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집 고려대 교수.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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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20돌 끝나지 않은 6월] 2부 한국사회 어디로
②한국사회 미래 논쟁<상> 최장집교수와의 좌담
6월항쟁 이후 민주주의 현주소민주정부들 기대만큼 성과못내 최장집 교수(이하 최)=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정치적, 사회경제적, 윤리적으로 피폐화되고, 퇴영적이 되고 있다. 민주정부들이 기대한 만큼 성과를 이뤄내지 못한 결과다. 민주화운동 세력들이 그 에너지, 그 당시(6월항쟁)에 희망하고 갈망했던 것을 정치의 방법으로 결집해 우리사회를 좋은 방향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계기를 갖지 못했다. 정당의 공고화 없는 민주주의의 공고화, 직설적으로 얘기하면 정당없는 민주주의가 계속되었다. 이것이 사태를 퇴행적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다. 지금 내가 이 시점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다. 한마디로 ‘민주주의는 절차적 민주주의다’라고 강조하고 싶다. 민주주의 핵심은 절차적 민주주의이고, 문제도 거기서 발생한다. 정치적 수준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 영향은 사회의 다른 수준, 하위영역으로 확산된다. 민주주의가 작동한 결과의 사회적 내용을 사회민주화, 경제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민주주의의 사회화’라고 말하고 싶다. 민주주의가 확산돼 나가면서 사회 자체가 변하고, 사회경제적 시민권이 확대되는데, 또 역으로 이것이 기반이 돼서 절차적 민주주의가 강화, 확대되는 것이다. 지금 한국민주주의는 이러한 순환구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절차적 민주화가 끝나고 이제 실질적 민주주의로 넘어가야 한다거나, 민주주의로의 이행과 공고화를 절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민주주의로 짝지어 구분하는 것에 대해 나는 생각을 달리 한다. 6월항쟁 이후 우리가 얻은 것, 잃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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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구 “인권·자유 진전 지속 가능하냐 문제” 김호기 교수(이하 김)= ‘민주화의 아이러니’ 같은 것을 얘기할 수 있겠다. 민주화는 마감되지만 민주주의의 본래 목적인 자율성, 공공성 강화는 더욱 중요해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돌아보면,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로 보고 싶다. 민주화를 정치 민주화와 사회경제적 민주화로 나눠본다면 두 영역 모두에서 성공과 실패가 동시에 발견된다. 특히 공공성과 형평성이 강화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악화되는, 사회경제적 민주화의 실패가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라고 할 수 있다. 정해구 교수(이하 정)=인권과 자유의 측면에서는 상당히 진전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와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악화되고 있는데, 민주주의를 지속시킬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다. 민주정부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전면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음으로써 민주주의의 인식에 혼란을 주는 상황이 됐다. 민주주의가 일종의 헤게모니가 되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은 민주주의가 우리 사회의 발전 방향이 아니라 과거의 일이고,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느냐며 희화화하는 상황이다. 불안불안하게 민주주의를 끌어왔지만, 당면한 문제는 이 민주주의가 지속 가능하냐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할수 있는 개혁, 하지 않았다 최=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스스로 개혁적이라고 자임했는데 왜 그런 레토릭에 맞지 않게 상층편향적 수혜구조나 기득권 구조를 변화시키지 않고 타협했느냐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반적인 차원 혹은 제도적인 차원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의 책임성, 대통령직의 역할, 정책의 내용 등에 있어서 개혁적 혹은 민주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결정과정의 비민주성이 대표적인 예이다. 또 노무현 정부는 정치를 비속화했다. 노무현 정부는 탈권위를 통해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강조하는데, 권위와 권위주의, 탈권위와 탈권위주의는 전혀 동일하지 않다. 민주주의는 좋은 권위를 필요로 한다. 권위는 지도자가 갖는 핵심요건이고, 민주주의의 발전과 강화에 있어 지도자의 존재 혹은 권위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우리의 관심은 일상에서 권위가 있느냐 없느냐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를 말하는 것으로 대통령직이 가져야 할 민주적 권위가 저속화되었다는 것이다. 또, 문제를 선악으로 구분해서 보고, 정서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동원하고, 불필요하게 사회에 갈등과 대립을 불러왔다. 정치적 어젠다를 여러가지 정치적 방법, 정당과 정부의 정책을 통해서 설정하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동원했다. 