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항쟁20돌 끝나지 않은 6월 : 1부
1987, 그후 20년 ② 20년이 남긴 것
정치 민주화·언론자유 상당한 진전경제 불균형·사회 양극화 해결 과제 87년 6월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규모 시위는 7~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이어졌다. 이 시기 쏟아져나온 각종 선언문과 성명 속에는 오랜 군사독재에 시달려온 시민·학생과 노동자·농민들의 요구사항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항쟁과 투쟁 이후 20년…. 이들의 절박한 요구는 얼마나 이뤄졌을까? 정치·경제·사회 등 각 분야의 지표는 6월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이 어떤 것을 이뤘고, 어떤 것을 과제로 남겨놓았는 지를 잘 보여준다. “호헌철폐 독재타도” 87년 6월 항쟁 때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구호는 “호헌철폐, 독재타도”였다. 당시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이하 국본)는 호헌철폐→직선제 개헌→대통령 선거→군사독재 종식이란 단계별 목표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민주정부 수립을 이루려 했다. “근로자·농민·봉급 생활자 그리고 모든 서민대중이 흥겹게 일하고 일한만큼 보람을 찾을 수 있는 확실하고 유일한 길인 민주헌법 민주정부 투쟁의 선봉에서 눈물겨운 싸움을 해나갈 것을 굳게 믿습니다.” (6월25일 국본 성명 ‘국민평화대행진에 즈음하여’) 직선제 개헌을 이뤄졌지만 그해 이뤄진 대통령 선거에서 김대중, 김영삼 두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문민정부의 꿈은 다시 5년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고, 진정한 의미의 정권교체는 그로부터 10년 뒤에야 이뤄졌다. 지난 20년 동안 정치적 민주화와 지방자치제 실시 등 형식적 절차적 민주주의는 일정한 성공을 거뒀다. 집회 및 결사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 등 기본권 분야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진정한 민주화는 경제 민주화” 그러나 경제·사회 분야로 가면 사정이 다르다. 6월 항쟁 뒤 울산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노동자들의 요구가 용솟음쳤다. 투쟁이 격화하면서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은 △독점재벌 특혜 폐지 △주택·교육·의료 등 기본 생존권 보장 등 사회·경제적 문제로 발전했다. 국민운동본부가 7월9일 발표한 성명은 “진정한 민주화는 정치적 민주화만이 아니라 경제적 민주화가 선행되어야 함이 자명한 바…노동자, 농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분명한 정책을 제시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0년간의 지표는 당시 노동자 농민들의 요구가 여전히 미완성임을 보여준다.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 한국경제는 엄청난 성장을 했지만 소득분배 불균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97년 이후로 따지면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한마디로 경제사회적 민주화를 이루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항쟁 이후 20년, 한국민주주의는 이제 새로운 방향전환을 요구받고 있다.
권혁철 박주희 기자 nura@hani.co.kr
도시 근로자 가구소득 지니계수 추이
|
[경제] 거침없는 성장 뒷편 소득분배 되레 뒷걸음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 한국경제는 엄청나게 성장했다. 국가 경제 규모를 나타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이 기간 동안 1400억 달러(40조원)에서 8874억 달러로 여섯 배 이상 늘었다. 개인소득을 보여주는 1인당 명목 국민총소득(GNI)은 다섯 배 이상 커졌다. 소득분배 불균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도시근로자 가구소득 기준)는 87년 0.31에서 97년 0.28로 떨어졌다. 성장과 분배가 동시에 이루어진 시기였다. 경제성장률과 실질임금상승률이 높았던 덕이었다. 그러나 1997년 경제위기 이후 2006년까지 지니계수는 0.28에서 0.31로 올랐다. 같은 기간 경제규모는 5천억 달러 대에서 8천억 달러 대까지 성장했지만, 분배상태는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여전히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 성장주이지만, ‘불균형’이라는 불안의 씨앗을 품고 있는 상태다.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 소장
한국의 사회복지지출
|
