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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25 21:30 수정 : 2018.05.26 09:16

김정민(오른쪽·17)양과 김윤송(왼쪽·15)양이 4월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3번출구 앞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농성장에서 장난을 치며 밝게 웃고 있다. 3월 22일 국회 앞에서 18세 선거권 하향을 요구하며 삭발을 한 두 사람은 19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김정민(오른쪽·17)양과 김윤송(왼쪽·15)양이 4월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3번출구 앞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농성장에서 장난을 치며 밝게 웃고 있다. 3월 22일 국회 앞에서 18세 선거권 하향을 요구하며 삭발을 한 두 사람은 19일째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김윤송(15)양을 처음 만난 건 지난 4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천막농성장이었다. 삭발을 한 짧은 머리가 어색한지 연신 머리를 만지작 거렸다. 윤송양은 지난 3월 22일 ‘18살 선거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삭발한 뒤 43일동안 거리농성에 참여했다. 윤송양을 비롯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기습시위도 하고, 국회 앞에서 1박2일 집중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선생님들이 함께 했고, 부모님들도 함께 했다. 4월이 다가도록 국회에선 본회의 한 번 열리지 않았다. 결국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5개 정당의 ‘선거연령 하향 조속실현 정책 협약’으로 농성을 끝냈다.

4월 2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국회를 열어라! 1박 2일 집중행동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연령 하향의 4월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당대표와 김성태 원내대표르 직무유기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백소아 기자
조영선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맨 오른쪽)이 4월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 ‘선거권 연령 하향 촉구’ 청소년 농성장을 찾아 청소년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 사무총장은 이날 농성중인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국회에 제출된 선거 연령 하향 관련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강조했다. 백소아 기자
한 달여만에 다시 만난 윤송양의 표정은 밝았다. 24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관위는 후보등록으로 분주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이에 맞춰 ‘기호0번 서울시 교육감 후보 청소년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감선거에 정작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이는 없다는 것이다.

5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출마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어른들끼리만의 선거’와 ‘기호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의 줄다리기 행위극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윤송양은 며칠 전 자신이 겪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동네에서 선거운동을 한창 하던 후보자를 만났는데 “혹시 선거권 있어요?”라고 물어봤어요. 그 질문이 참 무례하다고 느꼈어요. 기분이 안 좋았어요. 여기저기 후보들의 공약이 적힌 현수막들이 붙어있는데 그 어디에도 청소년 참정권에 대한 이야기는 없더라고요. 누구보다 열심히 외치고 싸웠지만 청소년 참정권에 관심있는 후보가 없다는 걸 보고 우울했어요.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열린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출마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백소아 기자

윤송양은 봄의 투쟁을 회상하며 패배는 패배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함께 투쟁하며 연대해준 이들도, 자신들의 외침에 귀 기울여준 이들도, 함께 농성했던 시간들이 앞으로 그들의 투쟁에 기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청소년인권법, 어린이인권법 등 피선거권에 초점을 맞출 상황이 아닐까 생각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함께 하는 사람들이 바뀌기도 하겠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싸울거니까 문제 없어요. 언젠가는 청소년 참정권이 보장 될거고, 우리가 승리할 거예요.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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