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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09 05:04 수정 : 2018.05.09 07:47

네이버에 갇힌 대한민국

보수정권들 ‘네이버 장악’ 눈독
‘이명박 탄핵’ ‘노무현 서거’ 등
MB정부 때 검색어 일괄 사라져
박근혜 정부 “네이버 경영진 순화”
기업도 민감한 키워드 제외 압박

자율기구는 사후검증 권고 그쳐
“네이버 여론유통 독점 해체해야”

네이버는 광장일까. 이용 비율만 보면 그렇다. 시장조사업체 오픈서베이가 3월 발표한 ‘소셜미디어와 검색 포털에 관한 리포트’를 보면 “검색 포털로 네이버를 이용한다”는 답변이 75.2%로 2위 구글(11.8%)의 7배가 넘는다. ‘네이버만 잡으면 여론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가능한 배경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뿐 아니라 드루킹 같은 여론조작 세력이 네이버를 노린 것도 네이버의 압도적인 독점력 때문이다. 실제로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네이버를 길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선 이병기 비서실장이 “비판 세력들의 주된 활동 사이버 공간이 네이버라면, 그 경영진을 적극 설득, 순화시키는 노력도 기울여야 할 것”을 당부했다.

네이버가 박근혜 정부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세월호 참사와 연관된 검색어를 밀어내거나 관련 기사를 노출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여러차례 나왔다. 특히 2016년 4월 방영된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뒤 ‘그것이 알고 싶다 세월호’란 검색어가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에 올라왔는데 11분 만에 사라졌다며 의문이 제기됐다. 다른 포털에선 세월호 관련 검색어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때, 같은 시간 네이버에는 유독 연예인 관련 검색어가 많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같은 기자의 이름을 네이버·다음·네이트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검색했을 때 네이버에서만 해당 기자가 쓴 세월호 기사가 보이지 않았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8일치 <한겨레> 보도(“MB·박근혜정부 홍보하라…‘매크로’ 수시로 돌렸다”)로 미뤄보면, 정부 온라인 홍보대행을 맡았던 외주업체가 매크로를 동원해 밀어낸 것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명박 정부 때는 네이버가 권력에 적극 협력했다는 의혹이 많았다. 김인성 아이티(IT) 칼럼니스트는 저서 <두 얼굴의 네이버>에서 2008년 ‘이명박 탄핵’, ‘이명박 미니홈피’, ‘광우병’, ‘광우병 증상’과 같은 실시간 검색어가 일괄적으로 삭제됐다는 사실을 고발했다. 2009년 시간별 인기 검색어를 모아놓은 <네이버 트렌드 연감>에선 ‘노무현 대통령 서거’나 ‘노무현 국장’이 아예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대신 아나운서와 농구선수 결혼 소식, 배칠수의 성대모사가 검색어 순위를 채웠다.

기업의 요청에 검색어가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당시 ‘김동선-정유라 마장마술’이란 검색어가 네이버 연관 검색어에서 사라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씨를 검색했을 때 ‘정유라 마장마술’이란 검색어가 함께 뜨지 않도록 김씨의 요청에 따라 네이버가 조처한 것이다. 같은 기간 ‘석플란트 후기, 시원스쿨 솔직후기, 2080치약 환불’처럼 특정 제품에 대한 ‘후기·정품·환불’과 관련된 용어도 연관 검색어에서 삭제됐다. 모두 신고자의 명예훼손과 관련돼 있다는 이유였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키소)는 두 사례에 각각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키소의 검증조차 이미 검색어가 삭제된 뒤에 이뤄지는 사후검증인데다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2016년 한국프로축구연맹 기사 재배치 논란 등을 되짚어보면 네이버 뉴스 편집에 대한 불신 또한 심각하다. 축구연맹의 요청을 받은 네이버가 축구연맹을 비판하는 기사를 잘 보이지 않도록 재배치한 사실이 드러나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사과하기도 했다.

결국 네이버의 여론 독점에 따른 폐해를 극복하는 길은 독점 해체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종섭 서강대 교수(신문방송학)는 “광장에선 합리적인 정보를 교류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 네이버가 사기업이다 보니 모순 지점이 생긴다. 네이버가 수익을 줄이면서까지 그런 노력을 할지 의문”이라며 “과거 신문협회 쪽에서 ‘공동포털 운영’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 적도 있다. 경쟁자가 등장해 네이버가 주도하는 시장에 균열이 생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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