이것이 정부의 지지자와 반대자들 사이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를 가능하지 않게 하고, 집권세력 안에서도 내부 비판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정부가 개혁의 궤도를 벗어났다고 비판하면 여러 방법으로 공격이나 압박이 들어온다. 이러한 분위기는 반지성주의, 반이성주의 풍조를 만들어내는 데 기여했다. 이성이나 지성을 통해 정치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대화의 환경이 나빠지거나 가능하지 않게 되었다. 내가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는 이유 권력이 민주적으로 선출되었다고 해서 민주적으로 작동되는 것은 아니다. 권력은 항상 비판의 대상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들어와서는 이런 현상이 현저하게 적어졌다. 지식인들의 정부 참여가 늘어나면서 지식인의 비판적 역할이 사라졌다. 이것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활력을 소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 들어 구 권위주의 세력으로부터 오는 제약조건은 약화된 반면 일을 할 수 있는 조건은 많이 열려 있었다. 2004년에는, 우연이지만 탄핵의 결과로 민주화 이후 첫번째로 여소야대가 아닌 상황을 맞기도 했다. 말하자면 행정부와 의회 다수를 갖게 된 것인데, 역사적으로 이렇게 좋은 개혁적 환경을 향유했던 지도자는 없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탄핵에서 돌아와 취한 태도는 개혁과 멀어졌다. 나는 탄핵 때까지는 많이 기대했는데, 그 이후 기대와 너무 달랐다. 이 좋은 환경을 무산시키고 있을 때 허무하다고 할까, 노무현 정부는 환경을 갖추고도 스스로 실패해 실망감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은 부작위를 비판하는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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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구 “사회통합·복지가 새 시대정신 될 수 있어”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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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고려대 교수(가운데)가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왼쪽), 김호기 연세대 교수와 함께 지난 8일 고려대 교정에서 ‘민주주의’를 놓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강창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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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리 정치에서 새로운 희망과 대안을 찾아야 한다. 사회통합이나 복지가 새 시대정신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할 필요있지 않을까 싶다. 최= 민주주의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를 진단하고 극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생각해야 하는데,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당, 사회운동, 이익집단, 시민사회가 조직할 수 있는 여러 자율적 집단의 정치활동이다. 거기서 정당을 가장 강조하는 게 내 입장이다. 운동이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효능면에서 운동은 항상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 과거 민주화운동 시기와 같이 분명한 목표도 없다. 민주화 이후 단계에서 운동의 효능에 대한 한계를 얘기하는 것이다. 이익집단을 통해서도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이익집단은 집단의 특수이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집단행동을 하는 것인데, 이것이 우리 사회의 윤리, 공익이나 규범을 얼마나 창출할 수 있을까에 의문이 생긴다. 정당만이 사회 내에서의 갈등을 분출할 수 있도록 하고, 갈등을 통해 권력을 추구하는 게 인간성의 일부이니까 정당은 그런 것을 묶어주면서, 경쟁을 여러 이슈에서 여러 단위로 조직해서 제도화하는 역할을 한다. 여러 방법 중에서 정당이 현실적인 민주주의의 메커니즘이라고 본다. 세계화를 통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굉장히 많은데 우리 정당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대안을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당장 대선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이들의 발언들을 보라. 내가 대통령이 되고 정부의 수장, 정치의 리더가 될 때 나는 우리사회 문제를 이렇게 하겠다는 확실한 얘기를 들을 수 없다. 우리 지도자들은 자기 말을 하지 않아 확신을 할 수 없다. 이를 뒷받침할 정당도 없다. 대안국가 모델에 대해서는 특별히 생각한 것은 없는데, 정당체제가 폭넓은 경쟁구조를 가질 때 부수적으로 만들 수 있는 효과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민주주의의 사회윤리적인 내용들이 피폐화되면서 우리사회 여러 갈등들이 출구를 못찾아 나타나는 부정적 효과가 심각하다. 사회적으로 성장 일변도가 아닌, 복지와 평등의 가치가 보다 더 진전되는 방향으로 경제 민주화가 실현되는 것이 우리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정리 권혁철 박주희 기자 hope@hani.co.kr [6월항쟁 20돌-한국사회 미래 논쟁] 관련기사 모음 ▶ [한국사회 미래 논쟁] 최장집 교수와의 좌담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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