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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8.08 09:51 수정 : 2018.08.08 10:10

28일 오전(현지시각) 캠프13에서 만난 두 여성. 콕스바자르/백소아 기자

28일 오전(현지시각) 캠프13에서 만난 두 여성. 콕스바자르/백소아 기자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시내에서 차를 타고 두 시간을 가야 난민캠프에 도착합니다. 콕스바자르 시내나 난민캠프 초입 시장에서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기 힘듭니다. 아침이나 저녁 시장에서도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월등히 많습니다. 난민캠프에 처음 들어갔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큰 길이나 캠프 공동의 공간(예를 들어서 배급소)에서는 여성들을 보기 힘듭니다. 다닥다닥 붙은 텐트 골목으로 들어가야 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로키야(24)와 아미타(4)가 27일 오후(현지시각) 캠프 13 자신의 집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미얀마에서 남편과 3명의 아이를 잃은 로키야에게 아미타는 살아가는 이유다. 콕스바자르/백소아 기자

로키야는 4 살배기 딸 아미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미얀마에서 남편과 세 아이를 잃었습니다. 로키야에게 유일하게 남은 희망은 딸뿐입니다. 캠프 밖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건 금지된 사항이지만 로키야는 캠프 인근 허름한 호텔에서 음식을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종일 호텔에서 음식 만드는 일을 하고 100타카를 받았습니다. 난민촌에서 호텔까지 교통비 20타카를 빼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80타카(1000원가량)였죠.” 하지만 이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뒀습니다. 근심어린 로키야의 표정도 딸자랑에 이내 환해졌습니다. 아미타가 아동친화센터에 다녀오는 날이면 늦은 밤까지 배운 걸 쫑알거리고 곧잘 따라한다고 말하는 로키야의 미소에서는 홀로 난민캠프 생활을 꾸려나가는 고단함이 사라집니다.

26일 오후(현지시각) 캠프11 초입에 위치한배급소(Distribution)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배급이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났지만 사람들이 줄어들지 않는다. 찌는듯한 더위에 좁은 배급소 안, 움직일 수 조차 없을만큼 밀착한 사람들, 옆에만가도 사람의 열기가 느껴진다. 콕스바자르/백소아 기자
26일 오후(현지시각) 캠프11 초입에 위치한 배급소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한 여성이 고단한 듯 배급소 바닥에 앉아있다. 콕스바자르/백소아 기자

월드비전이 비누, 손전등, 아기옷, 여성용품 등 위생용품과 산후용품이 담긴 디그니티 키트를 배급하던 날은 특별했습니다. 배급소에 많은 여성들이 모였기 때문입니다. 캠프의 보안을 담당하는 군인도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배급소 한 켠에는 수유실이있습니다. 수유실에 들어가니 니캅을 벗은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그들은 열악한 환경을 호소했습니다. 대나무와 방수천으로 아슬아슬하게 만들어 놓은 화장실과 샤워장에서 그들은 늘 불안하다고 합니다. 전기가 없는 캠프에서는 밤늦게 화장실에 가는 일조차 쉽지 않습니다. 캠프내 집과 집 사이가 너무 가깝기 때문에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것도 불편함 중 하나입니다. 특히 임산부들은 출산을 앞두고 필요한 물품들이 많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난민캠프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엄마들의 어려움입니다.

26일 오후(현지시각) 캠프11 초입에 위치한 배급소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외부와 차단한 곳에 들어서자 22살의 어린 엄마는 니캅을 벗으며 환하게 웃는다. 콕스바자르/백소아 기자

두 아이의 엄마는 니캅을 벗으며 환하게 웃습니다.

“꿈이 뭐에요?”

“남편이 좋은 직장을 얻고 아이들이 학교에 갔으면 좋겠어요.”

“아니요, 당신의 꿈이 뭐냐구요?”

“그것이 내 꿈이에요.”

26일 오후(현지시각) 캠프11 초입에 위치한 배급소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수유실 안에 한 엄마가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콕스바자르/백소아 기자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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