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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2.19 19:51 수정 : 2006.05.18 01:32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1부 대안을 향한 성찰 ③ 양극화, 한국사회의 늪

<한겨레> 선진대안포럼이 양극화 문제를 짚었다. 지난달 24일 한겨레신문사 8층 대회의실에서 5명의 지식인·정책전문가 등이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진보정치연구소장인 장상환 경상대 교수,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교수가 토론의 큰 틀을 잡았다.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양극화연구팀장 등은 양극화의 원인과 해법을 구체적으로 논했다. 토론전문은 인터넷 한겨레(www.hani.c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4월말까지 계속될 <한겨레> 선진대안포럼 1부 ‘대안을 향한 성찰’의 주제별 토론회는 다음주부터 매주 화요일치에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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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선진대안포럼 참석자들은 양극화 해소의 ‘경로’를 놓고 가장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노동문제를 중심으로 양극화의 원인을 진단하는 데까지는 큰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사회대타협’을 해법으로 제시하는 쪽과, ‘희생의 교대’를 주장하는 입장이 크게 엇갈렸다.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사회대타협을 역설했다. “노사정 회의를 넘어서는 큰 틀에서 사회 각층 대표가 아일랜드·네덜란드식 사회협약을 이야기할 수 있다. 여기서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하는 사회적 대토론이 일어나 한국 사회 전체의 틀을 바꾸는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

강신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양극화팀장도 “노사가 각자의 여건에서 합리적 선택을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최선의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양자를 소통시켜 모두가 좋아지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론도 거셌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그 문제는 사회협약을 통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고, 정부가 먼저 취약층의 요구를 최대한 수렴해 기득권층이 이를 수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선진국의 사회협약은 임금과 일자리를 맞바꾸는 것인데, 현재 한국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비정규직의 임금은 더 끌어올려야할 수준이지 양보를 할 수준이 아니다. 지금 노사정이 만나는 것은 시간낭비고, 정부가 먼저 민주노총·한국노총·비정규직 대표 등의 요구를 정리해 이를 기업 쪽에 수용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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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스스로 사회협약의 명분을 허물어 왔다는 비판도 있었다. 신정완 성공회대 교수는 “비정규직 처우를 먼저 개선하고 여기에 기초해 대기업 노동자의 양보를 요구했다면 설득력이 있었겠지만, 지금까지 노동시장의 조건이 악화되는 것을 수수방관만 했다”고 참여정부를 비판했다.

특히 신 교수는 ‘희생의 교대’를 강조했다.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실업자·영세자영업자 등은 집중적으로 고통 받았다. 반면 재벌에게 외환위기는 ‘위장된 축복’이었다. 중장기적 차원의 고통분담을 위해서라도 지금은 희생의 교대가 있어야 한다. 현 상황을 그대로 두고 고통분담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 이에 대해 이정우 교수가 다시 반론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그렇게 되면 (기업 쪽은) 사회협약의 자리에 들어오지도 않을 것”이라며 “노사 모두, 내놓는 것보다 받는 것이 크도록 해야 성공한다”고 말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두 경로 모두에 비중을 뒀다. “합의가 마련되지 않으면 정부 단독으로라도 (노동시장 문제 해결을) 추진해야 한다”면서도 “참여정부 내부의 세력관계를 볼 때, 사회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특히 “참여정부가 만일 ‘사회협약 정치’를 활성화하고 싶다면, 이 테이블에 참가하면 어떤 문제가 개선되는지를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을 해결한다는 것인지도 분명치 않은데, 노사정위 참여만을 반복적으로 요구하지 말라”는 것이다.

신정완 교수는 “정권의 영향력이 떨어진 집권 후반기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협약의 의제가 노동계 쪽에 유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재계는 정권 교체 때까지 그냥 버틸 것”이라며 “임기를 넘어 중장기적 관점에서 진보적 사회대타협의 초석을 놓으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증세’ 필요성은 공감…“조세형평성 문제 해결해줘야”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정부의 사회적 지출이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엔 ‘돈’이 든다. 증세 문제가 양극화 해소의 핵심고리 가운데 하나인 이유다.

참석자들은 증세의 필요성에 대해 큰 방향에서는 동의했다. 다만 노무현 정부가 그 구체적 내용을 준비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표시했다. 장상환 교수는 “재정확대가 필요하긴 한데, 어떻게 확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부가 소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그 사이 보수 세력들은 증세가 투자를 위축시켜 오히려 빈곤을 악화시킨다는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세부담률 평균은 40%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은 30%, 유럽은 40-50%에 이른다. 장 교수는 “한국의 경우 26% 수준인 조세부담률을 매년 평균 1%포인트씩 상승시켜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유세·자산세 등을 강화해 부유층에게 세금을 더 거두는 것”이라며 “이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어 장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신욱 팀장은 “국민들이 증세에 거부감을 갖는 것은 자신보다 더 많이 내야할 사람들이 정말 많이 내고 있을까 하는 의혹과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확한 소득파악과 조세형평성 제고를 통해 이 불만을 말끔히 씻어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정완 교수는 세금 문제와 관련해 중산층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중산층의 경우, 세금을 내면서도 혜택을 받는다는 느낌을 갖기 힘들다. 결국 육아·양로 등 사회서비스의 범위를 넓히고 그 질을 높여야 중산층에게 증세의 혜택을 주면서 사회복지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복지국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중산층의 지지는 매우 중요하다.”

유럽식 사회보장체제에 대한 국민적 이해가 더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정우 교수는 “사회보장에 비해 개인보장이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낭비가 심한지를 숫자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며 “국민 각자가 제 살 길을 찾아 노력하면서도 사회적 비용을 따로 부담해야 하는 비힙리적 제도를 ‘사회공동의 싼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설득하자”고 말했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지금은 고인물 퍼서 부족한 곳에 넘겨줄때”

양극화가 사회 쟁점으로 떠오르자 일부 언론 등 보수세력들은 ‘양극화가 아니라 빈곤의 문제를 풀자’고 맞받아치고 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 주장 뒤에 숨은 논리적 결함을 비판했다.

신정완 교수는 “빈곤문제만 해결하면 되는데 이는 결국 성장을 통해 풀 수 있고, 그렇지 못한 계층에 대해서만 사회복지로 도와준다는 ‘윗목 아랫목’ 주장은 한국 사회에서는 타당성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수출 효과가 내수기업으로 전달되지 않아, 성장과 분배의 ‘파이프 라인’이 막혀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성장과 분배의 막힌 파이프 라인을 뚫어야겠지만, 지금은 고인 물을 바가지로 퍼서 부족한 곳으로 넘겨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우 교수도 “빈곤층은 인정하지만 경제성장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주장은 지난 40년동안 계속된 낡은 성장의 논리이자, 양극화의 실체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한국 사회 주류의 논리”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심지어 정부 내부의 관료들과 열린우리당 안에서도 이런 보수적 흐름이 존재한다”고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장상환 교수는 “양극화는 단순히 가난한 사람들이 살기 힘들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짚었다. 개인과 기업 모두 양극화에 발목이 잡혀있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이 취약하면 개인들이 노후와 질병을 대비해 보험산업 등에 저축하면서 소비가 위축돼 오히려 국가재정에 악영향을 준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지엠(GM)의 경우, 노동자들의 의료비용을 기업이 책임지는 미국에서 버티지 못하고, 결국 사회보장이 갖춰진 캐나다로 공장을 옮겼다. 사회보장 제도를 확보하는 것이 기업비용을 줄이는 측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이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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