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그 뒤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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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그뒤 20년] 시민운동 어디로 : ② 바뀌는 얼굴들
시민운동의 얼굴이 바뀌고 있다. 최근 2~3년 사이 참여연대,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등 주요 시민단체의 사무총장·처장 등 실무책임자가 대부분 바뀌었다. 이른바 시민운동 1세대에서 1.5세대 또는 2세대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현장을 뛰는 활동가들은 이들과도 전혀 다른 새로운 세대가 채워가고 있다.‘87년 6월’ 경험안한 활동가가 허리 떠받쳐
국제연대 관심속 평화·인권·생태문제 민감 뿌리=시민운동의 뿌리는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과 맞닿아 있다. 예를 들어, 참여연대는 크게 세 그룹이 모여 출발했다. 박원순 변호사를 비롯한 인권변호사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와 같은 소장학자들, 김기식 전 처장 등 학생운동가들이다. 환경운동연합은 공해추방운동연합 등에서 활동했던 최열 전 대표와 자연대·공과대 출신 학생들을 중심으로 꾸려졌다. 안병옥 사무총장도 대학에서 해양학을 전공했다. 녹색연합은 김제남·김혜애 전 사무처장 등 학생운동 출신과 장원 전 사무총장을 비롯한 연구소 출신 등이 대안문명 운동의 하나로 녹색생명운동을 주장하며 탄생했다. 경실련은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운동한다는 큰틀 아래서 ‘실사구시’와 ‘탈이념’을 내세우는 기독교학생운동 그룹을 주축으로 모였다. 다른 단체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민주화라는 대의에 공감하던 기독교계 인사들이 주로 모였다. 이인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사무국장은 학생운동 세력이 초창기 시민운동에 뛰어든 점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사회문제를 종합적이고 역사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거예요. 이들이 결국 사회의 부조리를 짚어내고 해결하는 데 큰 몫을 한 셈이죠.”
최열 환경재단 대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앞줄 왼쪽부터) 등 대표적인 시민운동가들이 지난 2000년 총선을 앞두고 낙천·낙선운동을 위한 총선시민연대 발족을 알리고 있다. 이들 1세대 시민운동가들이 한발 물러선 시민운동의 자리는 이제 새로운 세대가 채워나가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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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대=이른바 시민운동 1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여전히 시민운동과 관련된 분야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는 시민의 삶과 밀착한 ‘싱크탱크’(두뇌집단)를 운영하고 있고,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활동가들의 전문성 향상 등 측면 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의 뒤를 잇는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박병옥 경실련 사무총장,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전 사무총장 등은 이른바 2세대 또는 1.5세대로 불린다. 시민운동 1세대가 민주화 운동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은 바탕 위에서 비교적 안정된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새로운 지도자들은 10년 남짓 쌓은 현장 실무능력을 바탕으로 단체를 이끌게 된다는 차이가 있다.
87년 세대를 넘어=젊은 활동가들의 세대교체는 더욱 도드라진다. 광주 민주화 운동과 87년 6월 항쟁을 전혀 경험하지 않은 세대가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연대처럼 ‘87년 6월’ 이후 대학생이 된 이들로만 활동가가 구성된 단체도 있다. 특히 선용진 문화연대 사무처장, 오광진 서울흥사단 사무국장 등 91학번 중심의 활동가 30여명은 ‘시민사회 청년활동가 모임’을 통해 시민운동의 든든한 허리 노릇을 맡고 있다.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평화와 인권, 생태문제 등에 더욱 민감하고, 국제 연대에도 관심이 많은 특징이 있다. 안진걸 희망제작소 사회창안팀장은 이들 세대에 대해 “통통 튀고 신선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선배들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저 여느 직장인처럼 관성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도 많다”고 평한다. 개성이나 새로운 인식을 보인다는 긍정적인 면 못지않게 선배들의 열정을 따라잡지 못하는 한계도 있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시민운동 내부의 세대교체 흐름이 시민운동의 미래를 어떻게 빚어낼지 주목된다. 전진식 기자, 노현웅 윤은숙 정옥재 수습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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