[사회복지] 늘어난 복지예산…그래도 미·일 절반 수준 지난 13년 동안 한국의 사회복지지출은 연평균 18.3% 증가율을 보였고, GDP 대비 백분율은 약 2배 늘었다. 하지만 이런 증가에도 우리의 사회복지지출은 여전히 미국과 일본의 절반 수준이고 유럽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공적연금을 받는 비율도 16년 사이 12배 증가했다. 이 역시 전체 노인 가운데 공적연금을 받는 인구가 60~70%에 이르는 선진국 수준에는 아직도 훨씬 못미치는 수치다. 각종 지표는 87년 이후 ‘압축적 복지성장’에도 우리의 ‘복지 수준’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고경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책임연구원
교육비 부담 요인
|
[교육] 유·초등까지 경쟁대열 ‘백년대계’ 흔들 교육부문의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겉으로는 변했으나 모순은 그대로이다. 아니 오히려 더욱 처참한 지경이 되고 있다.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학생들은 최소한의 인권조차도 유보당한 채,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추진된 경쟁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교육정책은 이런 현상을 더욱 깊게 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지난 95년 5·31 개혁안이 대표적이다. 효율과 경쟁의 이데올로기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이어지면서 더욱 맹위를 떨쳐 이젠 유·초등단계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목고 등이 늘면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이들의 교육의 질과 대학을 결정하는 교육양극화 현상도 굳어지고 있다. 다만 학급당 60~70명에 이르던 콩나물 교실이 30여명으로 줄고, 무상교육이 확대되는 등 교육여건이 개선된 점은 긍정적 변화다. 이철호 서울 배문중 교사
비정규직 비율·노동조합 조직률
|
[노동] 임금 차별·비정규직 남용 ‘OECD 1위’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989년 19.8%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반전해 1997~2001년 12%대, 2005년 10.3%로(1989년과 견줘 48% 하락)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조합원 수는 1989년 193만명에서 2005년 150만명으로 22.3% 떨어져 조직률과 달리 하락폭이 크지 않다. 은수미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63.1%를 정점으로 2002년에는 58.2%로 하락했고, 2006년에도 61.4%로 외환위기 이전 수준에 크게 못미친다. 특히 하위 10% 대비 상위 10% 임금을 비교한 ‘임금불평등’은 2001년 4.8배에서 2006년 5.4배로 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임금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인 미국보다 높다. 비정규직 남용과 차별도 OECD 1위이다. 고용의 양적 지표인 실업률과 취업률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며, 실질임금은 상승했다. 그러나 고용의 질과 분배구조는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
일간신문 등록 현황
|
[언론] 잦아든 정권 입김…사주·자본권력 ‘똬리’ 1987년 이후 현재까지 일간신문과 정기간행물이 각각 6.5배, 3.5배 증가했다. 언론 자유의 신장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부의 압력이 줄어든 반면에 광고주와 사주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주체로 등장했다. 매체가 늘어나자, 경쟁도 심화됐고, 재벌 및 대기업과 같은 광고주의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97년의 외환위기는 이러한 경향을 더욱 심화시켰다. 또한 어려워진 언론 경영이 언론인의 구조 조정과 임금 하락으로 이어졌다. 언론인의 의식에서 사주의 압력과 자기 검열이 앞자리를 차지한 대신 독자는 더욱 멀어졌다. 이진로 영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구속 양심수
|
[인권] 서슬퍼런 보안법, 온라인 세상까지 위력 구속 양심수가 줄어들어 인권상황이 개선된 것처럼 보인다. 이는 구속자를 양산하던 법과 제도가 개선됐다기 보다는 국민들의 인식이 넓어진 결과다. 예전처럼 법적용 기관이 마구잡이로 잡아가둘 수 없는 사회적 흐름이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을 치열하게 펼치던 시기에 국가보안법 등 악법의 개폐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아 구속사안이 아닌데도 여전히 국가 형벌권이 집행되고 있다. 최근 국가보안법 적용은 온라인상의 의사표현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2007년의 자유로운 생각들을 1948년 법으로 처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권분야에서 악법 폐지는 현실적인 과제다. 박성희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간사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