들은 한목소리로 ‘그때는 몰랐다’고 자책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낸 오답은 사실 우리 모두의 무지와 편견일 겁니다. ‘또 다른 헛된 죽음을 막고 싶다’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스토킹 살인은 편견을 먹고 자란다’ 기획 기사는 스토킹이 어떻게 잔혹한 살해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세 건의 범죄 스토리를 통해 유가족과 지인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전합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수년간 일방적 구애를 하던 남성에게 동생을 잃은 언니의 이야기입니다. 언니는 왜 “사랑한다는데 설마 죽일 줄은 몰랐다”고 말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