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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13 20:07 수정 : 2006.05.18 01:37

이념지향으로 본 한국사회 구성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1부 대안을 향한 성찰 ② 참여정부, 진보개혁세력의 고뇌(하)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의 첫번째 자리인 ‘참여정부, 진보개혁세력의 고뇌’ 토론회를 12일치에 이어 싣는다. 노무현 정부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검토했던 상편에 이어, 하편에서는 진보개혁세력 전체의 과거와 현재, 오늘을 살폈다. 앞으로 1부의 나머지 10차례 토론회도 매주 한차례씩 지면에 소개된다. 네티즌 토론을 위한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선진대안포럼] 1부 대안을 향한 성찰 ② 참여정부, 진보개혁세력의 고뇌 (하)
‘참여정부, 진보개혁세력의 고뇌’를 주제로 한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에서 뼈아픈 지적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가 현재 한국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해 기본적인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정부만 탓한다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의 여러 정책 가운데는 지금까지 시민사회가 내놓은 정책대안을 수용한 것이 적지 않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지적이다. 참여정부의 혼란과 무능은 넓은 의미에서 현 진보개혁세력의 ‘거울’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토론회 앞부분에서 주로 노무현 정부를 비판했던 참석자들은 논의 후반부에 이르러 진보세력 전체가 근본적 전환의 시기에 놓여있다는 점에 집중했다.

박 상임이사는 “지금까지 시민사회가 한국사회를 향해 던진 의제와 정책제안이 정말 대안적이고 실천적이며,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만한 것이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말을 하기에 앞서, 현재 진보진영이 제시하고 있는 ‘대안’이 정말 국민적 설득력을 갖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는 것이다.

참여정부 혼란·무능…진보세력도 책임 있어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지지받기 어려운 진보적 대안’이라는 딜레마가 앞으로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부패청산, 선거법 개정 등은 모든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관심을 받기 쉬웠다. 과거의 잘못을 고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폭발적 지지’를 받는 의제를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제도적 영역을 통해 과거 청산이 일차적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김호기 연세대 교수도 “이라크 파병, 자유무역협정(FTA), 양심적 병역거부 등 진보개혁진영의 주장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응을 보면, (찬반) 의견이 평팽히 맞서고 있다”며 “진보개혁진영의 의제가 국민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진보세력의 고민을 대안적 전망 제시에서 구체적 정책과제로 옮겨가자고 제안했다. “예컨데 양극화 문제가 발생했으니 여기에 대응하겠다는 자세는 소극적·부정적 접근이다. 그러나 양극화 문제 해결을 통해 한국 사회를 한 단계 더 상승시킨다는 적극적·긍정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답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하지만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이 문제를 바라봤다. “대안은 구체적 정책능력이 아니라 전망과 시대정신을 의미하는 것이고, 진보세력은 바로 이를 제시해야 한다”는 게 손 교수의 생각이었다. “진보세력의 위기가 구체적 대안이 없기 때문인가? 예를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선 대체복무제를, 외환위기 시기엔 일자리 나누기를, 국영기업에 대해선 시민참여개혁위원회 구성 등을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문제는 이를 실현하고 강제할 사회적 힘이 없다는 데 있다.”

이 논쟁은 한국사회 진보개혁세력의 미래구상에서 핵심적인 대목이다. 전망제시와 새로운 의제 발굴을 중심으로 ‘운동성’을 강화할 것인지, 현실 사회 재구성에 필요한 구체적 ‘정책능력’을 기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서구형 복지사회 모델 보여주려는 노력 미흡

김호기 교수는 진보세력이 내놓은 대안 자체에 문제점이 있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진보세력은 대안이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 국민들이 보기에는 그 대안의 실현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성태 교수는 국민 대다수가 진보적 대안을 ‘낯설어’ 한다는 점을 짚었다. “진보진영이 서구형 복지사회의 모델을 보여주면서 국민들을 설득하려는 노력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손 교수가 제기했던 ‘사회적 힘’에 대한 문제의식은 노동운동 문제로 옮겨갔다. 진보개혁세력의 정책대안을 현실에서 작동시키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총 등 ‘조직된 노동자’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홍성태 교수는 “유력한 대안이 실질적 힘을 갖지 못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대안을 밀어붙여야할 사람들이 그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홍 교수는 “이미 상당히 많은 노동자들이 기득권 구조에 들어가 있는데, 이들 스스로 변화의 주체이자 대상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노동운동의 개혁’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익집단형 노동운동에서 사회개혁형 노동운동으로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사회적 타협 가능케 할 기반 만들어야”

