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갇힌 대한민국 ③ 호모네이버쿠스의 나라
자영업자들 “월 광고비 50만원 부담”
네이버 전체 광고주의 80% 차지 검색광고 입찰방식 비공개 전환 뒤
업계선 “키워드 가격 15~20% 상승”
영업이익률 27.4%…삼성전자의 3배
“네이버만 돈 버는 구조 더 강화돼” “2016년부터 검색광고 입찰시스템의 예상순위가 블라인드(비공개)로 변경되면서 경쟁 대행사들의 최고입찰가를 알기 어렵게 됐다. 네이버만 중간에서 돈 버는 구조가 더 강화됐다.” 네이버의 공식 광고대행사를 운영하는 ㅂ 대표는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검색광고 입찰 방식의 변화에 대해 작심한 듯 비판을 이어갔다. 검색광고는 특정 단어를 인터넷 검색창에 입력할 때 뜨는 광고를 말한다. 검색광고는 경매를 통해 원하는 키워드를 낙찰받은 사업자나 대행사가 키워드를 등록하면 검색 결과에서 사업자의 링크가 클릭될 때마다 사전에 충전해놓은 금액이 차감되는 방식(CPC. Cost Per Click)으로 운영된다. 예컨대 ‘꽃배달’이라는 키워드를 5만원에 낙찰받았다면 구매와 상관없이 클릭이 발생할 때마다 한번에 5만원씩 미리 네이버에 입금해놓은 돈에서 빠져나가는 식이다. 네이버는 2016년 7월부터 검색어 경매 입찰가에 따른 예상순위를 공개에서 비공개로 전환했다. 시스템 변경 전에는 입찰가를 입력하면 바로 옆에 예상순위가 노출됐다. 네이버는 ‘업체들의 과도한 경쟁을 막는다’는 명분을 댔지만 ‘깜깜이 입찰’로 키워드 가격이 상승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 다른 광고대행사 관계자는 “업계에선 블라인드 정책 변경 이후 키워드 가격이 평균 15~20% 상승했다고 보고 있다”며 “이는 결국 자영업자의 광고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실제 <한겨레>가 접촉한 자영업자들은 네이버 광고비 부담을 호소했다. 꽃배달 대표 ㄴ(52)씨는 “한달에 250만원도 못 버는데 평균 월 50만원 정도가 광고비로 들어가는 것 같다. 특히 가정의 달 5월은 대목이라 검색어 단가가 오른다. 광고비가 배로 올랐다. 미용실이나 식당 등 나 같은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치솟는 광고비를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 업체를 운영하는 ㄱ(48)씨는 “모바일과 피시에 광고비로만 월 5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씩 쓰고 있다”며 “대행사 얘기로는 매달 클릭수가 비슷하다는데 광고비 지출은 늘고 있다”고 했다. 2016년 검색광고 입찰시스템을 블라인드로 바꾼 덕분일까. 같은 해 네이버는 처음으로 연 매출 4조원 시대를 맞았다. 같은 해 영업이익률은 27.4%에 달해 카카오의 7.9%를 압도했다. 이는 반도체 호황을 누리는 삼성전자의 2014~2016년 평균 영업이익률 10.07%보다도 세배 가까이 높은 것이다. 네이버가 독점 플랫폼 사업자로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네이버의 광고 매출액은 약 3조원으로 국내 광고시장 전체의 20%를 차지한다. 네이버 광고주의 80% 이상은 월 50만원가량의 검색광고비를 내는 자영업자와 중소업체들이다. 사상 최대 매출 뒤에 소상공인들의 한숨이 배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펜션을 운영하는 ㅇ씨는 “네이버의 주수입원은 우리 같은 자영업자에게 걷는 광고료”라며 “중간에 앉아서 자영업자의 피를 쭉쭉 빨아먹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이 네이버를 포기할 수 없는 건 네이버를 통해야 조금이라도 더 매출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검색 기반의 독점 플랫폼이 네이버의 우월적 지위가 유지되는 기반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금도 광고주가 원하는 노출 순위에 대한 입찰가를 참고할 수 있도록,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순위별 평균 입찰가를 제공하고 있어, 블라인드로 변경됐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월 광고비 50만원 이하 광고주의 비중이 약 80%로 이전과 비슷한데다, 2순위 입찰가 등을 기준으로 해서 1순위 낙찰가가 결정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클릭당 지불 금액 상승의 원인으로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ㅂ 대표는 “50·60대가 대부분인 소상공인이 얼마나 인터넷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겠냐. 실시간으로 경매가 이뤄지는 시스템에서 네이버가 제공하는 한달 데이터는 별 도움이 안 된다”며 “2순위 낙찰가로 1순위가 결정되는 건 맞지만 문제는 2·3순위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네이버는 압도적인 검색 점유율을 바탕으로 광고부터 쇼핑, 스마트스토어, 부동산, 숙박, 항공권 등의 영역까지 통행세를 매기며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해왔다. 김동춘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보검색의 통로를 선점한 채 ‘광고판’으로 전락한 독점 포털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인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승훈 박태우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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