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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5.10 05:00 수정 : 2018.05.10 15:19

30대 직장인 나인범씨의 하루
미세먼지·뉴스·맛집 검색부터
스포츠 동영상 시청·쇼핑까지
네이버 서비스 16가지로 해결
10명 중 5명 습관적 쓰다보니
네이버 ‘모바일 앱’ 실행 건수
3월 한 달에만 45억건 달해
궁금증 풀어주는 ‘검색’ 앞세워
‘청바치’ 같은 오타도 키워드 경매

지난 3일 아침, 스마트폰 알람 소리에 잠을 깬 30대 직장인 나인범(가명)씨는 늘 그렇듯 스마트폰의 네이버 앱을 열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에게 민감한 미세먼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날씨 메뉴를 통해 당일 미세먼지와 연휴 날씨를 확인했다. 날씨 페이지엔 공기청정기 광고가 보였다.

쌀쌀해진 날씨를 느끼며 출근길 지하철에 탔다.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확인한 뒤 다시 네이버 앱을 열었다. 뉴스 페이지 상단에는 ‘삼성 노조 와해 3명 모두 구속 기각’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실시간 검색어 1위’는 ‘광주 폭행’이었다. 나씨는 출근해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려면 그게 뭔지 정도는 알아야 했다. ‘관련도순’으로 정렬된 ‘광주 폭행’이 제목에 포함된 기사 3건을 열어봤지만 정확히 무슨 사건인지 알긴 어려웠다. 나씨는 전날 야구 경기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스포츠판으로 옮겨갔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승리 요인을 설명한 기사를 읽었다.

회사에 도착해 컴퓨터를 켠 뒤, 네이버에 접속해 업무에 필요한 사안들을 검색했다. 점심때가 되니 ‘네이버 캘린더’에서 보내준 ‘거래처 점심’ 알림이 떴다. ‘네이버 지도’에서 ‘광화문 맛집’을 찾아, ‘플레이스’에서 메뉴를 보고,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후기를 훑어본 뒤 전화를 걸어 예약을 했다.

점심 식사 뒤엔 어버이날 꽃을 주문했다. ‘꽃배달’로 검색하니 파워링크 10곳, 파워콘텐츠 3곳, 비즈사이트 5곳의 광고가 나왔고, ‘네이버 쇼핑’ 항목에서 상품 1133만9132건이 떴다. 상품평 903개가 달린 가장 위 매장에서 주문하기로 했다. 결제는 ‘네이버 페이’로 했다. 식곤증을 쫓으려 네이버 웹툰도 두 편 읽었다.

퇴근을 앞두고 머리를 깎을 생각에 네이버 앱에서 ‘○○동 미용실’을 검색했다. ‘플레이스’ 항목 아래 미용실 여러곳이 떴다. ‘예약’ 탭을 눌러 디자이너와 시간을 예약했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나씨는 아침에 광고로 봤던 공기청정기가 생각났다. 검색창에 검색을 하니 ‘파워콘텐츠’ 광고와 ‘네이버 블로그’에 작성된 사용후기가 여러개 떴다. ‘네이버 쇼핑’에서 가장 싼 온라인 쇼핑몰이 무엇인지 샅샅이 살폈다. 딸을 위해 큰맘 먹고 ‘네이버 페이’로 결제를 마쳤다.

이발을 하고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 네이버가 만든 인공지능 스피커 ‘클로바 프렌즈’에게 “자장가 불러줘”라고 말하니 인공지능 서비스 ‘클로바’는 ‘네이버 뮤직’에서 자장가를 찾아 음악을 틀어줬다. 딸이 잠들자 나씨도 잠을 청했다.

나씨가 침대에서 눈을 떠, 잠이 들 때까지 사용한 ‘네이버’ 서비스는 모두 몇 건일까. 기본인 검색에서 출발해 뉴스·스포츠·뮤직·지도·플레이스·예약·웹툰·캘린더·쇼핑·블로그·카페·스마트스토어·페이·뮤직·클로바 등 16가지다.

지난 3월 한달, 네이버 모바일 앱을 실행한 건수는 모두 45억건으로, 이는 아시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번씩 네이버 앱을 실행한 것과 마찬가지 숫자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됐고 네이버는 이를 파고들었다. 네이버는 전체 검색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며 이를 바탕으로 사업모델을 점차 키워가고 있다. 클로바에게 ‘네이버가 뭐야?’라고 물으면 “생활의 편리함을 주는 기술을 만드는 곳이에요”라고 답하는 것이 그리 무리인 것은 아닌 셈이다.

‘네이버’라는 어원은 ‘항해하다’라는 영어 표현 ‘navigate’에 ‘사람’을 뜻하는 ‘-er’를 붙인 것이다. ‘포털’의 어원 역시 항해를 출발하는 ‘항구’에서 기원한다. 검색을 통해 인터넷이라는 바다로 나아가야 하지만 이용자들은 네이버가 갖춰놓은 항구에 머물 뿐 바다로 나가지는 못한다.

전체 뉴스의 70%가 네이버를 통해 소비되고, 언론사들은 ‘네이버 메인’에 걸리기 위해 저널리즘의 원칙을 포기한다. 자신의 주장을 ‘항구’의 ‘여론’으로 만들기 위해 뉴스 댓글과 공감을 조작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음식점 사장들은 매출에 직결되는 ‘검색’에 걸리게 하기 위해 ‘음식평’을 작성해주는 업체의 문을 두드린다. ‘곶배달’ ‘청바치’ 같은 ‘오타’들도 네이버가 제공하는 검색광고 입찰 대상이 된다.

내년이면 20년을 맞는 네이버는 나씨가 마주했던 수많은 광고와 그 광고주들로부터 얻은 수입을 종잣돈으로 삼아, 지난해 기준 매출 4조6784억원, 영업이익 1조1792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나씨가 한 번 클릭할 때마다 네이버에 매출과 이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나씨는 알지 못한다. 습관적으로 앱을 열고 클릭하는 행위를 통해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팔고 있었던 것이다. 네이버는 수수료로도 돈을 번다. 나씨가 물건을 사면 상품금액의 평균 2%를 네이버가 판매자로부터 떼어간다. 네이버에 입점한 쇼핑몰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신용카드 수수료 3.74%를 또 판매자에게서 떼어간다. 나씨가 휴대폰 결제라도 하면 3.85%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24시는 네이버에 중독된 상태다. 우리 이대로 괜찮은 걸까.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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