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그 뒤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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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그뒤 20년] 시민운동 어디로 ③ 새로운 길을 찾아서
시민운동이 곳곳에서 새 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시민과 일상 속으로 한걸음 더 다가가기 위한 풀뿌리 운동, 시민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모으려는 노력, 유력한 단체들의 통합…. 이런 모색들이 한계에 부닥친 시민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육아·먹거리 등 생활밀착형 운동 호응 커
연구소 개념 ‘싱크탱크’로 특화 움직임도 #1 지난 2001년 3월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 사는 황아무개씨는 인터넷에 글을 올렸다. 육아에 어려움을 느끼는 어머니들이 모여 ‘품앗이 육아팀’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2살·4살배기를 기르면서 피부로 느낀 아이디어였다. 같은 처지의 어머니들로부터 호응이 컸다. 2년여 만에 품앗이팀은 6개로 늘었다. 어머니들은 품앗이를 하면서 쌓은 경험을 꼼꼼히 기록해 〈기적의 품앗이 학습법〉이란 책을 펴냈다. 나아가 2004년에는 어린이도서관인 ‘꿈틀 도서관’을 만드는 등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바꾸는 데도 관심을 가졌다. 2005년 9월부터는 초등학교 교과서를 연구하는 모임까지 꾸렸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어머니들의 관심 범위도 넓어진 것이다. 현재 회원이 40여명에 이르는 ‘동대문구 품앗이 공동체’는 이런 성과로 지난해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공모한 풀뿌리 시민운동 사례 공모에서 풀뿌리상을 받았다. 아래로부터의 시민운동이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그동안 명망가와 활동가 중심의 시민운동이 1987년 이후 민주주의 심화에 많은 이바지를 했지만, 시민운동의 민주적 ‘토대’가 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런 점에서 동대문구 품앗이 공동체가 하나의 교훈을 주는 셈이다. 유미연(39) 대표는 “앞으로 여건이 되는 한 어머니들이 교육과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뚜렷한 목표를 제시하기보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서울의 ‘녹색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이나 ‘중랑 품앗이’, 대전의 ‘대전 여민회’, 충북 옥천의 ‘안남 어머니회’ 등이 풀뿌리 운동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풀뿌리자치연구소 ‘이음’의 김현 연구위원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잘 다지려면 비어 있는 공간을 보아야 한다”며 “밑바닥부터 소통을 경험하고 참여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실질화”라고 강조한다.
육아 품앗이를 지향하는 풀뿌리 시민단체인 ‘동대문구 품앗이 공동체’ 어머니 회원들이 한 행사에서 아이들과 놀이학습을 하고 있다. 동대문구 품앗이 공동체 제공 / 희망제작소 신입연구원 오리엔테이션에서 박원순 상임이사가 강의하고 있다. 희망제작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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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민간 연구소 개념의 ‘싱크탱크’들도 새로운 시민운동의 한 갈래를 형성하고 있다. 시민 누구나 연구자가 될 수 있고, 이들의 작지만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하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해 3월 문을 연 희망제작소다. 국민 전체를 위한 대안을 국민이 직접 참여해 만들어낸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도 대안사회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대안경제와 통일경제 모델을 짜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시민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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