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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06.07 07:44 수정 : 2007.06.16 20:13

87년 6월18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시위대에 쫓겨 분수대에 빠진 전투경찰 남아무개(당시 ㅈ대 휴학생·83학번)씨가 시위 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몸을 추스르고 있다. 그의 오른손을 잡아 일으키는 사람은 이날 시위에 참여한 남씨의 대학 동기생으로 밝혀졌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제공

얼굴·신원 공개 꺼리기도

6월 항쟁의 숨은 주인공 찾기 캠페인을 시작한 지난달 25일 이후 취재팀에는 제보가 잇따랐다. 상계동 철거민 ‘신애 엄마’는 노동가수 박준씨의 전화가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했고, 윤은영씨는 친척이 “왼쪽에서 돌 던지는 여학생은 지금 미국 가 있는 아무개”라며 알려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조동기씨와 최훈씨는 고려대 동기생들이 확인을 해주었고, 권영태씨는 자신이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이들 말고도 <한겨레>가 찾아낸 6월 항쟁의 주역은 더 있다. 기사로 쓰지 못한 까닭은 본인들이 이름 알리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87년 5월26일 이화여대 앞 시위 사진의 주인공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위대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 여학생은 당시 이 학교 3학년(85학번)에 재학 중이던 이아무개씨로 밝혀졌다. 다른 세 여학생과 달리 마스크가 코를 가리지 않아 비교적 쉽게 신원이 확인되었다.

이대 민주동문회를 통해 연락을 받은 이씨는, 그러나 <한겨레>와 만나기를 원치 않았다. 공무원 신분이라서 얼굴이나 신원이 공개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고 했다. 취재 과정에서 맨 오른쪽에 있는 학생이 당시 의예과를 다니던 김아무개(86학번)씨라는 제보가 있었다. 현재 서울시내 ㅎ병원에서 내과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씨는 <한겨레>와의 전화 통화에서 “당시 체격이나 안경 착용 여부 등을 볼 때 내가 아니다”라고 주장해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87년 6월18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앞 분수대에서 진압복 차림으로 학생의 부축을 받고 있던 전투경찰대원은 ㅈ대 83학번 남아무개씨인 것으로 확인됐다. 남씨의 모습을 알아본 최아무개씨의 제보로 시작된 취재는 ㅈ대 동문회→백아무개 목사→김아무개씨로 이어져 결국 남씨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업 실패 등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는 남씨는 “‘내가 그런 인터뷰를 왜 하냐’며 매몰차게 전화를 끊어 버리더라”고 그의 친구 김씨가 전해주었다. 이름 공개를 꺼린 최초 제보자 최씨는 “그 사진에서 남씨를 부축하고 있는 사람은 같은 과 동기생인데, 그런 장소에서 전경과 데모 학생으로 마주친 인연이 하도 기묘해 동기들 사이에 두고두고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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