노무현 정부 후반기 할일은

노무현 정부에게 앞으로 주어진 시간은 2년이다. 선진대안포럼 참석자들은 “노무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진보개혁세력에게 줘야 할 선물이 있다”고 말했다. 하나의 정권 차원이 아니라 진보 세력 전체를 시야에 놓는 일이다.

임지봉 교수는 “직접 민주제적 요소를 과감히 헌법에 가미하는 전향적 개헌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일정수 이상의 국민들이 법률이나 헌법 개정안을 제안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를 사례로 들었다. “국민발안제 등 직접민주제적 요소는 대통령, 국회의원 등 국민대표들의 무능·부패를 바로 잡을 수 있고, 주권자의 의사를 국정에 더 많이 반영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원택 교수는 “5월 지방선거 뒤부터 차기 대선주자 등 정파간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남은 임기동안 개헌처럼 논쟁거리가 될 정치적 의제를 대통령이 앞장서 추진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물었다. 강 교수는 “정파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로 받아들여질 의제를 제시하면서 국가지도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성태 교수는 양극화 문제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문했다. 홍 교수는 “이제 양극화는 모든 것이 응축되는 지점”이라며 “양극화 해소를 통해 지속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사회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홍 교수는 삼성 엑스파일의 공개도 촉구했다. “특검 등을 통해 한국사회의 발목을 잡는 실체가 무엇인지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호철 교수는 노무현 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복지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오히려 ‘노무현 이후’를 내다보는 자세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현재의 ‘힘의 관계’에 따라 비록 당장은 실현하지 못하더라도, 복지개혁을 시대적 화두로 만들어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손 교수는 말했다. “다가오는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 복지개혁이 중요한 쟁점이 되도록 하고, 그 결과 탄생하는 차기 정권이 이를 중요한 국가의제로 다룰 수 있는 기초를 닦는 것”을 참여정부의 중요한 구실로 제안했다.

김호기 교수는 그 기초가 사회적 협약에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자본과 노동, 성장과 환경, 남성과 여성, 중앙과 지방 등 여러 주체들 사이에서 사회적 타협 내지 협약이 가능하도록 하는 새로운 틀과 기반을 만드는 것이 노무현 정부가 남은 2년 동안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부유세 이외 새 의제 안 보여”

민노당에 쏟아진 비판

한국사회 진보세력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민주노동당이다. 진보세력의 위기는 민주노동당의 위기이기도 하다. 토론자들은 이에 대한 비판의 끈을 놓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김호기 교수) “위기에 처해 있다.”(손호철 교수) “또다른 이익집단으로 변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박원순 상임이사)

원내에 진출한 진보정당으로서 진보적 의제와 대안을 마련하는 데 소흘했던 것이 대표적 원인으로 지적됐다. 김호기 교수는 “부유세 이후 민주노동당의 이름으로 제시되는 새로운 의제들이 눈에 띠지 않는다”고 말했다. 손호철 교수는 “민주노동당의 입장에서 보자면 노무현 정부가 사회양극화를 자초한 상황이 ‘최고의 기회’일 수 있었는데, 이 기회를 끌어안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오히려 이 기회를 한나라당이 가로채는 비극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보수세력의 득세에 대해 민주노동당의 ‘간접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박원순 상임이사는 “민주노동당이 (원내 진출 이후) 앞으로 얼마나 더 약진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스스로를 혁신하고 사회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면서 신뢰를 주는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 큰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호기 교수는 서구 사민당을 ‘벤치마킹’할 것을 주문했다. “서구의 사회민주당들은 정책의 무게중심을 복지(welfare)에서 노동연계복지(workfare)로 바꾸고 있다”며 “민주노동당이 이를 공론화하는 데 좀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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